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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홍화 12화

홍화 #9

홍화의 비밀

by 임경주


“일기를 쓰는 인간 놈이네.”

동사십낭이 도윤의 일기장을 펼쳤다.

“이런 마마보이 같으니라고.”

도윤의 일기장은 온통 죽고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동사십낭이 잠시 생각에 잠긴다.

도윤이 이랑과 나눈 비밀대화 때문에 열이 받아 무간실로 들어갔을 때 정작 배설하듯 화를 쏟아낸 건 홍화를 향한 분노였다.

지금도 그렇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외롭다. 누군가가 그립지는 않지만 외로운 건 사실이었다.

천 년을 넘게 살아오는 동안 죽기 직전까지도 굴복하지 않는 멋진 남자들은 자신을 괴물로 취급하고 주위에는 온통 아첨꾼들만 남아 있다.

이런 비실비실한 인간들에게는 그 어떤 감동도 없다.

용이 되면 훌훌 털어버리고 떠날 수가 있다. 형체도 없고 무어라 표현할 수도 없다. 자유 의지는 크려고 들면 우주만큼 커지고 작아지려들면 먼지만큼 작아져 손아귀에도 들어갈 수가 있다.

용의 존재 목적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공포와 꿈이다. 그 자체로 군림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 공포와 꿈은 인간들에게 하나의 질서이고 체계이고 규칙이며 틀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홍화에게만 주어진 운명이자 사명이다. 동사십낭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착취하고 빼앗아야 가능하다.

왜? 나는 왜?

동사십낭은 홍화의 귀싸대기를 날리며 퍼부었던 말들을 다시 떠올렸다. 결국엔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


무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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