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奇)와 혈(血)의 시대 #6

수집가

by 임경주

2/돈 되지 않는 것들


단비는 선배가 소개해준 수집가의 집을 찾아갔다. 대문부터 화려하고 육중한 것이 대단한 부자임에 틀림없었다. 선배는 지지리도 못사는지라, 수술비는커녕, 병원에서 쫓겨날 판이었다.

─돈에 집착하던 광적인 모습.

단비는 한숨과 함께 들고 온 짐을 내려다본다. 기인소년의 엉덩이와 그 어미의 머리가 담긴 용기다.

단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벨을 꾹 눌렀다.

무장한 경비를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수집가의 집은 별천지였다. 잔디가 곱게 깔린 운동장 같은 마당에는 국보급과도 견줄만한 귀부(*龜趺, 거북이 등에 용머리 석상)와 사신석상이 곳곳을 지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소나무가 너무도 건강하고 예뻤다. 무장경비원들 다섯 명이 지키고 있는 마당을 가로질러, 거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단비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이 턱 막혀왔다.

아쿠아리움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한 수족간이 벽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상어의 몸을 달고 있는 금발의 여인이 헤엄치고 있었고, 그 뒤를 거북이의 몸을 가진 일각돌고래가 뿔을 앞세우고 따르고 있었다.

한쪽 벽에는 사각철창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안에는 구획이 나누어져있었고, 여러 기인들이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반대 벽은 기인들의 신체가 담긴 알코올용기들로 가득했다.

“이 놈은 기인도 아니지만, 특이해서 고가에 사들였지.”

파이프담배에 불을 붙이며 수집가는 말한다. 수집가가 말하는 동물은 바로 거북이의 몸을 달고 있는 일각돌고래였다.

수집가는 원형탈모로 인한 소갈머리 없는 곱슬머리에 한쪽 눈만 유별나게 컸다. 또 두 팔이 무릎에 닿을 정도로 기이한 체모를 갖고 있었다. 진짜 기인이 따로 없었다. 숲 속에 있으면 기인으로 알고 목을 벨 정도였다.

수집가의 머리 뒤로 큰 액자가 벽에 걸려있는데, 별 네 개의 사성장군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단비를 내려다본다. 가만 보니, 수집가와 많이 닮았다.

“응? 우리 형이야. 이 나라 합참의장님이시지. 곧 지하세계를 일망타진한다고 하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 자, 물건을 볼까?”

단비는 점점 구토가 밀려왔다. 철창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가 역겨웠다. 더부룩한 속은 얼굴에 나타나고 말았다. 수집가는 단비의 표정을 보더니, 웃으며 말한다.

“우리 집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다 불편해하더군.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단비는 헛기침을 하며 용기를 꺼내어 보였다. 내용물을 확인한 수집가는 인상을 찌푸린다.

“많이는 못 주겠어.”

단비는 어서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수긍하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수집가는 단비에게 현금을 세어 건네주었다. 돈 세는 것을 살짝 보니, 딱 다섯 장이었다. 그것도 십만 원 권 지폐로.

“자, 50만원. 하나 당 25만원 쳐준 거야.”

단비는 50만원을 받아들었다. 오래도록 손을 내려다본다. 두 생명이 50만원…….

“왜? 너무 많아?”

수집가가 묻는다. 단비는 아니에요, 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하며 돌아서 나가는 그 때, 수집가는 사진을 두 장 꺼낸다.

“이놈이나, 이놈을 산채로 잡아와. 이놈, 지하세계의 신(神)이라 불리는 <토울>은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이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50억까지 때렸다지? 난, 더 줄 수도 있어.”

한 장은 커다란 갑각날개와 머리에 긴 더듬이를 달고 있는 <토울>이라는 남자였고, 한 장은 아빠의 사진이었다. 순간, 단비의 눈이 붉게 충혈 된다.

단비는 침착 하자, 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여기서 더 머물다간, 이 수집가를 상대로 살인을 일으킬 것만 같았다. 단비는 다혈질에 매우 충동적인 성격이다. 누가 건들면 참지 못한다. 사촌형제들도 그랬고, 선배들도 단비를 건드리다가 절반 죽을 정도로 얻어맞았다. 그러나 액자 안의 사성장군을 보니, 침착해진다.

이놈을 죽여 버리면, 엄마는 어떡한단 말인가.

참자, 참아야하느니라 하며 뒤돌아 빠르게 걸어가는 그 때, 수집가는 철창 안의 한 기인을 잡는다. 철창 안에서 한 기인이 거칠게 반항한다. 단비는 걸음을 멈추고 수집가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왜? 이놈들 교미시키는 거 보고 갈 거야?”

단비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캥거루의 몸을 달고 있는 기인은 수집가에게 목을 붙들려 강제로 주사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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