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락 할아버지가 온몸이 쑤시는 병이 나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구석에 누워만 지낸 지 일주일이 넘었다. 그건 다 할아버지가 금반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할아버지가 복지관에서 점심밥을 얻어먹고 지하철을 탄 것은 오후 두 시쯤이었다. 지하철에는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노약자석에 잠깐 앉아보지도 못하고 지하철을 내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가서 라면 두 봉지를 사려고 보니까 손가락이 허전했다고 한다. 할아버지 금반지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나는 할아버지와 같이 지하철 의자 구석구석에서 슈퍼에 가는 오르막길까지 하루 종일 누비고 다녔지만 결국 반지를 찾지 못했다. 할아버지 금반지는 다섯 돈짜리라서 백만 원도 넘는 건데, 우리 집에서 백만 원보다 비싼 건 아무것도 없는데....
옛날에 할아버지 직업은 남의 사주팔자를 봐주는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은 사주에 금이 없으니까 항상 몸에 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네. 금반지가 없었으면 나는 벌써 황천길에 갔을 거라고.
할아버지는 나보고 이마에 복이 없어서 부모 복이 없다고, 콧구멍이 커서 돈이 줄줄 샐 거라고 했다. 그래놓고 대기만성 사주라고 덧붙였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할아버지 친구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다른 건 몰라도 우리 할아버지가 사주풀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고 그랬다.
“할아버지!”
“왜 그라누?”
할아버지가 이마를 짚으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할아버지는 이춘식 할아버지 말고는 친구가 없어?”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하누? 콜록콜록.... 저기 휴지 좀....”
할아버지가 코를 퀭 풀고 다시 자리에 드러누웠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친구가 많은데, 할아버지는 이춘식 할아버지 말고는?”
“있긴 있지.”
“누가 있는데?”
“그니까 내가 한 이십 년 전에, 중매를 서준 적이 있지. 콜록콜록.... 총각이 다리가 한쪽이 불편했는데 참 착했거든. 금은방을 하는 총각이었는데, 아가씨도 참 착했지. 그 양반이 장가가면서 나한테 고맙다고 금반지 하나 해주기로 했었는데....”
“할아버지, 금은방 어디에 있는데?”
“그게 그러니까 사방동사거리에서 굴다리 건너서 쭉 걸어가면.... 4층짜리 무지개빌딩 있잖아. 그거 지나서.... 뒤에 골목시장이....”
“할아버지 일어나서 좀 똑바로 얘기해 봐. 내가 좀 알아듣게!”
“아이고, 머리야.”
나는 할아버지 금반지를 찾으러 가기로 결심했다. 사실 나는 좀 무서웠다. 할아버지는 나한테 남은 마지막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방동사거리에서부터 계속 걸었다. 굴다리 밑을 지나갈 때는 마음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금반지야~ 금반지야~ 어디에 있니?’ 내가 만든 노래였다.
금은방 아저씨를 찾아가서 갑작스러운 부탁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어려운 사정을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금반지를 빌려달라고 하기로 했다. 이제 와서 맡겨놓은 것처럼 다섯 돈 짜리 금반지를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어른이 되면 반드시 이 은혜를 갚을 것이었다.
무지개빌딩을 지나자 할아버지가 말해준 대로 시장이 보였다. 이마와 코에 땀이 흘렀다. 시장 사람들도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장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눈치였다.
시장을 한 바퀴 돌자 반짝거리는 금은방이 하나둘 나타났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금은방은 투명한 유리문으로 되어 있어서 밖에서도 안쪽이 잘 보였다. 나는 하나 둘 셋 넷 가게가 몇 개인지 세보기로 했다. 앗 갑자기 시계방이 나타났다. 시계방은 금반지를 안 파는 것 같으니까 빼고, 다시 다섯 여섯 일곱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투명한 유리문 안에 사람들이 우르르 서서 보석을 사고팔고 있는 아주 큰 가게가 나타난 것이다. 다이아몬드처럼 멋지게 생긴 가게였다.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말한 ‘구멍가게 같은 금은방’에서 일하는 ‘얼굴에 큰 점’이 있고, ‘한쪽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를 찾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꼬마야, 여기서 뭐 하냐?”
뒤를 돌아보니 머리가 온통 하얀 할머니였다.
“사람을 찾고 있어요.”
“좀 비켜!”
할머니가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내가 서있던 곳에 종이박스를 내려놓았다.
“할머니, 여기 잘 아세요?”
할머니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할머니 저는 5학년 3반 최건우라고 하는데요. 얼굴에 큰 점이 있고, 한쪽 다리가 불편하고, 금은방을 하는 아저씨를 찾고 있어요.”
할머니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아저씨는 결혼도 했어요. 오래전에요.”
할머니는 이 수많은 금은방 중에서 내가 말한 아저씨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 같았다.
“예끼! 이놈아 너 도대체 뭐 하는 애냐? 너희 부모님은 너 이렇게 공부도 안 하고 쓸데없는 짓하고 싸돌아다니는 거 알고 있는 거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지러웠다. 나는 나무그늘에 잠깐 앉았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여 장기를 두다가 무슨 까닭인지 서로 다투고 있었다. 싸움을 싫어하는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야! 최건우!”
“네?”
“여기까지 웬일이냐?”
이춘식 할아버지였다.
“친구하고 숙제하고 헤어졌어요.”
나는 거짓말을 대충 둘러댔다.
“내가 최 씨한테 줄 게 있는데 말이야. 요즘 코빼기도 안 보인단 말이야.”
“할아버지 집에 있어요. 제가 대신 전해드릴까요?”
“아냐. 됐어.”
이춘식 할아버지는 부채질만 한참 하다가 싸우는 노인들 사이로 돌아갔다.
“자자, 그만하자고들.”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구멍가게 같은 금은방은 전부 열다섯 개였다. 그중에서 아주머니가 있는 가게가 열 개나 됐다. 내가 조사해야 할 곳은 다섯 개밖에 없었다.
나는 두꺼운 유리문을 밀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때문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무슨 일로 왔니?”
친절한 아저씨가 나를 웃으면서 대해주었다. 그런데 아저씨 얼굴에는 아무리 살펴봐도 점이 하나도 없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혹시 최금락 할아버지를 아시나요?”
친절한 아저씨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잘못 찾아온 것 같았다.
그때 어떤 아주머니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기 돌반지 사러 왔어요.”
친절한 아저씨는 아주머니에게 음료수병을 하나 건네주었다. 나는 음료수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친절한 아저씨가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바라보았다. 아저씨 다리는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나는 두 번째 금은방 안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가게에는 손님이 많았다. 손님들이 보여 달라고 하는 보석을 찾느라 아저씨가 정신이 없어 보였다. 나는 아저씨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저씨의 다리가 운동선수처럼 튼튼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금은방은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아저씨는 짜증 난 얼굴로 모기를 잡고 있었다.
“학생, 엄마는 어디 계시니?”
“엄마는 시장 보고 계세요. 잠깐 있다 오실 거예요.”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아저씨가 나에게 음료수병을 하나 꺼내주었다. 나는 목이 너무 말라서 일단 음료수를 꼴깍꼴깍 마셨다. 시원하고 맛있었다.
아저씨 다리는 비실비실 약해 보였지만 아저씨 얼굴에는 아무리 봐도 큰 점이 없었다.
“학생, 엄마는 언제 오시니?”
“엄마하고 다시 올게요!”
나는 재빨리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내가 네 번째 금은방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아저씨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아 아저씨!”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니?”
게다가 아저씨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그리고 아저씨 코에는 큰 점이 딱 박혀있었다.
“아저씨,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최금락 할아버지를 아시나요?”
“글쎄....”
아저씨는 아는 사람들을 하나둘 떠올려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그러니?”
“우리 할아버지가 금은방 아저씨에게 중매를 서준 적이 있대요. 그게 혹시 아저씨가 아닌가 싶어서요. 우리 할아버지가 지금 굉장히 편찮으시거든요.”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런데 어쩌지? 나는 아직 결혼을 안 했는데....”
“아....”
나는 마지막 유리문을 밀고 다섯 번째 금은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는 사람이 들어오는데도 본척만척 통화 중이었다.
“아니야. 괜찮아.”
나는 소파에 앉아서 아저씨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저씨 얼굴에는 크지는 않았지만 점이 두 개나 있었다.
“요새 장사가 잘 안 된다니까.”
아저씨가 한쪽 다리를 절면서 천천히 걸어 나와서 텔레비전을 켰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그렇다니까. 나도 이 자리에서 이십 년째 장사하면서 요즘처럼 장사 안 되는 건 처음이라고.”
텔레비전에는 아홉 시 뉴스가 나왔다. 할아버지가 혼자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불황이잖아. 요즘 월세도 몇 달째 못 내고 있어. 이놈의 장사 때려치울 수도 없고.... 에휴....”
나는 그대로 계속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는 척 아저씨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내가 아저씨에게 알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어머니 치매가 점점 심해지시는 것 같아. 내가 집에 있는데 자꾸 내 선풍기를 끄시는 거야. 내가 다시 선풍기를 켜니까 아예 전기코드를 뽑아버리더라고. 그런 건 사실 괜찮은데, 이젠 내 얼굴을 아예 못 알아보는 것 같아. 나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누군지 모르니까 인사를 하시더라고. 진짜 남처럼....”
아저씨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지르자 아저씨의 얼굴이 점점 빨개졌다. 나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서 무지개빌딩을 지나서 굴다리 아래를 걸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힘들다~ 힘들어~ 사는 건 참 힘들다~” 노래를 흥얼거렸다.
집에 혼자 계시는 할아버지가 걱정됐지만 다리가 무거워서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은 땀을 흘린 하루였다.
그때였다. 저 멀리 쓰레기봉투가 쌓여있는 전봇대 밑에서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나는 눈가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나는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달려가서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