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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zza Jun 18. 2021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불의 안부

  지난 5  어느 날이었습니다. 해외사업팀으로 이동한   달이 되었어요. 지난 2개월만큼 다양한 방면으로 나를 채우려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이  정도로  가쁘게 지내왔습니다. 중동 역사와 문화 외에도 이제 사업, 제품, 무역, 계약, 고급 영어, 협상, 아랍어, 골프, 새로운 인간관계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날은 늦은 저녁까지 해외 고객과 컨퍼런스콜을 진행했어요. 9 즈음 짐을 주섬주섬 챙기려던 찰나, 배우자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안녕하세요, OOO, OOO, OOO 보호자 되시죠?"

  "네, 맞습니다."


  "119 구급대원인데요, 가족 분들이 화상을 입어서 지금 응급실에 가고 있습니다."

  "... 네?..."


  “OOOO 병원에 10분 뒤 도착할 예정인데요...

   오실 수 있으신가요?"

  “네?... 그런데 무슨 일이죠? 많이 다쳤나요?”


  "욕실에서 OOO로 불이 났고, 배우자, 첫째보다 둘째가 많이 다쳤는데 얼굴에 화상을 입었어요."     

  "하아... 네?... (떨리는 목소리로) 어... 얼마나 다친 거죠? 심한 가요? (중략) 빨리 가겠습니다."

   

   '구급대원이 대신 전화할 정도면, 아내도 많이 다친 건가? 아니면 둘째 상태가 워낙 안 좋아서?...'


   "기사님, 응급실에 급하게 가야 해서요...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제발 별일 없게  주세요. 앞으로 좋은  하면서 착하게 살게요.' 교회를 떠난  20년이 되어가면서도, 절박한 순간에는 항상 신을 찾습니다.


    숨이 차오르고 눈물이 고입니다. 깍지 낀 두 손이 떨립니다. 고개를 뒤로 젖혔다 떨궜다 반복합니다. 택시에서의 30분, 작년부터 올해까지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갑니다. 최소 2도 화상인 게 분명한 것 같아, 인터넷 검색을 하고 관련 사진을 봅니다. 이전과 같은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그렇게도 귀엽고 예쁘던 둘째의 얼굴을 다시는...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그동안 아빠 역할을 제대로 했나? 무슨 부귀영화 누리려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 그렇게 자기 계발, 경력 개발하려 애쓰는 게 다 뭔 소용이야... 내가 일찍 퇴근했다면 사고가 났을까?... ' 자책하며 회한의 한숨을 내 쉽니다.


   택시가 병원 뒤쪽 응급실에서 멈춥니다. 격해진 마음을 애써 누르고 계단을 오릅니다. 턱을 다친 첫째, 왼 다리와 오른 손목을 다친 아내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엄마 앞에 안겨 있습니다. 얼굴 전체가 붕대, 밴드로 덮인 채.


   "아... 씨... 이게 뭐야? 많이 놀라고 아팠지?"


   붕대 사이 부은 눈이 반쯤 보입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흔들지만 그 순간의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엄마 품을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어요.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 같습니다. 수술은 필요 없고 화상치료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다음날 정식 진료를 받기로 하고, 늦은 밤 집에 돌아왔습니다. 귀까지 붕대에 쌓인 둘째의 잠든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한참을 뒤척이다 녀석 사진을 찍습니다.


   '아빠가 미안해. 오늘을 이 순간을 잊지 않을게...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첫째는 완전 회복을 했고 배우자와 둘째도 많이 나아졌어요. 이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조금씩 마음이 놓이면서 저도 모르게 교만해집니다.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감사해야 할 일인지 잊곤 합니다. 회사에 가면 다시 가족보다 일, 커리어, 미래에 대한 생각이 앞서기 시작합니다. 집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려 합니다. 이런 제가 두렵기도 해요. 얼마나 더 큰 일을 당해야, 제가 완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삶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깨닫게 될까요?


   이 사고는 우연이 아닌, 하늘이 준 경고 이리라.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다시 제대로 고민하라는. 마음이 어지럽거나 깨끗하지 못할 때마다 이 글과 당시 사진을 보면서, 그 순간 감정과 생각 잊지 않으려 합니다. 불을, 불이 전한 메시지를 잊지 않아야죠.


   오늘이 나에게, 그리고 그들에게 마지막 날일 수 있겠죠? 내일 그들을,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더는 보지 못한다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웃으며 사랑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온전히 준비되려 합니다. 앞으로 인생에서 어쩌면 겪을 수밖에 없는   번의  고난을 덤덤히 받아들일  있도록. 그조차 감사할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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