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내가 소설합평모임에 들어갔을 때 나와 같이 모임에 들어온 언니가 두 명 있었다. 한 사람은 동화작가 언니인데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였고 다른 언니는 얌전한 고양이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처음에 동화작가 언니는 컬러이고 다른 언니는 흑백인 것처럼 느껴졌다.
동화작가 언니가 한 번 만남에 자기 매력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스타일이라면 다른 언니는 난해한 소설 같은 매력이 있었다. 언니를 보고 있으면 묘사가 빡빡한 소설을 천천히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언니는 그런 소설을 잘 쓰는 편이었다) 동화작가 언니와 다르게 차분하고 냉정했으며 소설에 대해서라면 열정적인 파이터 기질도 있었다. 피부가 깨끗해서 화장이 화려하지 않아도 은근하게 섹슈얼한 매력도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술자리에서 그 언니의 진짜 모습을 잠깐 보았다. 언니는 남자동생과 나, 셋이서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여자가 싫다고 고백했다. 나는 술이 취해서 언니한테 "언니 내가 괜히 미안하네요." 하고 사과를 했다. 그런데 그다음 순간에 언니가 정말 여자를 싫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언니와 내가 몇 년째 만나도 가까워지지 않는 이유, 언니와 동화작가 언니가 절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언니는 정말 여자를 싫어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여왕벌 같은 느낌이다. 남자들 사이에서 관심받고 사랑받는 것을 즐기는 여자의 모습. 언니는 자신에게 완벽한 사람을 찾아다니는 중인데 거기에 다른 여자들은 모두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남편의 친구 중에도 유독 남자를 싫어하고 여자를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지금은 남편과 절교했다) 그 친구는 연애할 때면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법이 절대 없고, 결혼하고 나서는 연락이 끊어졌다. 여자에 대해 잘 알아서 그런지 정말 예쁜 여자친구하고 결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에 관심이 많고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을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성은 싫어하고 이성에만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사람은 잘 보지 못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그 언니는 지금 소설가로 등단한 걸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