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성좌(星座)
11/아름다운 성좌(星座)
박주용이 현미경을 통해 피부각질에서부터 600개의 세포를 발견한다. 단비의 것이다. 세포들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있지만 불규칙하게 이루어져 있다. 무차별혼란 같았다.
그 중 가장 건강한 세포 하나를 골라, 세포벽을 구성하고 있는 셀룰로오스를 뚫고 들어가 핵에서 염색체를 탐색한다. 확대, 또 확대.
이중나선, 즉 사다리 모양으로 구성된 DNA배열을 확인한다. 그러다 깜짝 놀라 현미경에서 눈을 뗀다. 마치, 위대한 발견을 한 것처럼 고무된 표정이다.
박주용은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뒤, 다시 현미경을 들여다보았다. 마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이라는 정상적인 4가지 염기이외에 또 하나의 염기가 긴 DNA 사슬에 배열되어 있었다.
DNA는 위의 4가지 염기가 구성되는 서열(sequence)에 의해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게 된다.
이 단순한 4가지의 코드 안에 우리인체의 모든 정보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즉, 게놈지도라 말한다.
박주용은 즉시 이상염기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일치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생명체를 검색했다. 모니터의 화면이 빠르게 바뀌다가 일치하는 정보를 찾아낸다.
화면이 멈추었다.
“이 아가씨 정말…….”
박주용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멈춘 화면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특별한 고양이가 있었다. 화면에는 친절하게 특수 고양이에 관한 설명까지 뜬다. 박주용의 선한 눈은 글을 천천히 읽어내려 간다.
위험에 처했을 때 지상에서의 최고속력 시속 150Km,
IQ 340이상 급격히 상승,
숙주가 독극물에 의해 사망 시 그의 자손은 해당 독극물에 대한 내성 획득,
박주용은 단비의 놀라운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
식인귀가 청계천에 나타나 사람들을 잡아먹는 장면은 TV에 특종으로 집중 보도되었다. 강석태팀장은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란다. 단비가 식인귀에게 물린 채로 의식을 잃고 있었다.
식인귀는 청계천에서 시민들은 물론,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던 경찰과 군인들까지 가리지 않고 잡아먹다가, 화기공격을 당하자 또 다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여전히 단비의 목덜미를 문 채로.
강석태는 급히 단비의 핫브레이슬릿을 통해 위치를 파악한다. 위치가 떴다.
페노메논 웨이브 연구소.
“페노메논? 왜 여기에…….”
김형석이 의아하다는 투로 말한다.
째깍째깍, 시간은 흘러만 간다.
“팀장님?”
김형석이 부르지만 팀장은 의자에 뒤통수를 기대고 죽은 듯 눈을 감고 있다. 5분을 그렇게 있더니, 벌떡 일어나 말한다.
“모두 출동준비 해.”
팀장은 팀원들에게 비장한 모습으로 출동명령을 내린다. 5분 동안, 14년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 것이다.
“우리만 요? 먼저 지원 요청을 해야…….”
“지원요청 같은 소리하고 있네. 사정 알고 있잖아. 결국, 지하세계가 무너졌다는 군. 방금 소식이 들어왔어.”
“정말요? 지하세계가 무너졌어요?”
“4개 사단 병력이 출동했는데, 안 무너지면 이상한 거지.”
팀장은 급히 장비와 무기를 챙기다가 국제회의 요원들과 눈이 마주친다. 팀장은 형석에게 말한다.
“함께 가자고 해. 크로스보우를 나누어 줘. 그들이 만든 거니까, 사용도 우리보다 잘하겠지.”
팀장은 머리가 복잡하다.
단비를 구하기 위해, 식인귀와 싸우다 잡혀 먹힐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인생이란 참 허망한 것이라 느껴졌다.
“옛날이 그립군.”
사냥꾼 시절이 그리워서 한 마디 내뱉었다. 부하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사냥꾼 시절 말이야, 싫으면 그만이었거든.”
***
박주용은 탁자 위에 쓰러져 있는 단비를 보며 한숨을 내쉰다.
식인귀가 나타나 단비를 원형탁자 위에 내려두고 사라진 것이다.
대머리는 뱀의 혀로 단비의 뺨을 핥는다. 박주용이 노려보자 비열하게 웃으며 어둠 속으로 물러난다. 단비는 뺨을 핥는 감촉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아이보리색의 벽으로 이루어진 실험실이다. 알 수 없는 장비들이 가득 차 있고, 모니터가 천장과 벽을 비롯한 책상에 산발적으로 위치해 있다. 연구실 벽 끝에는 지하 5층 깊이를 한꺼번에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원형장비가 있었다. 복잡한 나선을 이루고 있는 원형장비는 척 봐도 첨단장비임에 틀림없었다. 공중원형터널 안에 양성자를 계속 주입하고 또 가속시키며 실험전체를 모니터링 가능한 <아틀라스>라는 장치다.
연구실은 안이 훤히 내다보이는 유리벽으로 구획이 반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유리벽 안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 유리벽이 유리벽을 반사해, 잘 보이지 않는다.
“……일어났어?”
박주용은 한숨을 내뱉듯 말한다. 단비는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볼 뿐이다. 바로 그 때 어둠 속에서 대머리가 활짝 웃으며 나타나 양팔을 벌여 반긴다.
“오호, 반갑습니다. 제가 여기로 모셨지요.”
눈을 보니, 뱀의 눈이다. 악수를 청한다. 뱀의 혀를 날름거린다. 박주용과 꼭 닮았다. 단비는 순간, 놀라서 박주용을 바라본다. 이 남자, 기인이었던가.
“물러서라.”
박주용이 단호하게 명령한다.
“아니요, 괜찮아요.”
단비는 침착하게 손을 내밀었다. 두려울 것은 없었다. 손을 잡았다. 이 남자에게선 사악함이 느껴졌다. 단비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간다.
화이트브레인!
스스로 생체실험을 한 것이란 말인가. 단비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단비야, 설명할 기회를 줘. 진실을 말해줄게.”
박주용은 단비의 손을 꼭 잡아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따뜻함이 전해져 왔다. 그러나 일어선 그 순간, 단비는 유리벽 안의 소녀를 보았다. 자세히 보였다. 유리벽 안, 작은 공간에 한 소녀가 있었다.
두개골이 양쪽으로 절단되어, 뇌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일정한 속도로 무릎을 계속 타격하고 있는 두 개의 쇠파이프.
“이게 다 뭐야! 뭐 하는 거야!”
단비는 순간, 분노해 손을 뿌리치며 박주용을 향해 소리친다. 박주용은 입을 굳게 다물어버린다.
“어서, 풀어 줘!”
유리벽을 깨버릴 기세로 달려가, 쾅! 하고 벽을 강하게 친다.
“저 아이는 바로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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