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존재 이유
살아 있다.
혼멸검은 그저 날이 잘 서있는 예리한 검이 다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존재였다. 감히!라고 소리친 건 현무진이 아닌 혼멸검이었다.
도윤이 홍화의 손을 통해 혼멸검을 감아쥐기 전부터 이미 어렴풋이 전해져 왔다.
혼멸검은 홍화가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었다.
뒤로 날려버려서 알게 된 사실이 아니다.
혼멸검은 홍화가 다가오는 게 싫었다. 처음부터 싫었다. 그것은 일종의 혐오였다. 자신을 만지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고 끝내 호통과 함께 거부했다. 홍화를 뒤로 날려버렸다. 왜? 도대체 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검의 형태를 하고 있는 그 기이한 생명체가 홍화만 허락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오직 단 하나의 주군을 섬기는 이유로 현무진만을 허락하는 것인지, 그것이 너무 궁금해졌다.
한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먼 과거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는, 지금 이 현실에서는 사용하지도 못하는 검의 비밀이 뭔지…
굳이 알아 무엇하리.
하지만 내단의 힘에 의해 기억하는 장소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은 도윤을 또다시 석묘로 이끌었다.
외줄에 등을 눕히고 자는 건지 잠꼬대를 하는 건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현무진이 보인다. 그 옆구리에 차고 있는 검도 흥얼거림에 따라 움직인다. 신조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홍화가 또 손을 뻗는다. 아니다. 도윤이 홍화의 몸을 빌려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검병에 손이 가까워지는 그 때다. 혼멸검이 부르르 떨며 자석의 반자성처럼 도윤의 손을 밀어낸다. 도윤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검을 붙잡은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뒤로 날아가지 않았다. 석묘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뭉게구름 위에 도윤만 홀로 남았다. 온통 밝다. 눈이 부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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