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핫배지 #19

아바타 작전

by 임경주

시은은 건너편 침상, 노인환자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휘나의 엉덩이에 베개를 올리더니, 그 위로 팔베개를 하며 말한다.

아바타가 되면 좋은 점.

휘나는 시은이의 그럴싸한 설명을 듣고 있지만,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팔꿈치에 눌린 엉덩이만 시원하고 기분이 묘할 뿐이다.

“첫 째, 넌 유니섹스 힙합스타일을 선호하는 거 같은데. 그건 아니 야. 넌 생김새가 계집애 같아서 중성적인 옷을 입으면 절대로 안 돼. 매우 남자답고 섹시한 옷을 입어야 해. 둘 째, 앞으로 살을 뺀다고 했으니까, 옷걸이가 좋아질 거야. 그에 비해 넌 감각이 너무 부족해. 그래서 내가 코디를 해야 해.”

“코디?”

“그래, 코디.”

“항상 같은 옷만 입으면서 누가 누굴 코디한다는 거야?”

휘나가 기회다 싶어, 손으로 분홍색 스웨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시은의 시선이 휘나의 손가락을 따라 옷을 내려다본다.

“이거?”

무척이나 기대되는 순간이다. 드디어 분홍색 스웨터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인 것이다.

이건 돌아가신 울 엄마가 직접 떠주신 거라 작아도 버리지 못하고 항상 입는 거야……. 뭐, 이런 식의 비슷한 대답이 나오지 않겠는가? 그러나 시은의 대답은 역시나 상상 밖이었다.

“봐, 감각 있잖아. 스웨터 배꼽티. 뭘 입어도 이렇게 입는 것만 못해. 귀엽기도 하고 섹시하고도 하지? 나, 분홍색 병아리 같지 않아?”

뭐야……. 일부러 그렇게 타이트하게 입고 다니는 거야? 하루도 빠짐없이?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가 아니고?

휘나가 어이가 없어 마구 내뱉었다.

“그런다고 매일 입어? 하루도 안 빠지고? 넌 옷도 안 빨아 입어?”

시은이 눈을 깜박이며 대답한다.

“잘 갈아입고 잘 빨아 입는 데? 이 옷, 집에 많아.”

휘나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그거, 세탁 잘못해서 짧아진 거 아냐? 옛날에 세탁기에 그냥 넣어서 짧아진 목 스웨터, 입지도 못하고 있는데…….”

“야, 이거 원래 이렇게 나온 거야. 명동에서 겨우 찾아냈어. 다섯 벌 있는 거 내가 다 사버렸지. 이렇게 반년 정도 계속 입으면 다른 옷이 보이기도 해. 하긴, 넌 아직 패션을 모르니까. 이제 걱정 마. 내가 신경 써 줄게.”

“그게 감각이야? 그게 패션이냐고? 덥지도 않아?”

“그럼 뭐가 패션인데?”

“나도 몰라. 하지만 여자라면 어깨랑 가슴이 훤히 파인 나시도 입고, 가끔씩은 짧은치마도 입고 그러더라. 날도 더운데, 스웨터가 뭐냐? 스웨터가. 아, 더워.”

“됐어, 하나도 안 덥거든? 더워도 내가 좋으면 된 거지.”

“안 됐거든? 너, 혹시 거꿀바 아니냐?”

“거꿀바?”

“그래, 거꿀바. 초등학교 때 우리 반에 그런 애가 있었어. 그 녀석은 겨울에 덥다고 반팔에 반바지 입고 다녔고, 여름에 춥다고 골덴바지(코르덴바지)에 오리털패딩 입고 다녔어. 거꾸로 한다고 해서, 별명이 거꿀바였지.”

풋! 하고 노인 환자분이 마시던 물을 쏟아내 버렸다. 동시에 시은이의 웃음보도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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