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도의 주인공
복순이는 일류대학의 꿈이 자신의 꿈인지 엄마의 꿈인지 문득 헷갈렸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한동안 뒤척이던 복순이는 핸드폰 조명을 켜고 머리맡의 감동주머니를 재생시켰다. 사진과 함께 그때의 냄새가 피어올랐다. 갈매기 소리와 철썩이는 파도소리도 재생되었다. 민희와 중학교 수학여행 때 바닷가에서 담은 장면이었다. 민희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다.
“계집애…….”
한참 동안 사진을 보던 복순이는 갑자기 가방 속에서 핫배지를 꺼내어 보았다. 핫배지를 네 개씩이나 가지고 다니는 민희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어디서 떨어진 거지? 그 아줌마 건가?”
진동은 꺼졌지만 파란색 불빛은 여전히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5/ 현(現)
우리의 영혼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아마도 이것은 해답을 찾지 못할 영원한 질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사랑은 잠시 교환한 눈빛에서도 시작되고, 가벼운 말 한마디에서도 시작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에서도 시작된다.
다시 한번 묻자,
우리의 사랑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장 근접한 답은 아마도…….
심장일 것이다.
휘나는 곧장 건강 체크 의뢰시스템에 접속했다. 유리벽 안에 샤워시설처럼 생긴 이 웰(Well)이라는 기계에 알몸으로 들어가면 혈압과 뇌파, 순환계와 소화계, 신경계, 뼈 상태와 체지방 비율을 체크해 온라인을 통해 의사에게 전해진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건강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악몽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놀란 가슴은 두근거리고 온몸에 힘이 없다. 몸의 힘을 누군가가 모두 빼앗아 가버린 것만 같았다.
<아이디를 입력하세요.>
시스템의 지시에 따라 로그인한 후, 각 장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착용한 후 몸 상태를 점검받았다. 알몸을 내려다본 순간, 참으로 한심하게 보인다. 이건 사람이 아니라, 숫제 고기 덩어리가 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오른쪽 어깨에 혈압측정기를 착용하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윙 하며 어깨를 조여 온다.
<혈압은 수축기 140에, 확장기 90으로 고혈압입니다. 혈액순환계 기능 원활하지 않습니다.>
고무망치가 작동하더니 휘나의 무릎을 살짝 두드린다.
<신경계 정상입니다. 근골격계 극히 정상입니다.>
미세한 전류가 온몸에 흐르기 시작했다.
<뇌심혈관계 스트레스성 대처능력이 다소 부족합니다. 체지방 비율이 상당히 높아 비만이 심한 상태입니다. 더 자세한 의사 온라인 상담과 치료를 원하시면, 온라인 전송을 클릭하세요.>
사무적인 기계음이 끝났다. 여기서부터는 결재가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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