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수집가는 파이프담배에 불을 붙여 깊게 빨아들인다. 그리고 연기를 한숨처럼 내뱉는다.
“그래서, 고양이놈을 잡을 방법이 있다고?”
“네.”
덩치가 남산만큼 큰 남자는 꾸벅 인사하며 자신 있게 큰 소리로 대답한다. 철창에서 들려오는 불쾌한 소리를 애써 무시하기 위함이었다.
수집가는 거구의 남자가 하는 설명을 다 들은 후, 한숨을 내뱉는다. 고글에 녹화된 <토울>을 계속 돌려보며 입맛을 다신다.
“고양이 놈의 딸이란 말이지. <토울>의 신도들과 전쟁 이후로, <토울>과 접촉한 유일한 인간이겠군. 뭐,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해봐. 하지만 난, 탐탁지 않아. 자네가 반인반수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그놈들은 말이야……. 아냐, 아냐. 알았어, 좋아. 일단 선수금으로 10억을 내주지. 또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나도 앞으로 부탁할 것이 많아 질 것 같아. 서로 협조하자고. 하지만 잊지 마, 누구 덕에 천박한 사냥꾼에서 국가요원에 팀장이 되었는지를 말이야.”
남자는 다시 한 번 꾸벅 인사하고 물러난다. 불쾌한 소리가 들려오는 철창으로 눈이 저절로 돌아가지만, 애써 모른 척 한다.
“그나저나, 저놈 참 잘 하네. 토울을 잡아다가, 저렇게 교미 한 번 시켜봤으면 좋겠다. 돈은 10분 뒤에 입금 될 거야.”
수집가는 철창을 바라보며 말한다. 하얀 담배연기가 철창 안으로 내뿜어진다. 거구의 남자는 멈추어 서서 수집가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본다.
캥거루기인은 눈이 풀린 채로 여전히 교미 중이었다.
***
“으, 으……. 으아아아악!”
단비의 신음소리 같은 비명에, 고양이 뚱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다.
“젠장!”
단비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담배부터 찾아 물었다. 베개와 침대시트가 흠뻑 젖어있다.
단비는 잠이 들면 항상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개의 꼬리를 달고 있는 회색멜빵반바지의 기인소년은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먹을 것을 찾아왔을 뿐이라고.
그러나 단비는 거대한 고양이로 변해 소년의 목을 물어뜯어먹는다. 소년은 목을 뜯기면서도 애절한 눈빛으로 단비를 바라본다.
우리는 같은 인간이라며…….
단비는 그 눈을 애써 피하며, 새끼들을 낳는다. 번데기처럼 잔뜩 부풀어 오른 배 끝에 세로로 긴 알집이 줄줄 매달려 있다가 부화하며 쏟아지고 있었다. 단비는 출산의 고통으로 기진맥진해져 소년을 계속 물어뜯어 먹는다. 고양이새끼들은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오늘도 같은 꿈이었다.
기인소년의 목을 날려버린 현실과 <토울> 사냥 때 겪었던 끔찍함은 악몽이 되어 단비를 줄곧 괴롭혀왔다. 단비는 항상 악몽이 두려웠다.
온몸을 덮고 있는 붉고 노란 종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고양이로 변할 것만 같았다. 기인임을 인정하지 않고, 내부를 다스리지 못하면, 고양이들에게 잡혀 먹힐 것만 같아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단비는 반인반수의 기인들이 다시 보였다.
세월의 영(靈, *이 글에서 폭주의 원천인 ‘세월의 영’은 광범위한 뜻을 함축하고 있다. 그 핵심은 불교에서 말하는 業, 즉 까르마,Karma이다. ‘세월의 영’은 타파해야 할 인습, 원인과 결과, ‘*마귀의 거울파편’, 주체와 객체, 일자와 타자, 즉 개인과 사회의 갈등에서 빚어지는 마찰로 인해 저절로 배설된 사념이며 환경이자 상황이다. 여기서는 기인임을 인정해야 하는 비참한 현실과 그것을 인정할 수 없는 삶의 집착으로 해석한다. 기인들은 지키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정상인의 삶과 정에 집착할수록 폭주 가능성이 크다)을 이겨낸 그들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세월의 영>을 극복했다. (단비의 아빠는 뇌수술을 통해 해마의 장기기억 일부를 되살렸지만 대부분의 반인반수들은, 속세를 떠나 세월의 영을 스스로 극복해냈다.)
자신을 잃지 않고, 자신의 반쪽들을 부리며, 이 지독하고도 처절한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새로운 삶을 지키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단비는 기인임을 인정하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모호한 상태를 유지하며 고양이들과의 관계를 지켜나갔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주사바늘을 종기에 꽂고 약물을 주입할 때면, 눈치가 보였다. 수컷들이 또 몰려올 것만 같았다.
단비는 두려웠다. 차라리, 날카로운 가시로 뒤덮인 고양이의 다리라도 달고 있다면 쉽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단비는 고양이기인임을 인정하면서도 인정하지 못했다. 아빠가 말한 <세월의 영>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단비는 <세월의 영(靈)>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 오늘도 역시나,
─저놈의 고양이들이 주위를 뱅뱅 맴돈다. 제 놈 종자들이 곧 부화할 것이라 믿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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