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by Shin Huiseon


뒤늦게 <비밀의 숲>을 봤다. 한번 보고 다시 한번 더 봤다. 첫 번째는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정신없이 봤고 두 번째는 내가 왜 범인한테 속았는지 알고 봐야 했다.

주인공 황시목(조승우)은 머리 수술로 인해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의도는 아니지만 포커페이스다. 사람을 신뢰하지도 않고 범인을 쫓는 것 외엔 다른 관심이 없다.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의심스럽다. 제목처럼 비밀의 숲에 둘러싸인 이방인 같다.

나는 이 드라마를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황시목 캐릭터에서 나오는 독창성 때문이다. 주인공이 그와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면(인간적인 사람이었다면) 재미가 덜 했을 것 같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재미가 엄청났다. 특히 나는 영은수를 의심했기 때문에 뒤에 가서 얼마나 뒤통수를 세게 맞았는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황시목이 화내는 장면이다. 그것이 감정폭발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화를 낼 수 있다는 점과 그런 걸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멋있었다.(장례식장 장면과 윤 과장을 취조하는 장면)

드라마를 두 번째 볼 때 포커페이스를 연기한 인물 이창준(유재명)을 유심히 보았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그가 황시목하고 건배하는 장면은 정말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라서 더 인상적이었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폐지를 끌고 가는 노인을 보며 그가 하는 말. "저게 다 얼만 줄 알아? 요즘 애들 커피 값도 안돼."

보기에 따라 착한 것 같기도 하고 나쁜 것 같기도 한 그의 말들. 그 중의적인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단순한 범죄물이 아니라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