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들의 신(神)
다행히도 식인귀는 민달팽이를 새끼까지 모두 잡아먹은 후, 어두운 숲 저편으로 사라졌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뚱이가 살금살금 기어와 단비의 품으로 파고든다. 털에 이슬을 머금어 차갑다. 사방에서 고양이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야옹, 야옹하며 아기처럼 운다. 형광등처럼 발광하는 두 눈이 사방에 깔려있다.
아빠를 소리쳐 부르고 싶었지만, 식인귀가 들을까봐 소리조차 낼 수가 없었다. 단비는 뚱을 안고, 서서히 의식을 잃어간다. 벗겨져 바닥을 구르는 고글은 여전히 녹화 중이다. 빨간 점과 함께 문자가 계속 깜박거린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단비의 몸 위로 흡사, 헬리콥터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거대한 갑각날개가 폭풍을 일으키며 내려온다. 고운 남자의 손은 단비의 머리를 감싸준다. 긴 더듬이가 단비의 뺨과 이마를 더듬는다.
장수하늘소기인(*장수하늘소, 천연기념물 제218호), 기인들의 신(神)이라는 <토울>이었다.
인상을 잔뜩 쓰고 있던 단비의 얼굴이 환하게 펴진다. 소리 없는, 마법과도 같은 주문소리가 숲에 울려 퍼진다.
고백하세요,
고백이 되면 잊을 수 없겠지요.
당신은 이 세계의 모든 사념을 끊고, <세월의 영>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단비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이었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삼국지의 장비를 닮은 남자가 데리고 왔다고 한다. 단비는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단비는 일을 때려치워야겠다고, 마음의 결정을 확실하게 내렸다. 온 몸에 여드름이 난 것처럼 종기가 생겨났다. 천연두 같았다. 수컷고양이들이 심어둔 정자가 몸 안에서 썩으며 살이 곪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에서는 옴이라고 했다. 진드기들이 피부 안에 알을 깐 것이라며 약물과 주사기를 주었다.
부스럼이 일어난 곳에 직접 주사바늘을 꽂고 약물을 투입해 하나하나 잡아야 한다나. 단비는 천연두를 앓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답답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얼굴은 왜 이렇게 귀엽고 예쁜 걸까…….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단비의 얼굴을 보고 또 본다.
하늘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 했다. 천연두 같은 상처가 기적처럼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병원 정문을 나서는 그 때, 알림판에 붙어 있는 광고를 본다.
기인들로 인한 각종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지키며, 기인사냥꾼들의 무차별한 사냥을 규제하고 사체처리 및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국가특별기관으로 군(軍)아래 기인전담반을 창설한다는 내용이었다.
특별채용과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된 기인전담요원에게는 경찰과 동등한 권위를 주고, 공무원 9급에 해당하는 연봉을 제시한다고 명기되어 있었다. 단, 나이제한이 있었다.
파동 이후, 쿠데타로 새롭게 권력을 잡은 군부세력은 기인사냥꾼들의 무절제한 사냥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확인했다. 특이한 전유물을 고가에 팔 수 있도록 경매환경도 부추겼다.
음식은 완성되자마자 곧 부패하듯이, 권력 또한 이와 마찬가지였다.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권력을 쥐게 된 자들은 곧 부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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