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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회사이 Apr 13. 2023

나에게 봄은 언제 올까

하나님과 함께 어둠 속을 걷는 법 6-1

사순절에 함께 읽는 욥기


1.        

할렐루야! 그리스도 예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photo by noneunshinboo 


그런데, 딱히 바뀐 것이 없습니다. 2월 말부터 시작된 사순절 40일의 기간도 지나갔고, 종려주일, ‘호산나, 호산나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그 환호도 사라졌고, 이어서 닥친 목요일과 금요일의 십자가 고난도 지나갔고, 침묵의 토요일도 지나갔고. 그리고 기다리던 주님의 부활의 아침입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봄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밴쿠버에 차가운 비는 오고 있습니다. 창문 밖 벚꽃 나무에 느닷없는 비가 내리고, 어느새 진눈깨비로 변하더니, 다시 우박으로 내리다 눈으로 바뀝니다. 겨울 동안 기다리던 벚꽃은 피자마자 비바람에 그만 떨어집니다. 벚꽃 놀이는 고사하고 꽃 구경 조금 할 사이 없이 벚꽃들이 눈과 비와 우박에 떨어져 모질게 발에 밟힙니다. 




우리의 일상은 어떨까요? 40일 전 사순절과 비교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까요? 성 금요일, 십자가 주위에 모여,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마지막 일곱 말씀들을 함께 읽고 묵상했는데.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며 십자가 아래에 모여 함께 기도했는데. 금요일과 오늘 부활의 아침, 내 일상에 어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40일 전에 갖고 있던 고민거리, 걱정거리, 불안과 두려움거리들이 다 모두 해결되어 사라졌을까요?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을까요? 


한 달 전이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고, 작년의 고민이 벌써 4월인데 해결의 기미는 커녕 여전하고, 여전하다 못해 고민을 넘어 오히려 걱정과 근심으로 이미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나는 아직 십자가 그 밑에 있는 듯 눈물만 나오고, 주님의 무덤이 아니라 나의 무덤인 듯 싶어 이젠 어둠 속이 익숙해져 오히려 편한 듯 거기 나는 있습니다.  


도대체 나의 봄은 언제나 올까요? 우리의 부활은 언제일까요? 




2. 

“욥이 주님께, 자기 친구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를 드리고 난 다음에, 주님께서 욥의 재산을 회복시켜 주셨는데, 욥이 이전에 가졌던 모든 것보다 배나 더 돌려주셨다. 그러자 그의 모든 형제와 자매와 전부터 그를 아는 친구들이 다 그를 찾아와, 그의 집에서 그와 함께 기뻐하면서, 먹고 마셨다. 그들은 주님께서 그에게 내리신 그 모든 재앙을 생각하면서, 그를 동정하기도 하고, 또 위로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저마다, 그에게 돈을 주기도 하고, 금반지를 끼워 주기도 하였다. 주님께서 욥의 말년에 이전보다 더 많은 복을 주셔서, 욥이, 양을 만 사천 마리, 낙타를 육천 마리, 소를 천 겨리, 나귀를 천 마리나 거느리게 하셨다. 그리고 그는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낳았다. . . 그 뒤에 욥은 백 사십 년을 살면서, 그의 아들과 손자 사 대를 보았다. 욥은 이렇게 오래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욥 42:1017)


욥의 한 친구가 예전에 욥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네가 하나님을 간절히 찾으며 전능하신 분께 자비를 구하면, 또 네가 정말 깨끗하고 정직하기만 하면, 주님께서는 너를 살리시려고 떨치고 일어나셔서, 네 경건한 가정을 회복시켜 주실 것이다. 처음에는 보잘 것 없겠지만 나중에는 크게 될 것이다.” (욥 8:5-7)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 8:7, 개역개정)


이제 그 친구의 말 대로 되었으니, 그럼 다 된 걸까요? 모든 것이 다 해결이 된 것일까요? 이제 욥에게 봄이 찾아온 걸까요? 이게 말하자면 욥의 부활일까요? 다시 예전의 그 욥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일까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살면 되는 걸까요? 


photo by noneunshinboo 


3. 

안식일 다음날 동이 틀 무렵입니다. 여자들이 예수께서 묻히신 무덤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무덤을 막고 있던 돌은 저만치 치워져 있고, 무덤은 비어 있습니다. 천사가 여자들에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찾는 줄 안다.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다. 그가 말씀하신 대로, 그는 살아나셨다.” (마태복음서 28:5-6)


그걸로 끝일까요? 


“평안하냐?” (마 28:9)


부활하신 예수께서 여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주님이 부활하셨으니, 게다가 여자들 몇이 부활하신 주님을 봤으니, 증인도 있으니, 그럼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일까요? 


“무서워하지 말아라. 가서, 나의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러면, 거기에서 그들이 나를 만날 것이다.” (마 28:10)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말씀일까요? 굳이 제자들이 갈릴리로 갈 필요가 있을까요? 부활하셨으면 됐지, 그걸로 다 된 것이지, 왜 제자들에게 갈릴리로 가라고 하실까요? 주님께서 그냥 바로 제자들에게 오시면 될 일이지, 아니면 여기 무덤가로 오라고 하시면 될 일이지, 왜 굳이 제자들더러 ‘갈릴리로 가라, 거기서 만나자’ 하실까요? 


제자들은 사실 거기가 싫어서, 지긋지긋해서 여기 예루살렘으로 왔는데. 새 하늘과 새 땅, 나라와 새 시대를 메시아와 함께 열겠다, 살겠다 해서 예루살렘으로 왔는데. 왜 주님은 다시 거기 갈릴리로 가라고 하실까요? 왜 ‘예루살렘 성’이 아니고, 왜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고, 왜 ‘총독의 관저’도 아니고, 왜 ‘헤롯의 왕궁’도 아닌, 왜 ‘갈릴리’일까요? 


갈릴리가 고통과 고난 끝에 찾아온 그래서 제자들이 가야 할 곳일까요? 부활의 결말이 갈릴리일까요? 


4. 

그리고, 정말 욥기 42장이 욥기 전체의 결말일까요? 욥이 겪은 그 고통과 고난의 결론일까요? 욥이 지켜왔던 신앙의 결론일까요? 

욥에게 자식이 열이 다시 태어났고. ‘이 모든 것이 욥 네가 죄인이라서 당한 고통이고 고난이다’ 했던 그 억울함도 풀었고. 잃었던 재산도 갑절로 늘었고. 게다가 백 사십 살까지 살며 아들과 손자 사 대를 보았고. 그러니 이제 다 된 것일까요? 욥에게 이것이 부활일까요? 그게 그리스도인들의 부활 신앙일까요? 


photo by noneunshinboo 


그런데, 만약 어제와 오늘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욥은 여전히 잿더미 속에 앉아 있고. 친구들은 여전히 욥의 잘못을 찾고 있고. 동네 사람들은 여전히 욥을 손가락질을 하며 욥 근처에는 얼씬도 않는다면. 그리고 하나님께서 욥에게 더 많은 복을 주셔서 욥이 다시 잘 사는데, 만약 몇 년 후에 그런 모진 일을 욥이 또 다시 겪는다면. 그때 욥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통과 고난 뒤에 하나님께 받은 것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으니, 분명 잃을 것도 훨씬 많아졌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오히려 더 큰 고통과 고난 속에 욥이 있게 된다는 뜻일 텐데. 욥은 또 어떻게 버틸까요? 


그렇다면 욥기 42장의 마지막 구절들이 정말 욥기의 결론일 수 있을까요? 다시 욥기의 처음 1장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걸 되풀이해야 할까요? 1장과 2장의 고통과 고난을 거쳐 3장의 한탄과 원망과 4장부터 이어지는, ‘네가 죄인이다’, ‘나는 죄인이 아니다’ 친구들과 논쟁, . . . 그렇게 또 욥은 무한 반복해야 하는 걸까요? 


42장이 행복한 결말이 될까요? 열 자식이 죽었는데, 다시 열 자식이 태어났고, 그리고 더 큰 부자가 되었고, 게다가 누구보다 장수했으니 욥은 정말 행복할까요? 


우리의 인생이 한 번의 굴곡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불행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아픔과 슬픔 한 번으로 우리의 인생이 탄탄대로 뻥 뚫린 10차선 고속도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렇다면, 욥은, 그리고 욥의 친구들은, 그리고 우리는 언제 또 다시 나를 찾아올지 모를 그 고통과 고난을 기다리며 불안 속에, 걱정과 근심 속에, 두려움 속에, 공포 속에 계속 살아야 하는 걸까요? 


봄이 왔는데, 그래서 나에게는 봄 같지가 않은 걸까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는데, 그래서 우리가 주님의 부활을 살지 못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그리스도 예수의 부활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요? 


→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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