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핫배지 #6

코피소녀의 비밀

by 임경주




배화여고 후문 안경가게.

“차복순! 예쁜 얼굴 망가지게 뿔테가 뭐냐? 좀 다른 것 좀 골라봐. 세련되고 예쁜 거 엄청 많네. 자, 이건 어때?”

시원하게 파인 가슴에 땡땡이 레이스가 달린 하얀 색 면 티와 짧은 분홍색 캉캉이 치마.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검정색 스타킹을 신고, 머리를 질끈 묶어 넘긴 귀여운 소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분홍색 안경테를 들어올린다.

“싫어, 이게 편하단 말이야.”

차복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거울에 비친, 검정뿔테가 시원한 이목구비와 잘 어울린다.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외모에 신경 좀 써. 제발.”

“신경 쓰고 있어.”

“이게 신경 쓰는 거야? 머리도 좀 대충 묶지 말고, 교복치마도 좀 줄이고. 조끼는 이게 뭐야, 최대한 몸에 달라붙게 고쳐야 몸매가 잘 드러나지.”

“너처럼?”

“응, 헤헤. 나처럼. 하늘이 내린 몸매와 미모를 너 너무 방치하고 있는 거 알아? 복순아, 제발.”

차복순의 눈이 뿔테안경 너머로 친구의 몸을 위아래로 뒤진다.

눈 전체가 색소침착 또는 혈액순환 장애가 심하다. 색소침착이 눈 주위를 시커멓게 장악해 갈색 마스카라를 칠한 것처럼 인도 여자와 같은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구슬처럼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눈동자. 그 눈동자가 민희의 짧은치마(매우 짧은치마)에 고정된다.

“쯧쯧, 너 그러고 다니고 싶냐? 중학교 때는 얌전하던 애가 돌았나, 팔딱 까져가지고. 야! 박민희, 정신 차리란 말이야.”

“이 계집애가, 말하는 것 좀 봐? 예쁜 치마 입는 게 까진 거냐?”

“별로 안 예쁘거든? 야하거든? 넌 치마보다 바지가 더 예뻐. 정말이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서 세팅하고 나가자.”

“자꾸, 어딜 나가?”

“아, 제발! 나 좀 살려주라. 여섯 시에 약속 잡았단 말이야. 지금 나가야 해. 그 꼬락서니로 나갈 거야?”

“안 간다니까? 안 간다고 말했지. 왜 날 끌어 들이냐고. 그리고 꼬락서니? 내가 어때서? 내가 어때서?”

“알았어. 말을 말자.”

민희는 체념하듯 대답했다. 완전 소귀에 경 읽기라는 듯이.

“뚱뚱하고 아줌마 같아서 싫다며. 이상한 책이나 들고 다니고. 뭐? 목구멍 깊숙이? 그래서 다신 안 만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Ai 핫배지 그런 거 믿지 마. Ai 핫배지는 핫배지일 뿐이야.”

복순이가 동생 타이르듯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Ai 핫배지에 관심이 없었다.

“말투가 전혀 달랐어. 안녕? 하는데……. 복순아, 그거 있잖아. 뭔가 느낌이 전혀 다른 거. 친구가 대신 채팅한 게 틀림없어.”

“아이고, 그러세요? 채팅하는 데 느낌도 다 오고, 신의 경지에 올랐습니다요.”

“잠깐 얘기해 봤는데 뭔가가 있어. 무척 당당했어. 또 알아? 멋진 왕자님이라도 나올지. 호호.”

“사람은 끼리끼리 노는 거다.”

“그럼 우리는? 넌 촌스러움의 극치고 난 패션리더인데? 극과 극인 우린 왜 노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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