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단풍놀이

by Shin Huiseon


남편이 주왕산에 단풍을 보러 가자고 말했다. 거기 단풍이 1등이라고. 나이가 40살이 넘으면 누가 1등이라고 하는 것만큼 강력한 것이 없다.

우리 가족은 토요일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주말에 우리는 보통 9시까지 늦잠을 자고, 아들은 8시에 일어나서 혼자 만화를 보는데. 아침식사를 대충 때우기 위해서 호빵과 떡을 데워먹었다.

운전은 남편이 했다. 나는 사실 운전면허가 없다. 부산에서 주왕산까지 거리는 약 200킬로미터였고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될 예정이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간식을 사 먹고 주왕산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사과돈까스를 먹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영천댐 다리에 진입하기 전에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남편이 차에서 내려 상황을 보고 왔다. 마라톤대회 때문이라고 했다. 마라톤이 끝나야 차가 지나갈 수 있다고. 남편이 영천시청에 전화를 걸었지만 공휴일이라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영천댐 다리 위에 줄줄이 서있던 차가 빠지는 것 같더니 차들이 다리 위로 올라갔다. 그때 우리 앞에 차를 대놓고 종이컵에 커피 한 잔 타서 마시는 어떤 아저씨가 있었다. 남편이 여기에 진입하면 꼼짝없이 갇힐 것 같다고 했다. 마라톤 종료시간은 12시 30분이었고, 그때는 11시쯤이었다.

남편이 거기에서 멈출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앞에서 천천히 커피를 마시던 아저씨 때문이었다. 나는 요즘 소설책을 많이 읽고 있어서 그런지, 마치 그 아저씨가 소설에 나오는 사람 같았다. 커피를 다 마신 아저씨는 유유히 차를 돌려 나갔다. 우리도 남편이 고속도로를 타자고 해서 차를 돌렸다.

하지만 고속도로 진입로도 마라톤대회 때문에 막혀있었다. 마라톤대회가 돈이 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우리가 주왕산에 숙소를 잡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하며 우리는 대구 팔공산으로 갔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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