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핫배지 #2

만남

by 임경주

빠르게 달리던 버스는 정거장을 앞두고 서서히 속력을 줄인다.

버스가 완전히 멈추고 치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휘나의 고개가 뒤로 확 꺾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순간,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진동!

Ai 핫배지가 울린 것이다.

실제로도 울리고 꿈속에서도 울리고 있었다.

휘나는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렸다. 활짝 웃던 시은의 모습과 Ai 핫배지가 울린 것은 꿈이었다는 사실을 즉시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단 일초도 걸리지 않았다.

휘나는 자세를 고쳐 앉은 후 안잔 것처럼 태연한 척했다. 그러다 깜짝 놀란다. 주머니 속에서 Ai 핫배지가 정말 울리고 있었다.

‘─어? 진짜네!’

휘나의 코드는 엘로 50.1도.

핫 포인트는 “절대고독”에 나침반 방향은 10대 이성.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같은 코드의 이성이 버스에 있다는 것이다. 누굴까? 믿어지지 않지만 Ai 핫배지는 계속 울리고 있다.

휘나는 턱밑으로 흘러내린 침을 이제야 발견하고 재빨리 닦아냈다. 주변을 둘러보니, 버스는 정거장에 멈춰 승객을 태우고 있다. 한산한 버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데…….

누굴까? 달콤한 잠에서 깨어난 휘나의 심장이 Ai 핫배지 진동과 함께 터질 듯 요동친다. 중학교 1학년 때 Ai 핫배지를 구입한 이후 5년 만에 처음 울렸다. 드디어 울렸다!

이사람저사람 둘러보는 그 때 차례대로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 중, 세상에나! 방시은처럼 예쁘고 귀엽고 깜찍한 여학생이 올라타고 있었다.

─갈색교복, 배화여고 교복이다.

치마를 짧게, 교복을 전체적으로 타이트하게 고쳐 입은 소녀는 버스에 올라타다 말고 발을 멈추었다. 덩달아 뒤따라 버스에 올라타던 승객들도 발을 멈추었다.

휘나는 똑똑히 보았다.

소녀의 가슴에 장식으로 걸린 Ai 핫배지가 노란색 불빛과 함께 진동으로 사납게 울고 있는 것을! 휘나는 주머니 속에서 자신의 Ai 핫배지를 꺼내어보았다. 역시나 노란색 불빛, 소녀의 가슴에 걸린 Ai 핫배지도 노란색 불빛!

진정으로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꼭 쥔 주먹 속에서 간지럽게 느껴지는 꿈의 진동!

우린 같은 음식 “자장면”을 좋아하고, 같은 혈액형에 같은 이상형을 갖고서, 같은 책 “서영휘의 홀로가기”에 감동받았고, 같은 영화 “왕의 검”에 열광했고, 같은 노래 “훌랄라”를 즐겨듣고 있다고 Ai 핫배지는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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