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奇)와 혈(血)의 시대 #10

갑각날개

by 임경주

다음 날, 단비는 아빠친구 강석태팀장을 찾아갔다.

기인전담반 시청중앙지구 건물에서 제3팀 건물을 찾아 안으로 들어서니, 장비를 닮은 거대한 사내가 부하들에게 불호령을 내리고 있다.

사내는 문 앞에 서있는 단비를 발견하고, 얼굴표정이 확 바뀌었다.

“어서 오너라!”

혼나고 있던 사내들도 모두 단비를 본다. 모두 다섯 명이었다. 단비는 그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발가벗은 것만 같았다. 팀장인 아빠친구는 단비의 어깨를 감싸주며 안으로 안내해준다.

단비는 이 아저씨가 정말 편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아빠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아빠는 아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단비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차례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바뀐 것 같구나.”

“네.”

“무슨 계기라도 있었니?”

단비는 활짝 웃었다.

“고백은 진실한 거겠죠?”

“고백?”

“네, 고백이요.”

“고백이라……. 그렇겠지? 흠흠, 진실 그 자체겠지.”

팀장은 목이 메어 헛기침을 해댄다.

“앞으로 제 삶이 고백이 되었으면 해요. 고통 받는 그들에게 말이죠.”

팀장은 속 좋아 보이는 웃음을 과장되게 짓는다.

특별채용이 결정되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17살의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이고, 퇴보 할대로 퇴보한 마구잡이 인사정책이었다.

단비는 기인전담반시청중앙지구 제3팀에 배속되었다. 강석태팀장 아래 단비를 포함한 6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었다.

중앙지구 제3팀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썩은 사체들을 찾아 묻어주었다. 땅주인과 협의를 거친 다음, 포클레인을 불러 땅을 깊게 판 후, 팔과 다리를 양쪽에서 붙잡고 흔들어 던지면 썩은 사체들은 고깃덩어리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그 위로 흙더미가 덮어졌다.

사체를 묻는 현장에 팀장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팀원들을 믿고 맡기는 것이라며…….

단비를 비롯한 3팀 요원들은 신종전염병이 도는 지역을 찾아다니며 방역을 실시하고, 기인들로 인한 시골농가와 축가의 피해사례를 조사했다. 기인들을 향한 사회여론을 설문지로 조사해보니, 그래도 30퍼센트가 발견 즉시 사살이었다. 12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기인을 향한 시선이 많이 바뀐 것이다. -12년 전만해도 발견 즉시 사살이 99%를 차지했다.-

그러나 단비의 예상대로, 기인전담반요원이라 해도 사냥꾼과 같은 돈벌이 행위는 근절되지 않았다. 부패한 권력자들의 느슨한 대처는 기인사냥을 더욱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제3팀은 식인귀와 부딪혔을 때를 대비해 강도 높은 훈련까지 소화해냈다. 훈련을 끝낸 어떤 보람찬 하루, 동료들이 술을 사주었다. 단비는 술맛이 좋았다. 그날 많이 마셨다. 그날, 변기통을 붙잡고 하루를 보냈지만, 단비는 술이 좋아졌다. 특히 맥주가 좋았다. 더불어, 담배도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시 또 골초가 되었다.

단비는 점점, 활발해졌고 생기를 되찾았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았다.

기인도 아닌, 혈인도 아닌, 이 미친 세상과 죽은 자들을 향한 속죄하는 마음과, 연민의 정이 쌓이면 쌓일수록 고양이의 두려움은 점점 사라져 갔고, 통제하는 힘은 더욱 강해졌다.

물론, 항상 의문이 따라다녔다. 회색멜빵반바지의 기인소년……. 그 눈, 우리는 같은 인간이라고 간절하게 말하던 그 눈…….

‘속죄……. 과연 난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까? 아빠는…….’

단비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과연 속죄 받을 수 있을까?

더 늦기 전에, 속죄의 삶을 살아 가리라던 아빠……. 우리, 다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날은 반드시 올 거라던 아빠…….

결국 속죄라는 것은, 속죄의 삶만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아빠를 만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아빠에게는 아빠의 삶이 있고, 자신에게는 자신의 삶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물론, 그 귀결점은 속죄의 삶일 것이다.

단비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돈을 열심히 벌어 저축해야만 했다.

단비는 바쁜 일상 속에서, 꿈이자 오직 단 하나의 목적인 피아노와 점점 멀어졌다.

─그렇게 2년이 흘러, 단비는 19세가 되었다.

2년 동안 일주일에 두 번 씩 팀장은 집을 찾아왔다. 항상 아빠의 안부를 물었고, 엄마를 걱정해주었다.

단비는 그게 너무도 고맙고, 감사해 정말 잘해야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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