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신부
도윤이 두 눈을 질금 감고 있다.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았다. 여자들의 수다소리 같기도 하고 채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라디오소리 같기도 했다.
홍화가 도윤의 소중한 녀석에게 마지막 부적으로 맺을 결자를 새기려는 그 때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바닥이 흔들렸다. 중심을 잃고 넘어져 미끄러지듯 구석으로 처박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모양새가 좀 그렇다. 홍화의 코앞에 도윤의 소중이가 있었다.
“에구머니나!”
홍화가 화들짝 놀라 고개부터 돌렸다.
도윤이 재빨리 두 손으로 가리며 등을 돌렸다.
“아, 뭐야?”
도윤이 뒤통수는 아프지, 진지함이 깨지니 창피하고 부끄럽기도 하지 난감해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는 것처럼 구석으로 몸을 더 밀착시키고 있는데 공간이 안개로 뒤덮이며 홍화의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누가 나의 것을 훔쳐 가느냐.
괴기한 음성과 함께 안개가 소용돌이 쳤고 그 중심에서 비틀리고 꼬인 나무형태의 얼굴이 나타났다.
“헉!”
도윤이 화들짝 놀라 다시 구석으로 몸을 밀착한다. 홍화가 즉시 두 손을 합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천년요괴시여. 훔쳐가는 것이 아닙니다. 부디 그들의 영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무기로구나. 용이 되지 못해 혐오와 멸시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불쌍한 생의 종이여.
“네. 맞습니다.”
네 어찌 율을 어기고 틈새의 영역에 관여하는 가.
“제가 당신의 사의 천년을 인정하듯 저 역시 당신의 천년만큼 길고도 긴 생의 천년을 인정해주시기 바라옵나이다. 저를 한낱 미물로만 보지 마시고 들어주시옵소서. 제 등 뒤에 갇힌 일곱 넋의 영은 당신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소유한 것이 아니다. 귀속된 것이다. 그들은 육신이 갈가리 찢겨진 상태로 방황했고 안식처를 찾았다.
“그들을 품어준 넓은 마음으로 그들의 자유를 허락해주시옵소서.”
불손하고도 불손하다. 내 것을 탐하는 산자의 영을 먼저 취하고 일곱 영의 자유를 허락하겠다.
“그대야 말로 율을 깨지 마시오.”
율을 먼저 깬 건 이무기 너다.
“천년의 세월을 걸고 맹세합니다. 대가를 치를 것이야!”
오라.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
안개의 소용돌이가 문을 닫는 것처럼 머리와 함께 사라졌다.
고요한 순간, 도윤의 얼굴 바로 앞에서 소용돌이가 다시 열렸다.
“도령! 눈을 감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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