마귀의 거울파편
단비가 대문을 빠져나가려는 바로 그 때다. 앞머리의 양 갈래 머리카락이 찌릿하다.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 식인귀가 서 있었다.
벌거벗은, 뼈만 앙상한 거식증 환자의 모습이다. 말라붙은 검은 가죽과 훤히 드러난 뼈. 시커먼 피부. 등이 굽어 팔이 축 늘어져 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몸. 퀭한 눈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단비는 온 몸이 싸늘해졌다. 지금까지 만나본 상대 중 최강이었다.
단비는 조용히 바이크에서 내렸다. 식인귀를 앞에 두고 꼼짝할 수가 없었다.
입술이 벌어지니, 피가 뚝뚝 떨어지고 불규칙한 톱날 같은 상어의 이빨이 보인다. 저 이빨로 뼈까지 씹어 삼키는 것이다. 어디에서 무얼 먹고 온 걸까. 사람을 잡아먹은 것일까? 가축을 잡아먹은 것일까? 이빨에는 살점과 피가 덕지덕지 끼어있다.
순간 올림픽 주경기장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뜯어 먹히는 장면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천하의 김단비, 처음으로 상대를 눈앞에 두고 심장이 벌렁거린다. 꼼짝할 수가 없었다. 순간, 원초적인 고성이 식인귀의 입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입에서부터 욕구의 악취를 담은, 검은 피가 토해져 나왔다. 마당의 블록 사이로 피가 스며들어 번진다. 식인귀는 계속해서 피를 토해낸다. 누군가가 양동이로 핏물을 퍼 부어버린 것만 같았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잡아먹다만 기인들의 피와 살점, 그것을 다 토해내는 것이다. 쏟아진 피는 블록틈새를 넘어, 바닥에 고이기 시작한다. 엄청난 양이었다. 붉은 피는 단비의 발목까지 차올랐다.
단비는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퀭한 눈이 붉게 번쩍인다.
악취도 풍겨난다. 지독했다. 시체 썩는 냄새였다.
상대는 조금씩 공포를 선사했다. 단비는 자신의 힘으로 물리칠 수 없는 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닥에 흥건한 핏물이 단비의 발목을 강하게 잡기 시작했다. 가위에 눌린 듯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순간, 관일의 혜안이 번뜩인다. 무슨 목적인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로잡아가려는 것이다.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다. 여기서 당하면 고양이들에게 또 당할 것만 같았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단비는 수도꼭지가 조금 열려 물이 조금씩 새나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주변의 피가 쓸려나가고 있다. 분무기를 잡을 수 있는 거리다. 단비는 그대로 철퍼덕 앞으로 넘어져 분무기를 잡고 발밑을 뿌렸다. 엄마의 살구 빛 드레스가 온통 피에 범벅이 되었다. 핏물이 쓸려나간다. 단비는 핏물이 쓸려나간 곳에서만 자유로울 수가 있었다.
단비의 발이 바닥을 박차고 솟구쳐 올랐다. 공중에서 긴 다리가 가위처럼 벌려져 포물선을 그린다. 머리가 땅으로 향하니, 긴 머리가 출렁거린다. 단비는 담 위로 올라섰다.
순간, 식인귀는 거대한 모습으로 변해 단비의 눈앞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단비가 다시 밑으로 뛰어내려온 순간, 그 거대한 덩치는 일순간에 사라졌다가 단비의 눈앞에서 다시 나타났다.
척추가 훤히 드러난 말라붙은 검은 피부. 피에 끈적이고 엉킨 검은 머리카락.
식인귀는 먹이를 앞에 두고 쇳소리를 질러댄다. 도망갈 곳이 없다. 움직임 자체가 다르다. 시공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사념체이니, 단비는 전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단비는 벚나무까지 몰렸다. 등에 이어 뒤통수가 벚나무에 부딪혔다. 식인귀는 천천히 다가온다. 얼굴을 들이댄다. 식인귀의 얼굴은 단비의 얼굴 10배정도 크다. 단비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식인귀의 입에서 내뿜는 욕구의 악취를 감내한다. 식인귀는 이빨을 드러내고, 검붉은 혀를(매우 두꺼운 혀) 내밀어 단비의 뺨을 핥는다. 순간, 식인귀의 얼굴이 박주용의 얼굴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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