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귀
3/세월의 영(靈)
도봉산 아래, 한국기인사냥꾼연합회 소속의 사냥꾼들 300여명이 모였다.
그들을 이끄는 리더를 포함해 30명은 드릴그레이더라는 특수 장비에 올라타 있다. 드릴그레이더는 지하세계의 기인들을 사냥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장비이다. 전방에 설치된 육중한 송곳 같은 드릴로 인해, 땅을 뚫고 들어가는 속도는 무려 시속 15킬로미터를 자랑한다. 초음파탐지기는 앞을 가로막는 금속과 바위조직의 내부까지를 식별해내기에 정면 돌파와 우회를 빠르게 결정한다.
이번 토울 사냥에 투입된 드릴그레이더는 모두 30대이다. 소형마이크로 제작된 개개인의 통신장비를 비롯한 방독면기능이 합쳐진 야간고글과 개인화기와 크로스보우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세계사냥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반인반수들을 상대로 고문을 통해 알아낸 비밀통로라고 해도, 굴은 미로처럼 복잡해, 길을 잃기 일쑤인데다가 체내의 독을 자유롭게 다루고 그 독을 채취해 모아두었다가, 살포하는 기인들과 희귀기인들이 그들의 세계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단비는 무척 들떠 있었다. 오늘, 수집가들이 천문학적인 가격을 제시한 지하세계의 신(神)이라 불리는 <토울> 사냥의 날, 어쩌면 아빠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
개미집의 통로를 따라 여왕개미를 찾아가듯, 드릴그레이더를 앞세우고 지하로 향한다. 10미터도 못 들어가서 길은 수십 개로 나뉘었다. 사냥꾼 300명은 10명 씩 30개조로 나뉘어, 한 대의 드릴그레이더 뒤를 따라간다. 굴 안으로 한 번 들어서면, 길이 복잡하게 나누어지기 때문에 다른 조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죽으나 사나, 각 조끼리 위험을 해결하고 지하세계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하세계 사냥에서 살아남은 사냥꾼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사냥꾼들은 과정을 즐겼다. 계속 도전하는 것이다. 지하세계를 사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냥꾼의 길이라며.
세월의 흐름 따라 장비도 업그레이드되고, 고문을 통해 알아 낸 정보도 많아졌지만 지하세계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오늘, 또 다시 죽음을 각오하고 여기에 모인 사냥꾼들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딛는다. 30대의 드릴이 땅을 파고 들어가는 소리가 산을 깨운다.
단비는 19조에 배속되었다.
드릴그레이더의 이동은 순탄했다. 이미 한 사람이 편하게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굴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단비는 후미를 맡았는데, 뛰어난 감각을 인정받은 이유 때문이었다. 야간고글에서 뿜어내는 라이트와 손전등이 비추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잡았다가 놓쳤다.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빨려들듯 사라져버렸다.
“모두 조심하세요.”
단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얀 고양이 뚱이 갑자기 어둠 속으로 달려가 사라져버린다. 모두 초소형통신장비를 이어폰처럼 착용하고 있기에, 드릴그레이더의 소음에도 단비의 목소리가 똑똑하게 들린다. 드릴그레이더가 멈추었다.
“무얼 봤어?”
19조 조장은 드릴그레이더에서 내려 뒤돌아 단비를 향해 큰소리로 묻는다. 드릴이 멈추어 조용한 상황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네 같았어요.”
단비의 말에 누군가가 소리친다. 약간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자이언트 센트 피드야!”
바로 그 순간, 드릴그레이더 천장 위로 무엇인가가 떨어져 내렸다. 불빛이 모두 한곳에 집중되었다. 천장위에는 거대한 지네의 몸을 달고 있는 남자가 낫처럼 생긴 커다란 양손을 세우고 있었다. 곧바로 불빛을 피해, 천장을 타고 도망친다. 지네꼬리가 불빛에서 사라진다. 사냥꾼들은 즉시, 산탄총을 빼들어 사격했지만 이미 늦었다. 흙가루와 요란한 소리만 맴돌 뿐, 지네기인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젠장!”
19조장은 손전등으로 여기저기를 비추어본다. 바로 그 때다. 전방에서 쉬액! 소리와 함께 커다란 낫 같은 것이 얼굴에 뿌려지는 가 싶더니, 19조장은 맥없이 벽에 박혔다.
지네의 발톱 다섯 개가 오른쪽 귀와 목, 가슴 그리고 복부와 허벅지를 뚫고 들어가 왼쪽으로 빠져나와 벽에 박힌 것이다. 19조장은 그대로 축 늘어진다. 발톱이 빠져나오자, 연체동물처럼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발톱 하나가 다시 머리를 박는다. 플래시가 방향을 잃고 아무 곳이나 비춘다. 지네는 적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19조장의 목을 잘라 발톱에 박은 상태로 위협하며 공격한다. 사냥꾼들은 놀랄 새도 없다. 거대 지네의 몸은 천장에서 꿈틀 거리며 아래로 사냥꾼들을 공격한다.
머리, 저놈의 머리. 머리가 눈앞에서 춤을 춘다. 19조장의 머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린다.
콰각, 콰가각, ─사냥꾼들이 일제히 뽑아 휘두르는 칼은 벽을 가르고 바닥을 긋는다. 공간은 좁고 적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 탓이다. 크로스보우가 타깃을 피해 천장에 박힌다. 순식간에 7발이 발사되었다. 급한 마음에 마구 발사한 것이다. 쾅, 유탄이 발사되어 벽이 무너져 내린다. 유효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너져 내리는 흙가루 속에서 발톱이 날아온다. 순식간에, 다섯 명의 머리와 가슴이 발톱에 꿰뚫렸다. 바닥에 착지해 계속 바쁘게 움직이는 지네의 발에 따라 꿰뚫린 채로 수난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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