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신조의 두 눈이 번쩍거렸다.
지상의 먹잇감을 찾아낸 포식자의 눈이다. 슈트에서 튀어나온 동사십낭을 발견하고는 본능적으로 수직하강 한다. 매서운 눈매와 날카로운 부리의 끝은 동사십낭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막아!”
동사십낭이 기겁하자 종청괴가 신공을 쏘아 올렸다. 신조가 화들짝 놀라 접은 날개를 다시 펴고 방향을 비틀었다. 신조는 신공이라는 저 쇠 종이라면 학을 뗄 지경이었다. 그 때다. 기갑슈트를 반으로 갈라버린 불덩어리의 혼멸이 도윤에게 돌아왔다.
“합!”
혼멸은 도윤이 가리키는 손가락의 지시에 따라 종청괴에게로 향했다.
“흥!”
종청괴가 발을 박차고 솟구쳐 올라 신공을 걷어 차 방향을 바꾸었다. 한데 신공이 엉뚱하게도 파천에게로 향했다. 저 방향이라면 파천을 그대로 가둔다. 더 놀라운 건 파천이 신공을 기다리고 있다?
“?”
도윤의 눈빛이 빛난다. 뭔가 이유가 있다.
“탈사(奪舍). 이혼대법(移魂大法)!”
신공이 파천을 가두며 콘크리트바닥에 박히는 바로 그 때다.
이혼대법이 펼쳐졌다. 동사십낭이 도윤을 상대로 파천의 승리를 장담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혼대법. 도윤과 파천의 몸이 서로 뒤바뀌어버렸다.
파천은 종청괴를 통해 스스로를 신공에 가둔 것이다. 그 찰나의 순간 도윤의 몸을 차지해내는데 성공한 파천이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파천이 도윤의 몸을 차지하고는 기뻐 어쩔 줄을 모른다.
“도령?”
홍화가 짐작은 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 도윤을 불렀다. 도윤은 그저 웃고만 있다.
다른 사람이다. 이 사람은 도령이 아니다.
그래도 홍화는 믿을 수가 없었다.
“도령!”
홍화가 소리치며 도윤의 손을 붙잡았다.
“뭐야?”
파천이 귀찮다는 듯 홍화의 손을 뿌리치더니 발로 복부를 걷어 차버렸다.
“꺅!”
홍화가 도화나무 가지에서 콘크리트바닥으로 떨어졌다. 아픈 건 둘째고 그대로 벌벌 기어 신공으로 향했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이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 바로 도윤인 것이다.
하늘 위에서는 신조와 혼멸이 나란히 서서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파천! 잘했다. 이리 오너라! 내게로 오라!”
동사십낭이 도윤의 몸을 차지한 파천에게 명하지만 파천은 그저 웃으며 새로 차지한 젊은 몸을 탐닉만하고 있을 뿐이었다. 동사십낭의 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파천! 주군의 명을 따르라!”
도윤의 몸을 차지한 파천이 동사십낭을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미물아! 가엾은 미물아! 지금 감히 누가 나의 주군이란 말이냐? 하하하하!”
역시나 그러면 그렇지, 동사십낭이 무명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미 짐작했던 일이었다.
“하하하하! 천년내단의 힘이 바로 이런...?”
파천이 도윤의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는데 뭔가 이상하다. 힘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 때다.
“만검귀종.”
무명이 두 손을 합장해 손가락을 세우고는 인을 새겼다. 차가운 입술에서 부드러운 주문이 새어나왔다.
“뭐?”
파천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셀 수가 없다. 수많은 검이 소나기처럼 내려왔다. 파천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차례대로 박혀 들어간 끝에 하나의 울타리를 만들었다. 무명이 천검귀종보다 더 강력한 만검귀종의 술법으로 파천의 의식과 육체를 사로잡아 검의 감옥 안에 가두어버린 것이다.
“젠장! 환원(還原)!”
마지막 검이 쇠기둥처럼 도윤의 정수리부터 뚫고 들어가 바닥에 박혔다. 파천이 이형대법을 환원시켜 도윤의 몸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안 돼!”
홍화가 비명을 내질렀다.
동사십낭이 날아와 도윤의 몸 앞에 착지했다.
“꼴좋다.”
깔깔깔 거리고 또 깔깔깔 거린다. 꼼짝 못하는 도윤의 얼굴에 손가락질을 하며 배꼽을 잡고 웃고 난리가 아니다.
“이놈! 이놈, 이놈! 잘 걸렸다 이 놈아! 무명! 잘했다! 정말 잘했어! 나의 무명이 주군을 위해 꼬치까지 만들어 주었구나.”
동사십낭의 몸이 거인처럼 한순간에 커졌다. 도윤의 정수리에 박혀 있는 검을 꼬치손잡이처럼 잡아 쑥 뽑아 들었다. 도윤의 몸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정말 꼬치를 맛보기 전처럼 입맛을 다셨다.
“맛있게 먹어주마.”
입이 벌어진다. 턱관절을 무시하고 180도로 벌어졌다. 그 안에서 뱀의 혀가 빠져나와 날름거리며 도윤의 뺨을 핥았다. 동사십낭의 몸이 꼬리부터 변형되었다. 허리 밑은 이미 거대한 이무기의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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