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핫배지 #3

수난의 날

by 임경주

집에 돌아온 휘나는 몇 번을 망설이다가 핫라인을 연결했다. 두근두근 설렘으로 핫라인을 조심스럽게 연결한 후 숨을 깊게 마시고 침대에 누웠다.

현실과는 다르게 꿈속에서만큼은 반드시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핫라인!

컴퓨터에서부터 시작된 다섯 가닥의 핫라인이 휘나의 Ai 핫배지를 통과해 머리전체를 거미줄처럼 지배하고 있다. 이미지 스캐너라인을 비롯한 이미지 저장라인, Ai 핫배지 코드분석라인과 이미지 생성라인.

마치, 첨단의료장비를 옆에 두고 정밀검사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피곤하고 지친 몸, 상처받은 정신. 이제 서서히 잠이 온다.

1단계를 거쳐 2단계까지 얕은 잠을 지나 3단계와 4단계의 깊은 잠을 위한 워밍업이 시작된다.

장장 120분간에 걸쳐 4단계 수면이 끝나고 본격적인 20분간의 렘수면이 집중적으로 시작되었다.

휘나의 눈동자가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렘수면 상태에 돌입하는 동시에,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1/ 몽(夢)


─서기 2044년 5월 5일 오전 9시 40분 15초.

한국 빌로우 코리아 본사 제6실험실.

휘나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다섯 명의 박사들이 한 곳을 보고 있다. 직경 3미터 크기의 광자기 디스크모양(거대한 CD를 생각해도 좋다)의 타임머신 중앙에 노트북이 둥둥 떠 있었다.

시간: 2034년 3월 8일. AM10:00

공간좌표: 위도 127도 15분, 경도 37도 30분.

무작위로 10년 전, 오늘 여기로 시간과 공간을 세팅 완료했다. 시작 버튼을 누르려는 미국인 박사가 장난스럽게 손을 두드린다. 사방이 온통 은색 철판으로 벽이 마감된 차가운 실험실에는 5명의 박사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다 미국인이다.

은색 전자파 차단복장은 우주인 같고, 어울리지 않게 안경은 잠자리 안경 같아 우습다.

약간의 긴장 속에서

─버튼이 눌러졌다.

웅. 광자기 디스크모양의 타임머신이 천천히 돌아간다. 속도가 천천히 붙기 시작하더니, 굉음과 함께 굉장한 속도를 자랑하며 회전한다.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삼켜버릴 것만 같다. 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휘나도 빨려들어 가버릴 것만 같았다.

42,000rpm

최고의 회전 수치다. 긴장이 최고로 고조된 바로 그 순간이었다.

<Completion!(완료)>

사무적인 여성 목소리의 기계 음향. 모두의 눈앞에서 노트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타임머신의 회전속도도 서서히 줄어든다.

“굿!”

모두 공간모니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한 벽면을 차지하는 공간모니터에는 지하철 노선과 같은 복잡한 선이 투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곳의 중앙에서 붉은 점이 깜박인다.

뚜뚜.

계속 들려오는 신호 소리와 깜박이는 붉은 점.

꿀꺽.

누군가가 침을 꿀꺽 삼키자,

꿀꺽,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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