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말씀과 기도로 여는 아침 - 요한복음서 6:16-21

by 교회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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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내 영혼이 깨어 주님을 맞이하게 하소서.

주여,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오니, 영광이 성부, 성자, 성령께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함께 하소서. 아멘.


오늘 시편 / 시편 119:101-104

101 주님의 말씀을 지키려고, 나쁜 길에서 내 발길을 돌렸습니다. 102 주님께서 나를 가르치셨으므로, 나는 주님의 규례들에서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103 주님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도 단지요? 내 입에는 꿀보다 더 답니다. 104 주님의 법도로 내가 슬기로워지니, 거짓된 길은 어떤 길이든지 미워합니다.


오늘 말씀 / 요한복음서 6:16-21

16 날이 저물었을 때에, 예수의 제자들은 바다로 내려가서, 17 배를 타고, 바다 건너편 가버나움으로 갔다. 이미 어두워졌는데도, 예수께서는 아직 그들이 있는 곳으로 오시지 않았다. 18 그런데 큰 바람이 불고, 물결이 사나워졌다. 19 제자들이 배를 저어서, 십여 리쯤 갔을 때였다. 그들은,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서 배에 가까이 오시는 것을 보고, 무서워하였다. 20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21 그래서 그들은 기꺼이 예수를 배 안으로 모셔들였다. 배는 곧 그들이 가려던 땅에 이르렀다.




묵상 노트

갈릴리 바다는 해수면보다 약 183미터 아래에 있습니다. 남동쪽 고원지대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몰려와 바다 수면 위의 따스하고 촉촉한 공기를 쫓아내면, 사나운 돌풍으로 갈릴리 바다에 높고 거친 파도가 일고는 합니다.

오늘날에도 갈릴리 바다에 사나운 돌풍으로 파도가 높아질 때에는 발동기선(船)들 조차 부두에 정박한 채 출항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사시던 때, 나무로 만든 그리 크지 않은 배를 타고 있는 제자들로서는 갈릴리 바다를 아무리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게다가 그들 중 몇 명은 뱃일에 이력이 붙은 어부들이라고 해도, 지금 세차게 불어오는 사나운 바람과 높고 거친 파도는 정말 두려웠을 것입니다.


조금 전에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한 아이가 갖고 있던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게 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있는 ‘양의 문’ 곁, ‘베데스다 못’가에서 38년 동안 누워만 지냈던 한 병자를 일어나 걷게 하신 것도 보았습니다.

그 기적의 현장에 있었고, 직접 두 눈으로 그 기적들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계시지 않습니다. 어디에 계시는지 보이시지 않습니다. 지금 오직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사나운 바람과 성난 파도, 그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동료 제자들 뿐입니다.




갈릴리 바다에서 태어났고, 갈릴리 바다가 놀이터였고, 갈릴리 바다가 생활의 터전인 그들입니다. 잘 안다, 너무 익숙해서 눈 감고도 어디가 어디인지 다 안다, 어디에 그물을 내려야 하고 언제 끌어올려야 하는지, 어디에 닻을 내려야 하고 언제 돛을 올려야 하는지, 노는 언제 어떻게 저어야 하는지 나는 다 안다 여겼던 그 바다가 갑자기 낯설고 무섭고 두렵습니다.


늘 걷던 길이고, 가던 곳이고, 하던 일이고, 버릇처럼 습관처럼 그래서 때와 장소를 굳이 가릴 필요도 없고, 무엇을 할까 왜 할까 어떻게 할까 그 이유와 방법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는데, 갑자기 모든 게 낯설어질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사는 게 무서워질 때가 있습니다. 느닷없이 이유를 모를 두려움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좋았던 일, 행복했던 순간, 감격했던 그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갑자기 눈 앞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성난 폭풍우 속 몰아치는 파도이고, 나는 지금 그 바다 한가운데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작은 배 안에 있습니다.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걸까? . . .




“유령이다!”

얼마전까지 기적을 보았던 내 눈에 사나운 바람과 성난 파도가 보이는 가 싶더니, 이젠 유령이 보입니다. 벅찬 기적들로 꽉 찼던 마음이 비워져, 방금까지는 무섭고 두려운 바람과 파도로 들어찼었는데, 이젠 그 마음을 유령이 차지합니다. 은혜와 감사로 가득했던 내 마음이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몰려드는 파도에 걱정과 근심과 불안으로 가득하더니, 지금은 온통 다가오는 유령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합니다.

우리가 늘 그렇습니다. 주신 은혜와 벅찬 감격과 감사는 그리 오래 가질 못하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종이배처럼 금방 물에 젖어버립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바다 좀 그만 보고, 나의 말을 들어라.

불타는 떨기나무 속에서 아무런 해를 입지 않으시는 주님,

홀로 하늘을 펼치시고 바다의 물결을 밟으시는 주님 (출애굽기 3:2; 욥기 9:8).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님께서 지금 바다 위를 걸어서 우리에게 오고 계십니다.




기도

바다 위를 걸어 우리에게 오고 계시는 주님, 지금 여기를 무섭고 두려운 검은 바다가 아니라, 은혜의 바다로, 감사의 바다로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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