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의 옴니버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봤다.
이 드라마에는 시장에서 장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생선 팔고 커피 팔고 옷, 신발 팔고 국밥 팔고 고사리 등 나물 팔고.. 사실 생각나는 소설이 있었다. 정미경의 <당신의 아주 먼 섬>이라는 소설. 소설의 배경은 신안이고 이 드라마의 배경은 제주도인데 어쩐지 많이 생각났다.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돈 버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제주도 사투리가 아름답다는 걸 처음 알았다. 문장이 안 끝난 거 같은 데서 끝나는.
내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인데 노희경 드라마가 딱 그렇다. 사람들이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딱 보여준다.
극 중 영옥(한지민)의 다운증후군 언니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언니의 그림을 보여주는 장면을 엄청 기다렸다. 7살 지능에 장애를 가진 영희가 얼마나 엄청난 재능을 가졌는지 그림을 보여주는 순간 다 알게 될 거니까. 영희가 그림을 처음 보여주는 사람은 영옥의 남자친구 정준(김우빈)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엄청난 재능을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10화에서 동석(이병헌)이 하는 대사를 적어 놓았다.
"아, 그래, 내가 너 같아도 살맛 안 나겠다. 어려서 엄마가 저 살자고 딸 버리고 내빼고 아빠는 사업 망했다고 자살하고 남편한테 이혼당하고 우울증에 애까지 뺏겼는데 니가 무슨 밥맛이 있어 가지고 밥을 먹고 살맛이 나서 기분 좋게 행복하게 살겠냐. 그래, 마음대로 해. 그래,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든 말든 너 알아서 해. 그러다 보면 뭐, 결국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니 아들도 커서 너처럼 되겠지 뭐, 결국 (선아가 걸음을 멈춘다) 맞잖아. 아빠는 엄마 우울증 걸렸다고 버리고 엄마는 이렇게 울다가 결국 단 한 번도 행복해 보지 못하고 죽으면 애가 뭘 보고 배워서 지 인생을 재미나게 신나게 살겠냐? 너 닮아서 평생 망가지고 싶거나 기회만 되면 죽고 싶거나 (선아가 흐느낀다) 지 팔자 탓하면서 우울해지겠지. 그게 아니면 나처럼 막살든가. (선아가 운다)
(동석 벤치에 앉아서)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니야. 울 엄마처럼 슬퍼만 하지 말라고 슬퍼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쌍 어쩌단 웃기도 하고 행복도 하고 애랑 같이 못 사는 것도 대가리 돌게 성질나 죽겠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엉망진창 니가 망가지면 니 인생이 너무 엿같잖아. 이 새끼야"
마지막 에피소드가 옥동(김혜자)과 동석(이병헌)의 이야기였다. 엄마가 아들을 사랑하는 이야기는 많았던 것 같다. 근데 아들의 사랑을 받는 부족한 엄마의 이야기를 보면서 새롭게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