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재생. 부러진 나무가 순식간에 다시 자라났다. 도화나무줄기가 가시넝쿨처럼 엉켰고 꽃을 피우고 홍화와 도윤을 감싸고 보호한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두 사람의 얼굴이 꽃 속으로 사라졌다.
도윤은 눈앞에 펼쳐진 믿지 못할 광경에 넋이 빠져 있는데 홍화의 손이 올라와 눈앞을 가렸다. 온기가 먼저 전해져왔다. 따뜻한 손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홍화는 자신보다는 도윤을 먼저 보호하고 있었다.
도화나무 줄기가 자라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것은 동사십낭의 뱀 새끼들이다. 먹이를 향해 덤벼드는 모양새는 동사십낭의 욕망을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꽃 속으로 사라져가는 홍화와 도윤의 얼굴을 향해 불나방처럼 파고들며 덤벼든다.
꽃이 날린다.
무엇이 뱀이고 무엇이 줄기인지 서로 구분이 어렵다.
도윤의 시야가 도화 꽃에 원천봉쇄 되고 휴!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뱉는 순간이다.
손이 뚫고 들어와 도윤의 목을 움켜잡았다.
“도령!”
홍화가 외치는 순간 또 하나의 손이 뚫고 들어와 홍화의 목까지 붙잡았다.
달콤한 꿈처럼 도화나무는 모두 다 사라졌고 방안에 남은 것은 홍화와 도윤 그리고 동사십낭 뿐이었다.
“잔재주치곤 꽤 그럴싸했어.”
홍화와 도윤의 발이 공중에 떠올라 바동거린다.
동사십낭이 홍화의 배와 도윤의 배를 번갈아 보았다. 천년 내단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다.
누구부터 삼킬까.
동사십낭의 시선이 오른쪽 도윤에게로 먼저 향했다. 입을 벌리는데 기형학적으로 벌어진다. 턱뼈가 걸리지 않고 180도로 벌어졌다.
홍화가 손을 쳤다.
180도로 벌어졌던 입이 다시 원위치 되었다.
“왜?”
홍화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 말은 동사십낭이 지금 염려하고 있는 것이리라.
숨이 막혀 거의 죽음에 이르기 직전 동사십낭이 자비를 베풀어주었다.
바닥에 떨어져 컥컥거리는 홍화와 도윤은 싸울 의지는커녕 도망칠 힘도 없다. 제3의 눈도 사라지고 없었다.
“말해.”
홍화가 숨을 돌리기도 전 도윤의 안전부터 확인한다.
“도령! 괜찮으시오?”
도윤이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홍화가 그런 도윤을 안아준다.
“뭐하냐? 말하라고.”
“합쳐지지 않아. 주문을 걸었어.”
“예상했어.”
동사십낭이 손을 뻗어 도윤의 목을 움켜잡았다. 홍화의 품에서 빠져나간 도윤의 몸이 다시 떠오른다. 두 발이 홍화의 눈앞에서 바동거렸다.
“죽인다.”
“죽으면 내단도 죽어.”
“그럼 이놈을 먼저 먹고 봐야겠네.”
“내가 말할 것 같아?”
“음. 말 안 해도 알 거 같아. 내가 널 잘 알잖아? 이놈 먹고 다음 널 먹고 주문이야 천천히 맞춰보면 되는 거지.”
“아니? 넌 절대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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