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옷을 좀 샀다. 한눈에 보고 마음에 들어서 초록색 니트와 줄무늬 티셔츠를 샀는데, 생각해 보니 이게 다 예전에 나에게 있었던 옷과 비슷했다. 이제는 없는 옷을 다시 사 온 것이다.
오랜만에 화장대를 정리하는데 서랍에서 눈썹칼이 여러 개 나왔다. 신혼부부일 때 우리가 살던 산동네 아파트 근처에는 편의점이 없었다. 슈퍼마켓이 하나 있었는데 문 닫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냥 아저씨가 느낌이 딱 오면 문을 닫는다고 했다. 남편은 그 아저씨에게 그루브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 차를 타고 눈썹칼을 사러 편의점까지 다녀온 밤이 있었다.(남편은 기억 못 함) 나는 이상하게 눈썹칼이 보이면 사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근처에 편의점도 있고 다 있는데도. 기억은 참 이상한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혼자된 지 30년이 됐는데 재혼을 안 했다. 여자친구는 계속 바뀌었다. 이경규가 인터뷰에서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고, 아무나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아빠는 외로움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친구가 많고 같이 다니는 친구가 계속 바뀌었다. 계산적이라서 호구가 될 성격은 아니지만 아마 진정한 친구는 없는 것 같다.
우리 4남매 결혼해서 자식도 있는데 아빠가 지은 시골집에 다 모이니 15명이었다. 이렇게 모여서 노는 게 아빠 소원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소원을 이룬 아빠는 행복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번 추석연휴에 아빠는 이상하게 마음이 안 좋았다.
아빠는 외로움을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아빠는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