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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회사이 Apr 22. 2023

가면을 벗은 신앙

마태복음서, 길 위에서 길을 가르치는 예수 (9-3)

함께 읽고 걷는 더 드라마, 예수의 길 떠난 가족


3.        

‘모르게 하는 신앙’은 ‘가면을 벗은 신앙’입니다. 모르게 하는 신앙은 사람들과 관객들 앞에서 하는 신앙이 아니라, 사람들 뒤에서 그리고 관객들이 다 떠난 뒤에 남아서 하는 신앙입니다. 그러나 가면을 벗는 신앙 역시 그 함정은 있습니다. 


Roman, Republican or Early Imperial Relief of a seated poet


가면을 벗는 신앙이 그저 복면가왕의 가면 벗기여서는 안 됩니다. 단지 극적 효과를 노린 관객 앞에서 가면 벗기가 되서는 안 됩니다. 그 음악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쓴 가면은 사실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기 위한 목적입니다. 쓰던 벗던 그 가면은 사람들에게 나를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복면가왕의 가면 벗기는 관객의 더 많은 찬사와 환호를 이끌어 내기 위한 극적 퍼포먼스입니다. 




“너는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자선 행위를 숨겨두어라. . .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서, 숨어서 계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 .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아라. . . 너는 금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낯을 씻어라.” (마 6:3-4, 6-7, 17)


금식을 해서 퀭하고 초췌해진 솔직한 나의 민 낯을 그냥 보여 주는 것, 그것조차 만약 그런 극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그것 또한 연기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금식을 해서 몰골이 영 말이 아니라면, 그럴수록 머리를 손질하여 가지런히 하고, 그 상한 얼굴도 깨끗이 씻고 말끔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감추고 말고 없이 오른손은 평소대로 오른손이 하던 일을 하고, 왼손 역시 늘 하던 대로 그 왼손의 일을 그저 하라는 것입니다. 평소에 기도하던 대로 늘 들락날락했던 골방에 또 잠깐 들어가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유난 떨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꾸밀 것도 없다, 그냥 남들에게 너에게나 어제와 같은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그 매일을 일상의 신앙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것입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사람은,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과, 하나님은 자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상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히 11:6ㄴ)


photo by noneunshinboo 


신앙의 길은 누가 보라고, 누구에게 보여 주려고 걷는 길이 아닙니다. 보아 줄 사람이 없어도 걷고, 오히려 보는 사람이 없이 걷는 길, 보아 줄 사람이 없이 걷는 길입니다. 그러나, 홀로 갈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의 길을 함께 걷습니다. 그리고 보아달라 하지 않아도 신앙인들은 함께 걸으며 서로를 보아줍니다. 서로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아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교하기 위해 서로를 보아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챙겨 주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를 북돋워 주고, 그렇게 서로를 끌고 밀고 또 함께 걷기 위해서 서로를 보아 주는 것입니다. 누구는 빨리 걷고, 누구는 느리게 걷고, 누구는 앉아 잠시 쉬기도 하고, 누구는 아예 눕기도 합니다. 또 누구는 날 듯 뛰 듯 걷습니다. 그러나 비교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리 강하지 않은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나를 보듯, 내 부모를 보듯, 내 자식을 보듯, 내 형제를 보듯, 서로를 따뜻하게, 때로는 서로를 안쓰럽게, 때로는 서로를 흐뭇하게 보아 줍니다. 


그리고 함께 걷는 그 신앙의 길 위에서 갖는 우리의 소망, 즉 이 길 끝에 우리가 받을 상, 그 받을 영광은 하나님께로부터 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 길을 우리만 걷게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이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소망은 소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바라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면, 참으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이와 같이, 성령께서도 우리의 약함을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지만, 성령께서 친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하여 주십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하나님께서는, 성령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아십니다. 성령께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성도를 대신하여 간구하시기 때문입니다.” (롬 8:24-27)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대신하여 그 길 위에서 아버지 하나님께 간구하십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 하나님은 그 길 위에 있는 우리를 눈여겨 보십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 광장으로 향하는 ‘보여 주는 신앙’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만 들키는 골방으로 향한 ‘모르게 하는 신앙’ '가면을 벗은 신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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