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이 하찮게 느껴지는 요즘 같은 불장에(2)

책을 통해 불안을 줄이고 나의 투자원칙 점검하기

by 노정희

가족들과 함께하며 여유를 만끽해야 할 토요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불안한 마음에 하루 종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실시간으로 확 떨어졌다가, 잠깐 올랐다가를 반복하는 은 계좌를 들여다보며 마음이 풀렸다가도, 다시 내려가면 망연자실했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점심 외식 자리에서도 그랬다. 먹성이 좋기로 유명한 내가 밥을 남기자,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당신, 진짜 스트레스받긴 받나 보다.”

내가 밥을 남기다니. 내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밥이 먹구멍에 넘어가질 않는다.


그때 갑자기 앞에 앉은 둘째가 한숨을 쉬었다. 둘째도 밥을 시원하게 먹지 못했다. 사실 아이들은 전날, 내 은 계좌가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장면을 함께 봤다. 아이들도 조금씩 투자를 하고 있던 터라, 내 표정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생생한 ‘학습자료’가 되었을 것이다.


"아… 엄마가 성급하게 들어가지 않고 분할매수만 했어도…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내가 사고 싶었던 은을 싼 가격에 살 수 있었을 텐데."


내가 후회에 잠겨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둘째가 뜻밖의 말을 했다.


“지금 떨어졌으니까, 나 은 사주면 안 돼?”


폭락장은 누군가에겐 재앙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된다.

둘째는 얼마 전 할머니와 이모에게 받은 용돈 10만 원에, 일주일 동안 집안일을 해서 번 돈 2만 원을 보태 거금 12만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SLV 1주를 샀다.


나는 주당 103달러쯤에 샀는데, 아이는 80달러쯤에 매수했다. 그런데 SLV는 그날 69달러까지 내려갔다.

아이의 한숨이 다시 들린다.


“하… 내가 일주일 동안 번 용돈이 날아갔네…ㅜㅜ”


그 순간 나는 실소가 터졌다. 너무 귀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에게 이 경험이 평생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긴 인생에서, 꽤 괜찮은 교훈이 되어줄 거라고.


“현수야, 충동적으로 매수하면 안 돼. 그리고 이런 폭락장에서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
“… 뭐, 엄마도 그게 안 돼서 불안한 마음에 물 타기 하다가 더 큰돈이 묶여버렸지만 말이야.”


그리고 새벽. 자다가 갑자기 불안이 밀려와 눈을 번쩍 떴다. 새벽 3시였다.

‘이 폭락이 귀금속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닐지도 몰라.’ ‘다른 주식들도 다 같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 책꽂이에서 오래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박영옥 님의 『주식투자 절대원칙』

좀처럼 불안이 가라앉지 않던 어두운 새벽, 그 책은 내 실수를 하나하나 되짚어주면서 동시에 깨달음을 건넸다.



“미스터 마켓은 조울증 환자와 같다.
주가가 올라가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갑자기 비관적이 되어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치운다.”
— 벤저민 그레이엄




움직이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 한, 수익도 손실도 아직 실현된 것이 아니다. 주가란 그저 매일의 출렁거림일 뿐인데, 우리 마음은 그 출렁거림에 맞춰 함께 흔들린다.


『주식투자 절대원칙』은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투자한 대상을 더 잘 아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번에 큰 손실 본 귀금속에서 대해 더 깊이 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내지 말고, 주어진 수익에 감사하라.

내가 그동안 타박했던 예금 이자 2.9%가.. 나에게 매달 현금흐름을 가져다주는 월급과 회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보다 훨씬 큰 금액을 투자하고 더 큰 손실을 겪은 사람은, 고작 30~40% 하락에 무슨 호들갑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나도 수익률이 -50%, -70%까지 떨어졌던 주식과 펀드를 가진 적이 있고, 심지어 대학생 시절 멋모르고 투자했던 코스닥 한 종목은 상장폐지까지 간 경험도 있다. 그런데 ‘지속적인 하락’과 ‘갑작스러운 폭락’이 주는 충격은 전혀 다른 종류였다.


무엇보다 나는 역사적 최고점에 가까운 가격에 들어갔고, 이틀 만에 폭락을 맞았고, 내 기준의 거금을 한 번에 집행했다. 욕심에 눈이 멀어 그동안 내가 가졌던 투자원칙을 깼다. 그 사실이 나에게 참기 힘든 자책과 후회를 남겼다.


천석꾼 사냥꾼은 없지만 만석꾼 농부는 있다.

책에서는 사냥꾼이 아니라 농부처럼 투자 원칙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농부가 아니라 한방을 노린 사냥꾼이었다. 씨앗을 심고 기다리는 대신, 한 번에 결판을 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내가 실패한 이유다.


시장이 공포에 잠길 때는 ‘돕는다’는 마음으로 사고,
내 안의 욕심이 커질 때는 ‘나눈다’는 마음으로 팔아라.

돕는다는 마음은 공포장에 모두가 그 기업의 주식을 던질 때, 가치까지 함께 던지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가격이 무너진 순간에도 그 기업을 믿고, 그 기업에 유동성을 보태는 쪽에 서는 것이다.


시장이 달아오르고 내 안의 욕심이 커질 때, 끝까지 더 쥐고 가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그때는 ‘나눈다’는 마음으로 팔아야 한다. 나눈다는 건 누군가에게 베푸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내 욕심을 덜어내는 일이다.


결국 투자에서 이기는 사람은 정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정보는 검색하면 금방 넘쳐나지만, 공포와 욕심은 내가 약해지는 순간마다 모양을 바꿔 다시 찾아온다. 내가 이번에 진짜로 배운 건 ‘무엇을 사야 하는가’가 아니라, 언제 멈춰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견뎌야 하는가였다.


마음 그릇이 돈 그릇보다 커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는 가격 위에서도 내가 흔들리지 않는다. 가격의 출렁임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내가 어떤 속도로 사고, 언제 멈추고, 얼마나 버틸지는 선택할 수 있다.


마음 그릇을 키운다는 건 수익률보다 먼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원칙을 지키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급등에 들뜨지 않고, 급락에 무너지지 않게 나를 붙잡아주는 감정의 통제력이다.


시장의 소음이 아무리 커져도 내 일상이 흔들리지 않게, 감당 가능한 크기로 들어가고, 정해둔 규칙대로 나누어 사고 나누어 파는 것. 이를 농부의 마음으로 꾸준히, 오래 해내는 것.


만약 그 책을 평소에 읽었다면, 책의 문장들이 이렇게까지 가슴에 박히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은 폭락장을 겪고, 내가 세워둔 투자 원칙을 깨고, 욕심에 눈이 멀어 실패하여 불안함에 잠 못 들던 새벽에 읽었기 때문에 나에게 큰 울림이 주었다. 이번 실패 경험 속에서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필요한 지를 명확하게 짚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의 마음 그릇을 키우기로.

시장이 흔들려도 내 투자 원칙과 내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먼저 나의 적정 투자 규모와 행동을 투자 원칙서(IPS)로 설계하고, 그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기로.



작가의 이전글근로소득이 하찮게 느껴지는 요즘 같은 불장에(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