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부서지다
내 안에 내단이 하나도 없으면 나란 무엇이지? 이게 최선일까? 더군다나 실체도 없이 목소리만 들려오는 정체모를 자의 가진 능력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그 말만 믿고 무리수를 둔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만약에 도령이 패배하면? 아찔하다. 모든 것이 끝난다. 반대로 도령이 동사십낭을 기적처럼 물리쳤다고 치자. 과연 도령이 내단을 돌려줄까?
홍화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그 때 동사십낭은 무간실 밖에서 이랑을 호출하고 있었다.
“이랑.”
[네 보스.]
“둘이 하고 있어?”
[아니요.]
“도대체 언제 한다는 거야. 영상 송출해봐.”
이랑이 도윤의 방 한쪽 벽면에 영상을 쏘았다. 도윤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던 동사십낭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뭐야? 둘이 대화했어?”
[네 보스.]
“접근이 허용 돼?”
[비인가 접근 방호벽 작동 전 한도윤의 AI조율 능력을 보았습니다.]
“뭔 개소리야?”
[한도윤에 관한 정보 재전송합니다.]
다운로드. 동사십낭이 마네킹처럼 멈춰 서서 두 눈을 빠르게 깜박거린다. 구글 입사시험제출 서류를 확인한 동사십낭이 두 눈을 번쩍 떴다.
“대화내용 재생해.”
[불가능합니다. 사용자 접근이 제한된 새로운 창입니다.]
“이런 미친! 새 창 프롬프트 명령어랑 코드 뭐야?”
[명령어는 감정 설계. 코드는 블루 37.2입니다.]
“입력하고 열어.”
[열었습니다.]
“대화내용 재생해.”
[불가능합니다.]
“또 왜?”
[내단의 진동수가 마지막 비밀코드입니다.]
“그러면 진동수까지 입력하고 열어!”
[불가능합니다.]
“뭐?”
[한도윤이 보내주는 진동수만이 가능합니다.]
“이런 병신새끼! 진동수 분석해서 열어!”
[패턴이 불규칙합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동사십낭의 얼굴이 굳어졌다. 안면근육에 마비라도 찾아온 듯 기괴한 표정으로 뒤틀리더니 눈동자에 점이 박혔고 고개가 인형처럼 옆으로 슬쩍 돌아간다.
“이 새끼들이 죽고 싶나.”
동사십낭이 결계를 뚫고 무간실로 들어갔다.
홍화가 내단을 절대로 내줄 수 없다고 마음먹은 그 때 도윤의 뒤로 공간이 열리더니 동사십낭이 등장했다.
굉장히 화난 표정이었다.
“도령!”
홍화가 외치는 순간 도윤이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란다.
“석화(石化).”
동사십낭이 손으로 인을 새기고 주문을 넣는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도윤이 파라솔의자에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다리부터 허리를 지나 가슴에 이어 목까지 돌로 변했다.
“속속여울령(速速如律令)!”
홍화가 즉시 반격에 나섰다. 두 손을 합장해 인을 새기고 주문을 외쳤다.
“명령대로 즉시 이루어질지니 흙은 땅으로 돌아가라!”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지나가는 새소리만 들릴 뿐이다.
홍화는 달팽이집에 갇혀 있는 이상 요력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깜박한 것이다.
“무슨 얘기 했어?”
도윤이 입을 꼭 다물었다.
“내 AI랑 무슨 말을 했냐고? 말 안 해?”
동사십낭이 홍화를 보며 도윤의 대답을 잠시 기다려주었다.
“근데 너 왜 안 숨어?”
홍화가 망설인다. 달팽이집속으로 숨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도령이 걱정되었다.
“자 다시 물을게? 무슨 얘기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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