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겉모습으로 실력판단 안 하련다.
경기 전 상대와 몸을 푼다.
자세가 엉성하다. 초보인가? 공이 어떻게 넘어오는지가 신기할 따름이다.
'나보단 실력이 한 수 아래구먼'
나도 모르게 거만생각이 떠오른다. 아주 자연스럽게 마음이 놓아지더라.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시작한다.
이상하다. 혼자 헤맨다.
'아니야 어쩌다 넘어온 걸 꺼야...'
리드할 줄 알았는데 네트까지 행운으로 따라주니 갑자기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혼자 거만에 무릎을 꿇고 지고 나왔다.
누가 봐도 내가 이길 것 같았는데 억울하더라.
자세도 내가 더 멋진데 말이다.
사람들도 "도대체 왜 졌어?" 질문하니 아픈 곳에 레몬즙이 떨어진다. 쓰라리다.
당하고 또 당하고 깨달았다.
그분들의 자세도 나름 내공이 있더라.
경기 전 겉모습으로 실력을 미리 짐작하지 않으련다.
자세가 아무리 특이해도 마음을 놓지 말고 상대의 플레이에 집중한다.
집중하다 보니 자세가 이상한 사람은 약점이 있더라.
구력으로 똘똘 뭉쳐진 그분의 실력 속에 약점을 5점 안에 찾아내본다.
운동은 자세가 실력이라 생각하지만 영 이상해도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의 경험으로 믿는 구석이 있다. 거기까지더라.
자세의 한계가 오면 실력이 더 이상 늘지 않더라.
자세가 탄탄하면 한계가 없다.
빈 컵에 들어있는 공기처럼 한 없이 높이 높이 갈 수 있더라.
그래서 운동 시작에 자세를 잘 배워 두라는 변하지 않는 조언을 잘 새겨들어야 하는 것이더라.
탈춤 추신다. 안동에서 하회탈 구경한 기억이 떠오른다. 상대 얼굴에 탈을 씌우고 팔에 긴 천을 붙인다. 펄럭펄럭. 집중이 흐트러진다.
발끝을 뾰족하게 포인 하며 공중으로 점프 뛰신다. 발레 드롭. 안경 쓰고 통통한 백조 한 마리가 사뿐히 착지한다.
차분한 티 타임. 공이 녹차 향처럼 은은하게 넘어온다. 갑자기 버럭 다도 상을 뒤업으신다.
기복이 심한 스킬에 놀랜다.
아...
안 보련다...
판단 안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