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mpetency of Talent Managers
인사담당자가 갖춰야 할 역량은 뭔가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답니다. 인사직무 경험이 없는 학생, 사회초년생이라도 인사직무가 어떤 단위업무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이제 검색 몇 번이면 알 수가 있어요. 그런데도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좀 더 깊이 있고 현실적인 답을 듣고 싶어서겠죠? 또 '사람에 대한 애정, 동정심, 사람을 돕고 성장시키고 싶다.' 는 진부하고 순진한 답을 원하는 것도 아닐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인사담당자가 갖춰야 할 역량을 알기 전에 '역량(Competency)'이라는 단어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베테랑 직장인부터 현직 인사담당자조차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개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의외로 복잡하고 까다로운 개념입니다. 역량에 대한 개념을 우선 명확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나서 상기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살펴봅시다. (물론 인사담당자 필요 역량에 대한 대답은 일반론에 기반하되, 제 주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 : Society of Human Resource Management)를 포함한 여러 기관 , 학자들이 정의하는 역량 개념은 대부분 맥클렌드(D.Mccllelend)와 스펜서(L.Spencer)가 주장한 내용에서 출발합니다.
스펜서는 저서 ‘핵심역량 모델의 개발과 활용(Competence At Work)’에서 역량을 “특정 직무 상황에서 (기준에 의거한) 고성과 원인이 되는 근본 특성”이라 정의합니다. - underlying characteristics causally related to criterion-referenced effective and/or superior performance - 근본 특성은 ‘동기, 특질(신체/정신 능력), 역할인식(Social Role), 정체성(Self-Image), 가치, 지식/스킬’ 로 분류했습니다. 이때 "동기, 특질, 정체성, 가치 등이 지식과 스킬을 연마하게 하고 특정 행동을 유발하여 비로소 높은 성과를 만든다."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동기, 특질과 같은 내적 속성이 지식, 스킬에 우선하고 더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내적 속성은 지식, 스킬을 향상시키는 원인(cause)이기도 하고, 상당 부분 타고난 (inborn) 것이기도 합니다.
역량을 ‘고성과자의 지속적인 행동 특성’이라고 이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일부 옳지 않은 정의에요. 옳지 않다는 말보다 얕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컨설팅 업계에서 보통 이렇게 얕게 정의합니다.) 역량은 빙산 아래에 있는 근본 특성이 행동으로 발현되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이지, 행동 특성 및 패턴 자체라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개념을 구성하는 원인과 결과 중 ’ 표면적인 결과’에 치중한 정의라 생각해요.
"제대로 된 정의를 위해서는 핵심 구성요소를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저는 역량을 ‘일 잘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 정의할게요. 이때 지식, 스킬보다 동기, 신체/정신 능력, 정체성, 가치 등 내적 속성에 높은 비중을 둡니다. (우리 세상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하죠.)
이상 내용을 바탕으로 인사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인사직무를 잘 수행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특성'이라 정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인사직무를 잘 수행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구성원 마음과 역량을 잘 관리하여 조직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 인사 업무 고객을 경영진에까지 확대한다면 '구성원과 경영진을 대상으로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 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구성원과 회사 두 대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워요. 회사 경영지표 개선을 위해 급여, 복리후생을 대폭 줄이고 인력감축을 하는 정책을 펼칠 경우, 회사에 대한 구성원 신뢰는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 구성원 요구사항을 다 반영해 주는 것 역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는 인사담당자에게 필요한 진짜 역량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인사담당자는 먼저 ① 경영진과 구성원을 동시에, 균형 있게 만족시키는 사람이라는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 역할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역할인식] 역할을 잊지 않아야, 어떤 상황에도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② 양자의 상황 및 그 맥락, 관점, 감정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이해할 줄 아는 타인이해, 경청, 역지사지/공감 능력이 요구됩니다. [특질] 인사업무는 성과가 나타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일이에요. 그래서, ③ 조직과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봉사하려는 마음가짐,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또한 필요합니다. [동기/가치] 가시적이고 큰 성취를 원한다면, 업무를 오래 하기 쉽지 않아요. ④ 인사 관련 지식, 사업에 대한 이해, 커뮤니케이션 스킬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인사 기능별 이론, 관행, 방법론 및 노동관계법에 대해 철저히 숙지하고 내용을 최신화해야 해요. 조직과 사람에 대한 일인 만큼, 경영학, 심리학, 인문학 기본 소양도 필요합니다. 또한 업의 본질, 사업 범위 및 주요 제품, 조직 강점, 사업 동향에 관한 이해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해요. 그리고 인사는 경영진, 구성원과 소통이 기본 업무이므로, 말하고 글 쓰는 일이 빈번합니다. 타 직무 대비 말하고 글 쓰는 능력이 중요해요. [지식/스킬]
지금까지 역량에 대해, 인사담당자가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지만, 많은 분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유능하면서도 인간미 있는, 인사전문가가 되겠다."라는 목표와 간절함을 갖는 것입니다. 이를 지닌다면, 인사전문가가 되기 위한 역량을 인지하고 이를 꾸준히 개발해 나갈 확률이 높습니다. 인사전문가 수준의 생각과 언행을 하려는 노력, 지식과 스킬을 갖추기 위한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ctice)을 의식적으로 해 나갈 수 있어요. 이와 동시에 사람을 존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간절히 원한다면, 인내하고 끊임 없이 정진한다면... 우리에게는 늘 가능성이 있죠.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굳이 힘들게 여러 요소로 쪼개 설명할 필요가 있나요?" "인사 기능 업무별로 요구하는 역량이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 (인사제도 기획, 노사관계, 인재육성, 인사행정) "저걸 다 갖춰야 하나? 좋은 말만 쓰여 있네..."
좋은 지적입니다. 여러 요소로 쪼갠다고 해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기능 업무별로 요구하는 것도 조금 다를 수 있죠. 인사기획 담당자에게 전략적 사고가 강조된다면 노사관계 (노동조합을 상대하고 간담회를 운영하는 등 사람 만나는 일이 비교적 많은 업무) 담당자에게는 대인영향력이 더 요구될 것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인사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변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요구되는 역량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자격을 이루는 요소들을 충분히 인지할수록 여러 관점에서 균형 있게 노력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인사담당자에 대한 고정된 유형은 사실 없다고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굳이 틀에 갇힐 필요도 없습니다. 자격을 이해하고 이를 어느 정도 갖추려는 노력을 하시면서 본인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장기적으로는 자격(Basic Qualification)을 갖춘 담당자에서, 품격(Dignity, Class)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하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