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게임

<대회 후>

by 샤인진

후회 없는 게임이란 무엇인가?


승패 상관없이.

원하는 것을 했나?

배운 것을 실천했나?

생각한 작전을 실행했나...

그러니까.

끌려가지 않고 내 것을 했나!


상황 1.

탁구 단식. 한 게임이 끝났다.

심장이 아직도 쿵쿵쿵, 이마, 귀, 목 뒤로 땀이 맺혀있다. 닦는다.

졌다. 숨을 돌린다.

'배우고 연습한 것을 실전에서 해보니 포핸드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구나...' 졌지만 내 것을 하고 왔다. 기분은 충만하더라.


상황 2.

예선을 무난히 통과했다.

상대가 실수해서 이긴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리듬이 아니었다. 준비한 걸 못했다.

다행히 이겼지만 공허하더라.


상황 3.

상대 파도에 휩쓸리며 패했다.

진 것도 서러운데 아무것도 못했다.

뭐라도 과감하게 시도라도 하고 왔으면 미련이라도 없지.

결과가 아쉽더라도 '그래! 그래도 했어!'...라고 시도했던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상대한테도, 나한테도 졌다. 허무하더라.



이런 순간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 경기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시도했더라면 승패와 별개로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 텐데.

자신감이 커지고 단단한 경기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재료를 획득했을 텐데.

그럼 요리도 가능.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연약하기 그지없다. 획득한 재료도 없으니 요리를 시작하기 어렵다.


원하는 것. 배운 것.

떨리는 경기 생각한 작전을 실행했을 때 내가 나를 믿었다는 증거를 보는 것 같았다.

용기로 벅차오르더라.

만약 실행 못했다면 그것까지가 나의 역량이었다. 욕심낼 것 없다. 연습이 더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니 편했다.


시도하니 생각이 정리된다.

다음 진도가 보였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재료를 보완해야 할지 알게 되더라. 차곡차곡 실행으로 모은 재료를 이용해 요리하고 곧 새로운 레시피로도 만들고 싶어졌다.

긴장감 속에서 내가 익숙하지 않은 동작을 한다는 것은 대단하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하면 되더라. 다음 경기에는 보완된 모습으로 터지게 되더라.


용기 내어 틀을 뻥차고 나가자.

팽창하는 나를 경험하는 소름 돋음. 너무 좋더라.

며칠 뒤, 몇 달 뒤 달라진 나를 떠올리며 계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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