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by Shin Huiseon


<발리에서 생긴 일>의 비극적인 결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이 드라마 편집본을 보다가 문득 처음부터 다시 보고 싶었다. 내 인생에서 3번째 정주행인 것 같다. 그만큼 잘 만든 드라마였다.

예전에 나는 강인욱(소지섭) 팬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를 좀 이상하게 이해했다. 정재민이 분노조절장애라고 생각했다. 이수정(하지원)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발리까지 찾아가서 죽여버린 줄 알았다. 이수정이 중간에 정재민하고 살림 차리는 것도 왜 그러는 건지 이해를 못 했다.

이번에 다시 보니 주요 인물 4명의 관계가 선명하게 이해가 된다. 먼저 영주는 정재민은 남편(집안)으로 두고 강인욱은 애인(사랑)으로 두고 싶었던 것 같다. 두 남자 사이에서 누릴 걸 다 누리고 싶었던 것 같다. 나중에 그게 다 자기 욕심이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하기에 강인욱은 너무 멋있고 자존심이 세다는 걸 미처 생각 못한 것 같다.

강인욱은 계급의 한계 때문에 자신과 영주가 결혼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이수정을 사랑하게 된다. 처음에는 연민인 것처럼 보인다. 사실 강인욱은 이수정(친구)의 옆집에는 살고 있지만 대기업에 다닐 능력도 있고 이수정보다는 나은 처지다.

정재민(조인성)이 분노조절장애라는 건 지금도 동의한다. 어머니한테는 아기처럼 사랑을 받고 아버지한테는 매를 맞는 재벌 2세의 삶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능력 없는 팀장 역할에도 잘 어울렸다. 갑자기 영주 때문에 강인욱한테 엄청난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데 사람의 능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원래 살던 대로 살았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이수정은 나름대로 돈은 정재민한테 빌려도 사랑은 강인욱한테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정재민이 이수정 자존감 긁는 말을 많이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결말을 알고 봐서 그런지 이수정 마음을 알겠더라. 정재민은 그냥 좀 만만하고 편한 느낌인데 강인욱은 잘생기고 멋있지만 어려운 느낌이 있었다.

그냥 나는 이 드라마에서 이수정이 친구 집에 같이 살고 그 옆집에 강인욱이 살고.. 이수정이 노래방 도우미해서 쌀을 사 오는데 강인욱이 그 쌀을 들어주고.. 셋이 노래방에 가서 같이 놀고 그런 장면들이 생각났다. 가난하고 행복한 느낌의 그런 장면들이 좋았다.

셋이 어쨌든 삼각관계로 얽히게 되었는데 강인욱은 이미 돌아갈 자리가 없고 아무리 정재민하고 이수정이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그 둘이 이루어질 수도 없고 진짜 죽는 것밖에 답이 없다. 정재민이 두 사람한테 이용당한 줄 알고(오해하고) 두 사람을 죽였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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