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세계외전(外傳), 연기의 신(The Smoky God)
현장에 돌아온 단비는 즉시 새끼를 풀어, 어미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민달팽이의 포효가 잦아든다. 비로소 난동이 멈췄다. 새끼는 꾸물꾸물 기어 어미 품으로 들어간다. 어미 품에서 온 몸을 바르르 떨더니, 광물을 한 덩어리 배설한다. 보라 빛이 은은하게 퍼진다.
선물이었다. 단비는 느낄 수 있었다. 재빨리 챙기면서, 소란을 떤다.
“자자, 길을 터 주자고! 자연으로 돌려보내야겠죠? 잡아도 처치곤란, 골치 아프잖아요.”
팀장은 단비가 광물을 챙긴 것을 보며, 눈을 찌푸린다. 그냥 눈감아주며 요원들에게 명령한다.
“모두 길을 터 줘!”
팀장과 단비는 앞서서 민달팽이의 길을 터 주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25,000명의 긴 대열,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한 선수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달리던 마라톤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멈추어 선다. 선수들은 민달팽이를 보지 않고, 손목에 걸린 핫브레이슬릿의 초시계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뱉는다. 오늘도 기록갱신 실패했다며…….
민달팽이는 새끼와 함께 남산을 향해 꾸물꾸물 기어가더니, 잠시 후 땅을 파고 들어가 그 모습을 감추었다.
민달팽이의 난동으로 서울역거리는 큰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처참했다. 지진에 폭탄까지 맞은 것 같았다. 맥도널드 간판과 함께 한쪽 모퉁이가 깎여버린 25층 건물의 잔해와 푹 꺼진 도로. 폭파되어 불타오르는 헬기의 잔해. 그리고 장난감처럼 뒤집어진 차량들이 경고음을 계속 터트린다. 거기에다 핫브레이슬릿이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어 제친다. 민달팽이의 이상유전자로 인한 반응이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위험을 무릎 쓰고 건물 잔해 속에서 민달팽이 똥을 뒤진다. 달팽이는 먹은 것을 그대로 항문을 통해 내뱉는다. 이상유전자로 거대해진 민달팽이는 입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 생활한다. 그래서 가끔씩 희귀한 광물을 항문으로 내뱉었다. 또 그 때 만들어지는 길은 야생화 된 기인들의 이동통로가 되기도 한다. 그 통로 끝에는 기인들의 세계가 있다. 또 그 통로를 이용하는 지하세계의 기인들은 기인사냥꾼들로부터 민달팽이를 보호해준다. 공존, 공생하는 관계인 것이다.
“피해사례 조사하고, 저 사람들 다 돌려보내. 광물이 목숨보다 더 중요한 가?”
팀장은 팀원들에게 별도 지시를 내린다.
“네!”
단비를 비롯한 중앙지구 3팀 요원들은 모두 다 큰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리고 말이야, 방금 본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방금 붙잡힌 기인사냥꾼들 이놈들 말을 믿어야 하나? 이놈들은 박주용이라는 인물이 협박해서, 민달팽이 새끼를 사냥했다고 우긴다는 데. 이놈들 일이 이렇게 커져버리니까, 책임회피하려는 거겠지?”
“그래요? 뭐, 그건 모르죠. 의뢰 받았는데 협박받았다고 우기는 건지도. 어쨌든 원인제공을 한 자가 따로 있다면 수사를……. 잠깐, 박주용? ‘LHC’실험에 관련되어있는 그 인물이요? 며칠 전에 이색종교로도 방송 타던데?”
“방송 봤어?”
“아, 그럼요. 한 동네 주민이 방송에 나오는데 봐야죠. 그 옛날에 문제 되었던, 페노메논 무슨 연구소, 우리 집 바로 뒤에 있잖아요. 히히, 근데 그거 완전히 사이비 같던데.”
“좀 삐리리 했지? 박주용인가 하는 그놈, 완전 나라를 상대로 사기 쳐 먹는 순 사기꾼 같아. 무슨 우주인과 대화를 나눠? 그 예쁜 여자들이 모두 다 약 먹었나. 참 나, 하여튼 인물은 잘나고 봐야 해.”
“맞아요! 참 잘생겼죠? 헤헤, 완전 내 이상형이야.”
단비는 바보처럼 웃는다.
“뭐야 그 표정은? 우주인이고 뭐고, 그 사이비교주 핫브레이슬릿 미등록자 중 한 명이야. 뭔가 이상해. 그래서 말이야, DB(단비)!”
팀장은 단비를 별도로 지목한다.
“예, 썰!”
단비는 씩씩하게 대답하고 나선다.
“DB가 책임지고 박주용 이놈, 핫브레이슬릿 착용등록 시켜, 지금 당장 실시 해. 무척 수상한 놈이야. 하여튼, 핫브레이슬릿 착용 안 하는 것들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들이야. 의무착용 시작된 지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이놈들, 이놈들……. 기인들을 돈벌이로 아는 것들!”
팀장은 무척이나 정의로운 척, 당당하게 말한다. 단비는 이런 팀장의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다. 아빠가 생각난다.
“지금 당장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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