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미안해? 그래, 입술에 침 한번 바르지 않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구나. 그동안 짝꿍으로 앉아있으면서, 날 얼마나 비웃은 거냐! 숙제랑 컵라면 심부름까지 다 시켜 먹으면서 말이야!
그래, 넌 짱이고 난 너의 빵돌이니까!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휘나의 배신감과는 달리 인성은 조금 미안했다. 처음부터 말했어야 했다. Ai 핫배지가 울린 사실을 밝히고 민희랑 사귀게 되었다고 말했어야 했다.
인성은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된 이상, 딱히 무어라 할 말도 없었다. 쳇! 멍청한 녀석이라고 한숨만 내쉴 뿐이다.
눈에 눈물이 고이자 재빨리 고개를 돌려 눈물을 숨기던 휘나는 민희와 눈이 마주쳤다. 민희는 순간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휘나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온다. 휘나는 민희가 가까이 다가오자 더욱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꼭 현실이 된다.
민희가 소리치고 성질을 부리며 인성을 옹호한다.
“오빠가 왜 미안해? 오빠가 왜 이 오빠한테 미안하다는 소릴 해야 하는데!”
달콤한 키스가 유리창 깨지듯 와장창! 깨져 산산조각 나버려서일까? 휘나를 향한 민희의 독설이 작렬한다.
“눈치껏 해야 하는 거 아냐? 바보야? 사람이 좀 그 모양이면 눈치라도 있어야 할 거 아냐! 인성오빠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독하다, 독하고 모진 소리다. 민희의 인상도 내뱉는 말만큼 독하게 변해있었다.
“미, 미안해…….”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내가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
‘내가 뭘 잘못했지?’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죽을죄를 진거야! 알아?”
우리……. 그래, 우리.
휘나는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처음부터 내게는 전혀 맘이 없었던 거지. 그래, Ai 핫배지만 아니었어도…….
나도 착각하지 않았을 거야. 인성이 놈 때문에 억지로 만나주는 것도 힘들었겠지. 이제 알겠어,라고 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안하다. 죽을죄를 지었어.”
휘나는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섰다.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이를 악물며 참아 세웠다.
그리고……. 걸었다.
무작정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쇼윈도에 비친 불쌍한 비만아.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거리에 울려 퍼지는 슬픈 유행가.
자장자장
엄마 닮은 자장가
바람결에 실려 오네요
아픈 나를 포근히 안아주네요.
이젠 잠이 오네요.
나 울음 참을 수 있어요.
그대 행복한 모습 앞에서도 웃으며 잠들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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