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돈은 좀 벌고?
어떤 고등학교 국어수업시간에 샘이 판타지 책 한 권을 들고 와서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이 대여점에 깔려 있다고 했단다. 이게 책이냐고.
죽기 살기로 서울문화사 레이블 편집자와 첫 작품을 내고 아버지에게 책을 드렸었다.
꼭 저런 소리를 들었다.
너 왜 이런 짓을 하냐?
생각지도 못했던 아버지 말씀? 에 너무 놀랐었다.
아니요… 아버지 이런 시장도 있어요. 제가 제 돈 주고 출판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절대로 그런 거 아니에요.
하지만 몇 번을 설명해도 아버지는 단호하셨다.
눈물이 너무 나서 울면서 설명했다.
하지만 귓구멍에 뭘 박았나.
듣지를 않으셨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냐고.
이게 책이냐고.
책을 눈앞에 두고 이게 책이냐고 그러시는데 더 이상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눈물도 더 안 나오더라.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시진 않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직장인이 쉬는 날 모든 시간을 올인해서 썼는지 좀 알아주셨으면 했는데 깔끔하게 포기했었다.
솔직히 욕이 안 나온 게 다행이다.
내가 그때 느낀 건,
이 사람은 날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구나.
그렇게 아버지를 요즘 말대로 손절했었다.
후회도 없었고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거 같다.
나는 이 사건 이후로 머나먼 침묵의 나라로 떠나버렸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엄마도 나처럼 힘들어하는 모습에 다시 먼 나라로 떠나버렸다.
서운한 건 없다.
날 조금이라도,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사랑했으면 이게 뭔지 관심이라도 가져주었을 텐데 여기저기 인기남이라 그런지 어쩐지 난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난 아버지가 남긴 붓글씨를 좋아한다.
살면서 제일 후회되는 게
날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헌신했던 시간들이다.
그 사람들은 분명 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물론 어떤 오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난 성격이 꽁해서 그런 건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어떤 갈등이 일어나면 그걸 해결할 능력이 없다.
그냥 꽁하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아니, 해결해 주든 말든 뭔 상관이야.
근데 난 지금도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게 장르작가를 무시하면서 그들의 수입에 대해 관심이 있는 건 도대체 뭘까?
드라마가 되면 그때서야 와하며 인정하는 건 또 뭘까?
요즘 드라마 대부분이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야기인걸.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결과물이 그의 취향이 아닐지언정, 그걸 만들어내기 위해 깎아 넣은 뼈와 살의 고통을 먼저 봐주는 게 맞다.
날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머리가 아파서 그러든 말든.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고 우리 선생님이라 불리든 말든.
다 닥치고 그냥 내가 꼴 보기 싫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