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은 왜 결혼을 못 할까

by Shin Huiseon


우리 삼촌은 좀 멋지게 생겼다. 예전에 엄마도 그랬다. “너희 삼촌 봐라. 얼마나 잘 생겼니? 키도 크고 눈도 부리부리하고. 엄마는 아가씨 때 참 보는 눈이 없었단다.”

나는 삼촌이 드라이하면서 머리를 빗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삼촌이 영화배우 같다고 생각하면서.

“못난아, 내 얼굴 뚫어지겠다.”

삼촌은 내가 못생겼다고 못난이라고 부른다. 내가 얼굴은 새카맣고 눈은 쭉 찢어졌다고. 그런데 하도 어릴 때부터 듣다 보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

“삼촌이 뭐 잘생겨서 보는 줄 아나?”

“나 정도면 잘생긴 편이지.”

“에이, 그럼 뭐 해? 연애도 못하면서?”

“너 당장 이리 안 와!”

나는 삼촌 방에서 쿵쾅쿵쾅 도망쳐 나왔다.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삼촌만 보면 늘 놀리고 싶다.

내 남자친구 김주봉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다. 김주봉은 여자애들하고는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안 하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었는데 내가 먼저 장난치고 그러다가 남자친구가 됐다. 그건 그렇고 우리 삼촌은 왜 결혼을 못하는 걸까? 나는 삼촌이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숙모가 생기고, 숙모가 아기도 낳고, 숙모가 나한테 맛있는 것도 해줄 텐데.

“민지야! 밥 먹어야지!”

내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엄마가 부엌에서 밥상을 들고 들어왔다. 우리 엄마는 힘이 엄청 세다.

“삼촌은?”

“왜? 삼촌 머리 말리고 있는데?”

“너는 밥 먼저 먹고 있어!”

엄마가 삼촌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밥상에는 내가 좋아하는 분홍색소시지 반찬이 있었다. 나는 소시지를 한 개 집어먹고 삼촌 방문 근처를 얼쩡거렸다. 방문이 조금 열려있었다.

“도련님, 아주 참하게 보이죠? 간호사래요.”

엄마가 삼촌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있었다. 삼촌 얼굴이 분홍색이었다. 나도 사진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욕심 때문에 삼촌 인생의 중요한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

“도련님이 조만간 연락해 보세요.”

삼촌은 엄마가 건네준 종이를 얌전하게 받았다.

“김주봉, 우리 삼촌 이제 장가간다.”

“언제?”

내 남자친구 김주봉은 항상 진지하다. 크게 재미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착하니까.

“가을에 하겠지. 결혼식은 가을에 하는 거잖아.”

“우리 이모는 봄에 결혼했는데....”

“봄은 지나갔잖아. 가을에 하면 돼.”

“근데 누구랑? 너희 삼촌 여자친구가 없잖아.”

“이제 생길 거야. 간호사야.”

나는 김주봉한테 중요한 얘기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요금이 많이 나오면 엄마한테 혼나니까.



김주봉과 나는 학교 마치고 주로 퐁퐁(트램펄린)을 타면서 데이트를 한다. 퐁퐁 값은 더치페이를 한다. 나는 여자가 남자보다 돈을 적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든 남자든 사람은 평등하니까.

“우리 삼촌이 요즘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

내가 퐁퐁을 타면서 말했다.

“삼촌은 어른이잖아. 어른들은 원래 돈을 많이 쓰는 거야.”

김주봉은 가끔씩 나를 가르치려고 한다. 딱 한 가지 단점이다.

“새 양복도 사고, 구두도 샀어.”

“그 정도야 뭐.”

“삼촌이 거지가 될까 봐 걱정돼. 안 그래도 삼촌은 집도 없이 우리 집에 얹혀살고 있는데....”

“너의 삼촌은 무슨 일 하는데?”

“우리 삼촌은 컴퓨터 기술자야.”

삼촌은 구청에서 컴퓨터 고치는 일을 한다. 우리 집 컴퓨터가 고장 나면 삼촌이 다 고친다.

“우리가 보러 가자. 너의 삼촌 여자친구!”

갑자기 김주봉이 말했다.

내 남자친구 김주봉은 머리가 좋은 것 같다. 가끔씩 아주 좋은 생각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머리가 커서 그런 것 같다. 이건 비밀인데, 김주봉은 우리 반에서 머리가 제일 크다. 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알면 김주봉은 삐쳐서 나하고 며칠 동안 말도 안 하려고 할 게 뻔하다.

나는 퐁퐁을 타고 있으면 몸이 하늘로 붕붕 날아오를 것 같다. 내가 갑자기 퐁퐁 위에 드러눕자 김주봉이 더 세게 퐁퐁을 탔다. 내가 “왝왝” 소리를 질렀다. 사실은 기분이 좋아서.



삼촌의 약속장소는 백화점 1층에 있는 카페였다. 내가 삼촌이 통화하는 걸 몰래 엿들어서 알아낸 정보였다. 김주봉과 나는 삼촌보다 일찍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 천장에 동그란 전구가 포도송이처럼 매달려있었다. 우리는 카페직원에게 조금 있다가 엄마가 올 거라고 거짓말을 하고 물을 한 컵씩 갖다 마셨다.

삼촌이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기고, 새 양복에 구두를 신고 카페에 들어왔다. 삼촌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창가 옆 가죽소파에 앉았다. 우리는 삼촌 눈에 띄지 않게 자리를 옮겼다.

그때 하늘거리는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예쁜 여자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카페에 앉은 많은 사람들이 여자를 바라보았다.

“저기 봐. 김주봉.”

내가 작게 말했다.

김주봉이 귀신에 홀린 것처럼 여자를 빤히 바라봐서 내가 김주봉 다리를 세게 꼬집었다.

“아얏!”

“조용히 해.”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삼촌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삼촌이 예쁜 여자에게 인사를 했고, 예쁜 여자는 삼촌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지만 슬픈 일이 일어났다.

“아안녕하세요. 저저저는 황용대라고 합니다.”

삼촌이 바보처럼 말을 더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나경이라고 해요.”

예쁜 여자 목소리는 텔레비전 홈쇼핑에서 듣던 목소리와 비슷했다. 혹시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없는지 궁금했지만 자꾸 쳐다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삼촌 뒷자리에 바짝 붙어서 두 사람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그때 카페직원이 삼촌과 우리 숙모가 될 예쁜 여자에게 주문을 받았다. 삼촌은 연한 커피, 예쁜 숙모는 캐러멜 마키아토를 주문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달콤하고 맛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숙모 쪽이었다.

“실례지만 어디 사세요?”

“네 저는 고민동에 삽니다.”

다행스럽게도 삼촌은 이제 말을 더듬지 않았다.

“그렇군요. 혼자 사세요?”

“저는 형님하고 같이 삽니다. 형님 집에 방이 하나 남아서, 제가 월세를 내고 살고 있어요. 조카가 한 명 있고요.”

나는 내 이야기가 나와서 침을 꼴깍 삼켰다. 하지만 숙모는 나에 대해선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는 여자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경 씨는 어떤 취미를 가지고 계세요?”

이번에는 삼촌이 질문했다.

“저는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요. 돈이 있고 시간이 있으면 항상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비행기 타는 걸 좋아해서요.”

“네, 저도 여행을 좋아합니다. 산도 좋고 바다도 좋고 어디든지 좋아요.”

나는 삼촌이 여행을 좋아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둘이서 아주 쿵짝이 잘 맞았다.

그때 김주봉이 내 손을 꽉 잡았다.

“화장실 가고 싶어.”

“갔다 와.”

내가 작게 말했다. 김주봉이 화장실을 향해 세상 급하게 뛰어갔다. 그때 카운터에 서있던 직원과 내 눈이 마주쳤다. 내가 핸드폰을 꺼내 엄마에게 전화하는 시늉을 하자 직원은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구청에서 일하신다고 들었어요. 무슨 공무원인가요?”

“저저저는 공무원이 아니에요. 구청에서 컴퓨터 고치는 일은 하는걸요.”

“그럼 혹시 연봉을 얼마나 받으세요?”

“네?”

“죄송해요.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갑자기요?”

“쿵.... 쨍그랑~~~~!!!!!”

나도 삼촌도 모두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김주봉이 서있고, 바닥에는 유리컵이 깨져있었다. 김주봉은 어쩔 줄 몰라 다리를 비비 꼬고 있었다. 카운터에 서있던 카페직원이 화난 얼굴로 뛰쳐나왔다.

내가 몰래 삼촌 여자친구를 보러 왔다는 걸 들키면 삼촌이 화를 낼까. 내가 김주봉을 모르는 척한다면 김주봉은 나한테 얼마나 실망할까.

내가 머리를 막 굴리는 동안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출입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여자가 잠깐 멈춰 섰다. 내가 여자의 옷자락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잠깐만요!!!!! 왜 우리 삼촌이 안 좋아요?”



김주봉이 깬 유리컵은 삼촌이 카페직원에게 돈으로 갚아주었다. 그 이후로 김주봉은 나와 같이 삼촌의 열혈팬이 되었다.

“근데 너희 삼촌은 왜 결혼을 못하는 걸까?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키도 크고 잘생기고 멋있던데.”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사람 인연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했어.”

“그렇구나.”

“사실 어제 우리 삼촌, 밤에 혼자서 소주를 세 병이나 마셨어. 삼포세대가 어쩌고 하면서....”

“그게 무슨 말인데?”

“나도 몰라. 근데 삼촌이 나보고 남자친구가 집이 없으면 결혼 안 할 거냐고 하던데?”

“그래서?”

“그럴 리가 없지.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 되니까.”

퐁퐁을 실컷 타고 바닥으로 내려오면 땅이 흔들거린다. 하늘을 날다가 땅바닥에 내려온 새도 이런 비슷한 기분일까.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삼촌의 슬픔도 금방 지나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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