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과 놀기 위한 엄마의 전략: 체력 미리 덜어 두기

발목 염좌로 인한 러닝 휴식 & 슬로 철인 3종 준비

by 노정희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았던 날이 있었다.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 진심,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으로 열심히 했지만… 이유 모를 불이익.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회사는 알아주지 않는다는 서운함. 거기에 주변인의 연이은 퇴사, 그로 인한 업무 과중까지.

직장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들인데, 그게 유난히 몇 달 연속으로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나는 러닝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다만..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많아서였을까. 평소의 2배 이상을 뛰었다. 가족들과 캠핑을 가서는 산을 뛰어다녔다. 신나게, 아주 신나게... 신기하게도 뛰고 나면 마음이 풀렸다.


더 너그러워졌고, 더 이해하게 되었고, 용서가 됐다. 대신, 그날 이후 내 발목이 너무 시큰거린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참을 만하다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애써 무시했던 것 같다. 사실은 마음이 더 문제였다. 요동치는 감정을 잡기 위해 몸을 더 세게 움직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몸을 움직이면 마음은 고요해진다. 그걸 오랫동안 경험으로 체득했고 그래서 운동을 더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유독 마음이 힘들었던 2026년, 나는 연초부터 달리기에 집착했다. 점심 약속 대신 러닝, 퇴근 후 저녁 먹고 또 러닝. 하루 두 번 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결국… 몸이 먼저 항의했다.


정형외과에 갔다. 발목 초음파를 보는데, 왼쪽과 비교하니 오른쪽 발목에 검은 염증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이대로 계속하시면… 평생 못 달릴 수도 있어요.” 협박(?)이 섞인 경고였다.


10일분의 약과 휴식을 처방받았다. 말 그대로 약을 먹는 동안은 얌전히 쉬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러닝을 쉴지 몰랐는데.. 그렇게 러닝을 쉰 지 거의 4주다. 그동안 발목은 서서히 회복되었고, 러닝 외 발목에 무리가 되지 않는 다른 운동을 했다. 그것은 바로.. 수영과 자전거이다.


재작년 육아휴직 때 사춘기 아들과 러닝을 시작하면서, 러닝은 힘들어 하지만 수영과 자전거에 자신 있는 아들이 자기는 철인 3종을 하고 싶단다. 그 한마디를 이 별난 엄마는 놓치지 않고 바로 잡았다. 평소에도 도전하고 싶었던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그 말을 한 이후로 나는 철인 3종 도전을 위해 자전거도 꾸준히 연습해오고 있다.


러닝을 못 하면 다른 운동을 하면 된다. 단,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그런 의미에서 수영과 자전거는 아주 완벽한 대체재였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제2회 낙동강 슬로 철인 3종 페스타 접수가 시작되었다. 철인 3종에 한 번도 출전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작년부터 이 대회를 눈여겨보았다. 가족단위로 경기에 참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종목마다 기록을 재지 않고 '완주'가 목표인 대회다. 수영과 자전거가 겁나(?) 느린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들에게 딱이었다.


http://www.slowtriathlon.kr/



image.png 제2회 낙동강 슬로철인 페스타 종목


접수 당시 수영의 거리를 보고 고민했지만, 일단 지르고 보는 나는 첫 출전이지만 스탠더드(수영 1.5km, 자전거 46km, 트레일런 10km)를 신청했다. 큰아들은 나이 제한으로 인해 안타깝게 미니(수영 200m, 자전거 6.6km, 트레일런 2.5km)를, 그리고 아빠와 둘째 아들은 미니코스를 둘이서 수행하는 가족팀릴레이에 신청했다. 아마도 둘째가 수영과 자전거를 하고, 아빠가 트레일런을 할 듯하다.


요즘은 주말마다 아들들과 수영장을 간다. 나보다 수영을 잘하는 아이들은 내가 수영을 하면 따라와서 내 발을 잡는다. 정말이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큰아들은 수영을 거의 7년 넘게 한 베테랑이다. 투자한 만큼 성과가 있었다. 아들은 상당히 수영을 잘한다. 둘째는 귓병이 계속 생겨서 형아만큼 오래 배우지는 못했지만, 제법 잘한다. 둘째의 특기는 평형인데, 그날 수영장에서 한 어른에게 칭찬도 받았다.


나는 큰 아들한테 내 자유형의 자세에서 어디가 문제인지 봐달라고 했다. 강습료가 5천 원이라고 한다. 한 대 때릴고 배울까, 아니면 강습료를 내고 배울까 고민하는 사이, 아들은 내 팔 자세를 교정해 준다.


연습을 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수영도 마라톤처럼 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나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와 속도를 찾아가며 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매주 갔더니, 이제 300m 5세트(총 1.5km)를 거의 50분 만에 할 수 있게 되었다.


수영 후엔, 아들들과 만경강에 자전거 라이딩을 갔다. 남편은 차에 자전거 3대와 우리를 싣고 만경강문화관을 향한다. 주차나 화장실 사용 등 자전거 라이딩 시작점으로는 만경강문화관이 최고인 것 같다.


내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남편은 자전거 캐리어를 샀다. 자기가 알아보니, 튼튼하고 괜찮은 자전거 캐리어는 최대 3대만 실린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굳이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는 동안 남편은 어쩔 수 없이(?) 혼자 남아 우리를 기다린다. 보고 싶지 않은 유튜브를 보며.. 늘 생각하지만 고마운 남편이다.


날씨가 이제는 많이 풀려서 따뜻하다. 공기질만 좋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봄에는 먼지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드넓은 만경강 자전거 길을 힘차게 달리니 가슴이 뻥 뚫린다. 아들들과 이런저런 이야기와 중간중간 간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큰아들은 최근 픽시에서 MTB로 자전거를 바꾸었다. 얼마 전 픽시로 장난을 친 중학생들의 부모가 경찰서에 갔다는 기사를 보았다. 안전면에서,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가 없다는 점에서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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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과 함께 한 만경강 라이딩 (26.3.14)


수영 후 자전거 20km, 다음날은 자전거만 40km, 주말 동안 총 60km를 타고나니.. 자전거도.. 절대 만만한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아직 벚꽃이 피기 전이지만, 만경강 옆 도로는 봄이 오면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워진다. 이제 아이들과 매주 이 길에 와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온몸으로 느껴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 둘째가 시름시름 아프다. 장염에 걸린 것이다. 과도한 신체활동으로 인해 면역이 떨어져서 장염에 걸린 거라는 생각이 들자, 아이에게 몹시 미안하다.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나는 체력이 예외적으로 좋은 40대 아줌마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엄마와 놀아준다고 고생한다는 것을... 다음부터는 내가 미리 오전에 다른 운동을 해서 내 체력을 좀 뺀 다음에 아이들과 놀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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