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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홍화 03화

홍화 #1-2

그 남자의 본능

by 임경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3차장 아래 특수수사 1과 3년 차 검사 한도윤이 달팽이 껍데기를 손에 들고는 요리조리 살핀다.


흠.


어떻게 보면 고대의 화석처럼 연식이 아주 오래되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은 그저 평범한 달팽이껍데기이다. 붉은빛이 돌아 창가에서 햇빛에 비추어 보면 그 불투명과 투명 사이에 어떤 미지의 생명체가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달에 토끼가 산다고? 말도 안 돼.


도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엄마 품에 앉아 동화책을 읽던 행복한 시절의 기억이자 이제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추억이었다.

햇살이 강해 눈이 부시다. 도윤이 자리로 돌아와 앉아 검사명패를 집어 들었다. 한번 깨보고 싶어진 것이다. 달팽이 껍데기를 책상 위에 올리고는 힘껏 내리치려던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도윤아. 씨앗은 쪼개보는 걸로는 알 수가 없어. 심어봐야 알지.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래. 길거리 돌멩이 하나도 건드리면 생태계 파괴라잖아.


도윤은 달팽이 껍데기를 난초화분에 올려두었다. 혹시 몰라 화분의 흙을 살짝 덮어주었다.


설마 부화하는 건 아니겠지?


도윤은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검토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였다.


도윤이 달팽이 껍데기를 주운 건 아버지와 함께 나간 월악산 골프 라운딩에서였다. 13홀 파 5에서 드라이브를 쳤는데 슬라이스를 먹고 우측으로 날아가 OB라인을 벗어났다. 볼! 하며 외치는 캐디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그 목소리와 손짓의 위치를 따라온 자리에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공이 없었다. 분명 이쯤에 떨어진 것 같은데 없다. 도윤은 평소에도 빨간 공을 좋아했다. 본능적으로 수풀사이를 뒤지며 빨간색의 이미지만 떠올리며 공을 찾고 있는데 빨간색이 딱 보여 찾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공이 아니었다. 달팽이 껍데기이었다. 에이, 하며 버릴 수도 있었지만 붉은색이 사라져 다시 한번 더 보았다.


뭐 해? 찾았어? 없으면 그냥 와.


아버지가 부른다.

라운딩을 함께 나온 사람들은 아버지의 절친이고 이 사회의 권력자들이다.


네, 갑니다. 가요.


아버지가 부르자 도윤은 공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달팽이 껍데기를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천년을 살아온 홍화와 대한민국의 정의로운 검사 한도윤의 첫 만남이었다.

운명과도 같은 천년인연의 시작이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02호 한도윤 검사실. 오후 8시 47분.

한도윤은 홀로 야근 중이었다.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선전화다.

무심코 전화를 받았는데 로비를 지키는 보안직원이 손님이 찾아왔다고 한다.


손님이요?


네 여자분이십니다. 성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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