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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동댁 Jan 07. 2022

아이는 일주일에 두 번 언어치료센터에 간다

 아이 언어치료를 받으러 다닌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코로나 단계가 상승할 때 2주씩 빠지긴 했어도 어쨌든 1년은 꼬박 채웠다. 코로나 확진자가 8천 명을 오가기도 했지만 수업을 빠졌던 그 시기에는 고작 500명, 1천 명 수준일 때다. 오히려 그때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어야 했다.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맘 카페에 들어가 보면 코로나 단계 상승 때마다 센터에 아이를 보낼 거냐는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오는데, 이런 글을 올리는 질문자는 대게 새싹 회원이거나, 치료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 질문에 달린 댓글 여러 개 중에 빠지지 않는 글은 코로나보다 아이 발달 느린 게 더 무섭다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전적으로 아이가 확진되지 않는다라는 전제하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던 수개월과 센터 수업을 빠졌던 몇 주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나고 나니 후회막심하다. 어린이집과 센터를 빠진 후에는 어김없이 안 좋은 피드백을 들었기 때문이다. 3 세반 때는 등원 기간이 4개월이 채 안되는데 하다못해 담임선생님은 우리 아이는 건강 문제가 아니고서는 최대한 결석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하실 정도였다.


 수요일은 하원후 집에 와서 간식을 먹은 뒤에 5시 반 언어치료 수업에 간다. 집에서 15분 거리이며 늦는 걸 싫어하는 성격에 늘 10분 전에 도착한다. 아이는 금세 기다리기 지루해하며 이 소파, 저 소파 옮겨 앉는다. 책이라도 펴주면 가만히 앉아 있을 텐데, 그 책에 빠지면 다 읽기 전에는 절대 안 들어가기 때문에 쥐어주지 않는다.



수업은 칼같이 시간 맞춰 진행한다. 1회에 40분 수업과 10분 상담으로 진행되며 가격은 44000원이다. 감사하게도 바우처 지원이 얼마 가능해서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가는 터라 가계부담이 되곤 한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밖에서 수업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선생님의 밝고 또렷한 목소리에 비해 아이 말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아는 건데, 저거 아는 건데 왜 대답을 못하고 있는지 속이 탄다. 바닥에서 장난감으로 아이 반응 끌어내고 놀이식으로 하다가 얼마 전부터는 책상에서 카드를 가지고 수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조금 버거운 건지 걱정이 된다.


이윽고 상담시간이 왔다. 아이는 4세인데 글씨를 좋아하다 보니 글자를 어느 순간 혼자 깨친 지 좀 되었다. 그게 독이 되어 수업을 해야 하는데, 글씨 읽는 데만 혈안이 되어 진행이 조금 어렵다 하신다. 예를 들어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려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 보통 '옷이 젖어. 감기 걸려. 우산 써야 해.' 이런 반응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 아이는 '친구가 윙크하고 있어.' 했단다. (하필 그림 속 아이는 왜인지 윙크를 하고 있긴 했다.) 선생님은 아이가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사소한 부분에 꽂혀서 그것만 보려고 한단다. 글씨가 적힌 카드 뒷면을 자꾸만 열어보려고 해서 수업에 조금 방해가 된다고 피드백을 주셨다.


그 얘기를 듣는데, 갑자기 멍해진다.  선생님과 책상을 마주 보고 앉아 있는데 간격이 점점 멀어지며 분리되는 기분이 든다. 충격을 받아서라기 보다는 답답한 현실을 조금 밀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방 한쪽에 선생님의 베이지색 코트가 얌전히 걸려있고, 얇은 캐시미어 니트 원피스를 입고는 본인 의자에 편안히 앉아 나를 보며 차근차근 얘기를 하고 있는 내 앞의 사람과 낡은 노트를 가방에서 채 꺼내기도 전에 시작된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적으려 의자 앞쪽에 대충 걸터앉아 엉거주춤하고 불편하게 있는 내 모습. 내가 아이의 보호자가 아닌 선생님이 나였으면 하는 황당한 상상도 해 본다. 실은 크게 충격적인 내용도 아니다. 매번 이런 피드백을 듣는 것에 조금 기운빠질 뿐이다.


어쨌든 오늘도 나는 아이를 데리고 센터에 간다. 별 볼일 없는 하루가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변화된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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