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이 하찮게 느껴지는 요즘 같은 불장에(1)

3일간 지옥을 겪었던 저의 귀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by 노정희

연일 증시가 뜨겁다. 50년 넘는 일생 동안 주식 거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내 지인조차 최근 주식계좌를 만들었다. 매스컴은 “화폐가치가 녹아내리니 이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며 투자를 부추긴다. 맞는 말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2%대인데, 내가 체감하는 물가는 훨씬 높다. 물가뿐 아니라 증시, 금, 원자재까지… 정말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요즘이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것 같은 FOMO(Fear Of Missing Out)가 사회 전체를 뒤덮은 느낌이다.


지금까지 나는 돈을 모으고 불리는 일보다, 내 능력 계발에 더 집중해 왔다. 첫째가 6개월이 되었을 때 석사 과정을 시작했고, 박사학위 취득을 거쳐 지금의 직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 주어진 과제와 업무를 수행하는 데 급급했다. 거기에 ‘돈을 모으고 불리는 일’까지 챙기기란 쉽지 않았다. 내 집 마련은 당연히 뒷전이었다. 몇 개의 펀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은행 예·적금에 넣어두었던 내 자산은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입사 후 5년쯤 지나니 업무적으로도 이제 숨을 좀 돌릴 수 있게 됐다. 아이들도 많이 커서 육아의 무게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자산관리에 관심이 생겼다.


다행히 2022년부터 조금씩 금을 적립한 것은 지나고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정도 수익을 예상한 건 아니었지만, 적립할 때마다 늘 고점처럼 느껴져 추가 투자가 망설여지던 금이었다. 그러다 2025년 초, 지금까지 투자했던 원금만큼을 과감하게 추가 투자했다.


그리고 2025년부터는 코스피 지수 투자도 시작했다. 큰 이유는 없었다. 2023년과 2024년 국내 주식 성과가 저조했으니, 2025년에는 조금 반등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정도였다. 목표 수익률은 10% 안팎. 당연히 조금씩 분할 매수했다. 그랬던 코스피가 5000을 넘을 줄이야.


여기까지만 본다면 25년 초부터 금과 국내주식 지수 ETF 비중을 높인 나의 투자수익률은 상당히 괜찮았다. 어느 날 내 투자 전체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보니 주식 15%, 금 15%, 현금 70%였다. 그만큼 나는 위험자산 투자를 적게 하고 있었다. 나이대를 고려하면 더 성장하는 자산에 투자했어야 했는데, 지독한 위험회피 성향의 결과였다.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과거의 투자 수익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직장 동료 중 누군가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만으로 순수익 1억을 달성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런데 더 아쉬운 건 이런 생각이다. ‘그때 50만 원이 아니라 500만 원을 투자했더라면….’ 그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예금 계좌의 금리 2.9%가 작다 못해 치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은행은 대출금리는 높게, 예금금리는 낮게 설정해 돈을 날로 먹는 도둑놈들이라는 생각이 그날따라 더 크게 들었다. 차라리 이 예금을 금으로 바꿔놓는 게 낫지 않을까. 최소한 2.9%보다는 더 높지 않을까. 밤새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예금 3개를 깼다.


그리고 1월 28일 수요일, 나는 내 생애 가장 큰돈을 ‘하루에’ 썼다. 금 2500만 원, 은 2500만 원, 코스닥 150 지수 ETF 2000만 원어치를 샀다. 본격적으로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며 각종 글로벌 거시경제도 나름(?) 꾸준히 공부해 왔다. 전공도 이쪽이라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은은 향후 산업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공급 부족이라는 말까지 들리니 확신이 더해졌다.


그런데 역시 쫄보는 쫄보다. 갑자기 큰 금액을 투자했더니 불안해졌다. 원래의 내 투자 스타일과 너무 다르다. 나는 절대 한 번에 매수하지 않는다. 분할 매수를 원칙으로 한다. 기존엔 이렇게까지 불안하지 않았는데, 백만 원 단위에서 갑자기 천만 원 단위로 투자금액이 뛰어오르니… 너무, 너무 불안했다.


다음 날 1월 29일 목요일. 큰 금액을 투자하자 단 하루 만에 그 계좌에서만 평가수익이 400만 원 정도가 되었다. 하루 수익이 400만 원이라니. 내 한 달 근로소득이 하찮아 보이는 순간이었다. 솔직히 놀랐다. 이렇게 이틀만 하면 월급을 훌쩍 뛰어넘는 수익이 들어온다. 어제의 불안이 안도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날이 금과 은이 역사적 최고점(ATH, All-Time High)을 찍은 날이 된다.


그리고 대망의 1월 30일 금요일.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잠자기 전 해외주식 계좌를 보고 나는 눈을 계속 비비게 됐다. 나는 은을 SLV와 SLVP로 투자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실시간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우수수 떨어지는 금액을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계속 사 넣기 시작했다. SLV 투자 원금이 200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순식간에 불어났다.


두려움과 불안에 몸을 떨며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처참하게 깨진 내 계좌를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다. 이날 은은 4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독한 매수 타이밍이었다. 재무교과서에서도 나올 법한 역사적 순간(?)을 나는 실시간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image.png 한국시간 1월 30일 밤부터 다음날까지 수직하락한 은선물 가격 (출처:Investing.com)


작가의 이전글내가 되고 싶은 진짜 어른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