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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아드리안, 아드리안

by 임경주

아드리안, 아드리안!


이토록 아름답고 감동적인 패배가 어디에 있을까.

록키는 사나이 그 자체이고, 도전의 대명사이자 아이콘이다.

하지만 이게 남자의 로망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 직장인 남자들의 로망은 예쁜 아가씨와 함께 하는 발렌타인 30년산에 생율이다.


록키는 밑바닥 무명의 복서가 세계 챔피언을 상대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을 하는 과정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 멋지다 정말.

OST도 한 몫 한다.

하지만 가장 멋진 건, 록키가 15라운드 판정패를 당하는데 판정에는 이미 관심이 없고 쥐어 터진 얼굴로 오직 단 한 사람만 애타게 찾는 장면이다.

그의 연인 아드리안이다.

록키는 이미 승부를 떠났다. 그 결과도 관심 없다. 모든 것을 다 쏟아내고 오직 단 한사람의 이름만 애타게 찾아 부른다.


아드리안, 아드리안.


사나이 눈물을 쏙 빼는 장면이다.

나도 내 인생의 큰 도전을 이루어내고 그게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미 그 도전과 승부를 떠나 날 응원해주고 지켜봐준 오직 단 한사람의 이름만 애타게 찾아 부르고 싶다.

근데 앞으로 내 인생에 그런 사람이 과연 생길지 의문이다.

그런 사람이 과연 내 인생에 생길까, 라는 의문은 누구나 품는 외로움의 그림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라, 내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진심을 다해 살아갈 때, 그 여정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곁에 머무르게 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늘도 난 록키처럼 도전하고 싸우고 쥐어터지고 있다.

경기가 끝난 후, 애타게 찾아 부를 아드리안이 없어서 미치도록 외롭긴 한데 그래도 싸울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싸워보려고 한다.

혹시 아는가.

나 역시 누군가의 록키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드리안이 있어 나를 위해 응원과 박수를 보내오고 있을 지도.



그래서 하는 말인데 눈에만 보여 봐라.

정말 미친 듯이 찾아 부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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