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핫배지 #7

오만과 편견

by 임경주

“이거? 이건 좀 맞을까?”

인성은 즉시 옷을 벗어 민희에게 건넸다. 민희는 휘나의 옷을 벗어 다시 건네준 후, 인성의 옷을 받아 입었다. 그나마 좀 맞다. 빨간색이 하얀 피부와 잘 어울린다.

“괜찮네요. 잠시 빌릴게요.”

“응.”

세 사람은 차분하게 햄버거를 먹은 후, 영화를 보기 위해 매표소로 이동했다. - 사실 휘나는 놀이공원에서 놀고 싶었다. 그러나 쌍코피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했다. 인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 올해 이천만 관객을 돌파한 화제의 국산영화 <막둥이의 모험>이었다.

휘나와 인성이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는 동안 민희는 사람들에 섞여 소파에 앉았다. 사람들 틈에서 민희는 유난히 눈부시다. 휘나와 인성은 번갈아 고개를 돌려 민희를 보았다. 인성의 트레이닝복에 치마가 가려져 하의가 실종 되었다. 가방으로 허벅지를 가리고 있는 모습이 더욱 귀엽고 예쁘다.

휘나와 인성, 두 사람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참 귀엽고 예쁘다. 완전 미소녀다.’

인성은 표를 끊는 휘나의 얼굴을 보았다. 무척 들떠 있는 얼굴이었다. 멍청한 녀석아, 저 년은 여우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데, 어찌하다 보니 민희가 두 사람 가운데 앉게 되었다. 민희가 팝콘상자를 들고 있는데 세 사람의 손이 들어왔다 나갔다하며 가끔 부딪힌다. 거기에다 민희는 직접 팝콘을 집어 휘나의 손에 얹어주기도 한다.

황홀한 만큼, 과연 2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참으로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휘나는 뭘 보았는지 머리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 민희의 부드러운 손 감촉만 남아있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한 달은 가슴이 따뜻할 거 같아.”

영화가 끝나고 나오며 휘나가 말했다.

“맞아.”

인성이 맞장구친다.

“주제곡이 귓가에 아른거려요.”

민희도 수줍게 말하며 작은 머리를 끄덕였다. 주제곡을 용케 기억해내며 흥얼거리자 인성과 휘나가 오우! 하며 감탄한다.

진정으로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는 한 달 간 가슴을 뿌듯하게 하지 않은가. 귓가에서 주제곡이 떠나질 않으며.

가슴 뿌듯함과 함께 집에 돌아가는 버스 정류장에서도 민희는 휘나에게 무척 다정했다.

“오빠, 휘나 오빠. 우리 다음에는 놀이공원에서 만나는 거 어때요?”

“으, 으응? 놀이공원? 놀이공원, 좋지. 좋아. 원래 오늘 갈려고 했었는데.”

휘나는 지금 이 순간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아 말을 더듬었다.

“아, 다음에 꼭 가요.”

“으, 으응!”

인성은 휘나를 또 보았다. 기분이 몹시 좋아 보이고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휘나의 그런 모습, 인성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저 년은 여우라고 더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은근히 질투가 나기도 했다.

“참, 오빠 옷 돌려줘야지.”

민희는 옷을 벗어 인성에게 돌려주었다. 옷을 벗으니 가슴에 코피를 쏟은 흔적이 보기 흉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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