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 시장의 화려한 겉모습과 이면
오늘날 콘텐츠 시장의 트렌드는 단연 '스낵컬처'(Snack Culture)'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부담 없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그 중에서도 웹툰은 짧은 내용의 연재방식과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스크롤 읽기 방식이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며, 스낵컬쳐 시대의 킬러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수치를 통해서 살펴보면 콘텐츠 시장에서 웹툰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하다. ‘대한민국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과 2019년 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8년 만화산업 분야의 매출이 1.1조원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웹툰 산업의 시장규모는 약 70%에 달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웹툰 산업은 매년 계속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웹툰 시장의 성장이 이처럼 가속화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웹툰 플랫폼의 다양화를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웹툰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다음’, ‘네이버’, ‘네이트’를 비롯한 몇몇 포털 사이트 위주로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3년, 웹툰 시장에 ‘티스토어 웹툰’, ‘올레 웹툰’, ‘레진코믹스’라는 3개의 대형 플랫폼이 들어서며 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레진코믹스의 등장은 웹툰 산업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웹툰은 무료로 보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존 인식을 깨고 웹툰의 성공적인 유료화를 이루어낸 것이다. 레진코믹스는 기존의 플랫폼들과 차별화를 이루면서 독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성인들을 위한 만화 콘텐츠를 다수 제작해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레진코믹스 초창기에 연재를 진행한 네온비 작가의 <나쁜 상사>는 현재 작가가 가져간 수익이 4억 원에 이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며 성인을 타겟으로 한 만화 산업의 가능성을 증명해 냈다.
레진코믹스의 성공은 여러 플랫폼들이 웹툰 산업에서 출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소규모 웹툰 플랫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웹툰 산업에 뛰어들지 않았던 기업들 역시 웹툰 산업에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웹툰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웹툰의 유료화를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웹툰의 유료화의 시작은 레진코믹스의 등장이었다. 이어 레진코믹스를 모방한 탑툰 등의 소규모 업체들이 생겨나 성인 사용자 중심의 웹툰을 통한 수익 구조를 형성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는 포털 사이트 역시 부분적인 유료화를 도입하고 있다. 콘텐츠 진흥원은 특히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가 웹툰 산업 전체의 매출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콘텐츠를 보기 위해 12시간, 혹은 24시간을 기다리면 한 회차를 무료로 공개하는 서비스이다. 즉, 무료 이용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유입을 늘리는 동시에 다음 편이 궁금해 기다리지 못하는 사용자들의 구매를 유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은 네이버와 다음에도 영향을 주었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역시 웹툰에 미리보기 서비스를 도입해 웹툰의 다음 내용을 궁금해 하는 사용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이로써 웹툰은 점진적인 유료화를 이루어나가고 있다.
한국 웹툰 시장은 이렇듯 놀라운 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분명 그 이면에는 어두운 현실이 존재한다. 바로 플랫폼과 작가 간의 갈등이다. 사실, 웹툰 시장은 작가에게 애초에 불리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웹툰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플랫폼 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플랫폼 안에 들어갈 때 작가의 위치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불공정 계약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 작가 계약 시 불공정 계약 경험이 있는 비율은 53%에 달한다. ‘불공정한 계약조건 강요’, ‘적정한 수익배분을 받지 못하거나 제한’, ‘계약서에 포함된 전문용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계약 진행’ 등이 이러한 불공정 계약의 세부 내용들이다.
실제로 2017년에는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갑질 논란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주요 내용은 지각비 문제와 해외서비스 정산 문제이다. 레진코믹스는 연재 마감 전 이틀 전에 자체 마감을 정하고 이 때 원고를 내지 못한 작가들에게 지각비(최대 9%)를 걷어왔다. 실제 업로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의 지각에도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작가들의 수익을 차감한 것이다. 또한, 해외서비스 정산을 특정 작가들에게 2년 동안 미루기도 했다. 레진코믹스의 이러한 만행에 대한 작가들의 폭로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레진코믹스는 대중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이렇듯 한국 웹툰 시장은 효율적인 서비스 구축을 통해 단기간에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마련했지만, 그 이면에 작가들에게 불공정한 환경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라도 절대 지속가능성이 높은 환경은 아니다. 불공정한 환경은 작가들의 작가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만 아니라, 개성을 잃고 상업성을 좇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웹툰 주제의 획일화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성인물 위주의 웹툰 제작이 이루어지면서 사람들의 흥미만을 자극시키는 작품들이 판을 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명확한 스토리 없이 자극적인 장면으로만 승부하는 성인물 웹툰의 지속은 웹툰 시장의 감소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작품들은 웹툰 시장에서는 큰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즉, 웹툰의 사업성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웹툰은 캐릭터 사업,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2차 저작물 사업 분야와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의 전제 조건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스토리와 캐릭터이다. 즉, ‘질 좋은’ 작품만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웹툰 시장의 규모를 더욱 성장시키고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웹툰 산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질 높은 작품들을 만들기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결국 장기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들의 권리 보장 방안은 시급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작가들의 권리 보장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작가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작품의 질을 높여 한국 웹툰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꾀해야 한다. 그 결과, 한국 웹툰 시장이 단순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양질의 작품을 제공하는 시장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