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영(靈)
상대는 한숨인지, 비웃음인지 구분할 수 없는 숨을 연속 토해내며 고개를 숙인다. 단비는 기회다 싶어, 수직으로 세운 검을 꼭 쥔다. 발을 힘껏 박차며 상대를 향해 돌진한다. 목을 향해 검을 한 번 횡으로 긋는다. 물론 허수다. 상대가 물러서자 건너편 식탁 위를 공중제비로 뛰어넘으며 뒷덜미를 잡아챈다. 그러나 상대는 괴력의 소유자였다. 벗어나기 위해 오른팔을 뒤로해 단비의 손목을 단단히 잡아 꺾는다. 그러나 손목 잡아 꺾기는 단비의 주특기다. 꺾이기 바로 전, 역류의 원리로 상대의 힘을 역이용한다. 단비는 합곡혈(*合谷穴, 검지와 중지사이의 깊게 파인 혈도, 인체의 급소 중 하나)을 먼저 눌러 일시적으로 상대의 힘을 무력화시켰다.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번에는 단비가 상대의 손목을 꺾는다.
금나수(*擒拿手, 손목 제압술), 단비의 주특기다.
그러나 상대도 만만치 않다. 그대로 앞으로 달려가 버리니, 단비는 상대의 손을 뒤로 꺾은 채로 식탁 위에서 내려와 따라 달린다. 왼팔에서 고양이가 솟구쳐 올라와 어깨를 타고 단비의 손등을 물어뜯으려 한다. 단비는 깜짝 놀라 손을 놓았다. 상대는 다시 여유 있게 뒤돌아선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옆에 있는 의자를 집어 들어 냅다 던져버린다. 의자는 회전과 함께 굉장한 힘과 속도로 날아왔다. 그러나 단비는 꼼짝하지 않고 의자를 노려본다. 동시에 고양이가 상대의 어깨에서 내려와 다시 왼쪽 소매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는 것까지 본다. 단비는 의자를 코앞에서 잡아 뒤로 살짝 물러나며 두 바퀴 회전과 함께 속도와 힘을 흡수해 다시 냅다 던져버렸다.
부웅, 하고 긴 체공시간과 함께 의자가 포물선을 그리며 상대의 얼굴로 향한다. 단비는 발을 박차, 그대로 돌진한다. 고양이의 꼬리가 소매 속으로 사라지는 그때, 야옹! 하며 대포처럼 다시 터져 나와 의자다리사이를 통과해 단비의 얼굴을 향해 날아온다. 성난 고양이의 얼굴과 날카로운 이빨 뒤로 상대의 움직임이 흐릿하게 보인다. 의자를 옆으로 살짝 피한 후, 찌르기로 공격해 들어온다.
“젠장!”
고양이를 벨 수 없는 상황이다. 고양이를 베는 즉시 놈의 공격에 당한다! 단비는 왼팔로 안면을 보호하며 그대로 뚫고 들어가 상대를 맞이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크악!”
고양이는 단비의 머리와 뺨에 발톱을 깊게 박고 달라붙어 왼손 목에 날카로운 이빨을 박았다. 그러나 진짜 공격은 다음이다. 상대는 정확하게 목을 찔러 들어오고 있었다. 무서운 속도다. 검을 빼지 않고 검 집을 통째로 찔러 들어오는 것이지만 제대로 맞으면 목뼈가 부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최하 식물인간이다.
단비는 즉시 발을 박차, 몸 전체를 옆으로 회전해 피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으로 보법에서 몸이 이탈해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그러나 단비의 속임수였다. 단비는 회전과 함께 넘어질 것 같다가 물고기처럼 바닥을 박차고 솟구쳐 올라, 상대의 정수리를 향해 검을 내려친다.
그러나 까앙, 하는 소리와 함께 공격은 막혀버렸다. 상대는 귀찮다는 듯이 단비의 검을 쳐내버렸다. 다시 한번, -얼굴의 고양이를 잡아 떼 내던져버리고- 까앙! 하며 스파크와 함께 검과 검이 부딪힌다. 열 십(十) 자로 교차되어 서로 힘을 겨룬다. 상대는 딱 방어할 만큼만 검을 뽑아 막아내는 상태다.
힘겨루기에서 단비는 밀린다. 쇠비린내와 피비린내가 역겹게 진동한다. 하아, 단비의 입에서부터 나온 숨결에 의해 검(劍)은 흐려졌다가 습기가 날아가며 다시 거울처럼 맑아진다. 단비의 고른 치아와 예쁜 입술을 반사시키고 빛을 퉁겨낸다.
단비는 상대를 앞으로 밀치고, 그 반동으로 침착하게 뒤로 물러섰다. 아빠에게 배운 불(火)의 상단 세(勢)를 잡는다.
상단 세는 물러섬이 없다.
일격이 실패하면 죽음을 받아들이고, 한 번 내려침에 삼천지옥까지 베 버리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실어 검을 머리 위로 바짝 세운다.
목숨을 건 싸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예쁜 눈을 부릅뜨고, 적을 노려본다.
순간, 단비의 상단이 무너졌다.
단비가 상단을 잡자, 상대는 한 손으로 제 머리를 부여잡고 무릎을 털썩 꿇는다. 표정을 보아하니, 지독한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입에서 침이 질질 새 나온다.
“뭐야? 왜 그러는 거야!”
단비는 소리치며 다시 엉성하게 상단을 잡았다. 폭주일 가능성이 컸다.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전진보법으로 앞으로 조금씩 꿈틀꿈틀 나아간다. 살짝 고개를 숙여, 중절모 아래 숨겨진 상대의 얼굴을 보려는 그 때다.
상대는 긴 한숨과 함께 벌떡 일어나 고개를 좌우로 풀더니, 단비처럼 상단을 잡았다. 검을 뽑지 않은 상태로 상단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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