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여행을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남자친구와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둘이서 사귄 첫 해에 해외여행을 3곳이나 갔을 정도로.. 그 해에 1년동안 남자친구는 휴학을 하고 거의 10개국이 넘는 국가를 여행했다. 베트남, 일본, 유럽, 남미,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등등,,, 다낭과 세부는 그 해에 두번씩 가기도 하였다. 누군가는 이렇게 여행을 사랑하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제주도에 살면서 그렇게 여행을 가고 싶냐고 , 또는 연애를 시작한 첫 해에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냐고. 하지만 나는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이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왜냐면 나에게도 여행은 너무나 중요하다. 나만의 신조가 있다. ‘life like a journey’ 여행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여행이니 나의 삶이 여행이라면 나는 매일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미국에서 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책의 한 구절에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국내에서 여행을 즐기기 어려운 이유는 모국어는 사소한 뉘앙스와 기색, 기미와 정취, 발화자의 숨은 의도를 너무 잘 파악한다는 점이다라고 기술되어있는 부분이다. 해외에가면 낯선언어가 나를 불편하게도 하지만 내 가슴을 떨리고 설레게한다. 그게 두려움인지 기대인지는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 심장이 뛰는 순간이 너무 좋다. 또 낯선 나를 차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배려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의 언어를 모르고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나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히 이해한다. 하지만 꽤 많은 여행지에서 나는 배려를 받았고, 나의 실수를 관대하게 받아들여줬던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들은 나의 말과 행동에 뉘앙스 따위는 바라지도 않고 단순한 이해만 해도 좋아했고, 나 역시도 그들과의 대화에서 숨은 의도를 찾기위해 에너지를 쓰지 않았으며 한 단어라도 알아들으면 신이 났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은 최고고, 여행에서 배우는 것은 정말 많고 여행 안즐기는 사람 다 바보. 이런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여행이라는 행위는 사실 꽤 무의미 하다는 것, 우리를 설레게 하는 여행의 호텔은 사실 겨우 2~3시간 전 누군가 급하게 체크아웃을 하고 나간 곳이며, 설레는 냄새는 호텔의 화학적 탈취제라고 말하며 오히려 여행의 환상을 깨고(?)있다. 하지만 이 산문에서 말하고 싶은 의도는 여행이라는 행위보다 여행을 즐기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집중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행은 내가 맘먹을 것과 전혀 다른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는것은 김영하 작가님이 운동권 시절 나라에서 보내준 중국에서 깨달으셨다고 한다. 중국에 대해 김영하 작가님이 가지고 있던 기대와 실제는 달랐고, 아마 나는 작가님과 같은 경험을 했더라면 내가 정말 작은 세상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 같다.
비여행과 탈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수많은 역사속에 귀족들은 하인들을 여행을 보내고 그 경험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행을 마치 본인이 다녀온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양반들도 금강산 근처까지 간 후 하인에게 정상을 오르게 하고 본인이 금강산을 다녀온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내가 생각한 것은 과연 여행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다. 한 예로 나는 현재 제주도에 6년째 살고있지만 육지에 살며 제주도에 평생 2~3번 정도 온 친구가 나보다 제주도에 대해 더 잘 안다. 아니 어쩌면 제주도에 한번도 오지 않은 사람이 나보다 제주도의 핫한 카페와 음식점이 어디인지 더 잘 알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지역에 대한 지식은 여행의 기준이 되지 못하고.. 그렇다면 시간을 기준으로 두어야 할까 ? 하지만 같은 여행지도 한달살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2박3일을 가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기준이면 경유지 2시간도 여행으로 쳐야하는 거 아닐까 ? 그러므로 시간도 기준이 될 수없다. 나는 이 해답을 남자친구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남자친구는 기억이 나지않는 여행지를 가본 적 없다고 말한다. 처음엔 이게 너무 이상했다. 예를 들어 내가 파리와 영국을 다녀온 경험에대해 말해줄 때 본인은 그쪽은 한번도 가본 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어렸을 때 가족여행으로 가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왜 가봤는데 가본적 없다고 말했어?” 남자친구는 “기억이 하나도 않나니까..?”라고 말했다. 아…! 이거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므로 모든 기억을 유지할 수 없다. 내가 어제 평범하게 먹은 저녁을 하루만에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3년전에 먹은 근사한 저녁식사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기억에 남았다는 것은 결국 어느정도 나에게 감명을 주었다는 것인다. 감명받은 여행지가 여행의 기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아직도 ”어렸을 때 가봤는데 기억은 안나“라고 말하지 않은 이유는 쪼끔 이해가 안간다 ㅋㅋ)
또 책에서는 여행가와 주민을 책임과 의무의 유무로 구분하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오래 그 지역에 살아도 그 지역에 책임과 의무가 없다면 그 사람은 여행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같은 삶은 무엇일까? 우선은 여행의 기본은 낯섦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국내여행을 여행으로 잘 못느끼는 이유다. 또 적당한 교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여행에서 교훈을 찾기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여행이 주는 교훈은 꽤 자연스럽게 온다. 교훈이 없는 것도 교훈이라고 생각하며.. 여행지에서는 마치 밤 12시의 감성같다. 밤 12시에 풍부해지는 감수성이 여행지에서는 24시간동안 온다. 그래서 작은 평범한 일 하나도 굉장히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예시로 하나와의 유럽여행에서 나는 정말 오래 걷고 너무 힘들었는데 오래 걸은 후 앉아서 음료를 마실때 역경과 고난이 있어야 당연한 것들에도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예로 친구들과 태국을 갔을 때 나는 꽤 해외여행을 해본 상태였고 몇몇 친구들은 태국이 처음 해외여행이었는데 친구들과 의견차이로 속상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 첫 해외여행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친구들의 그 행동이 너무 귀여워보였고 나의 행동이 부끄러웠다. 그 때 배운 것은 누군가의 처음을 함께 한다는 건 답답할 수 있지만 사실 너무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나는 누군다의 처음을 함께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 순간을 답답하게 생각하지 않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 것 같다.
책에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잊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구절에 따르면 나는 여행같은 삶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끊임 없이 내가 누구인가를 알고 싶어하고 알기위해 살아간다. 또 나는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알아야 남을 알 수 있고, 나를 알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여행하는 순간 만큼은 나를 잊을 수 있다. 여행지에서의 나의 모습은 사회의 체면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세부의 라이브바에서 남자친구가 많은 외국인들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른 것 처럼. 여행지에서 나는 섬바디가 아닌 노바디이다. 나를 잠시 놓고, 나를 잠시 잊고, 내가 누구인가 라는 절대 풀리지 않지만 죽는 순간까지 고민해야하는 그 문장을 내려 놓고, 노바디가 된다. 얼마 전에 하나를 만나서 나눈 대화 중 ‘우리는 모두 그냥 태어난 이름 없는 풀꽃인데 나는 다를거야. 나는 특별할거야. 라는 생각으로 너무 애를 쓰고 사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여행지에서 나는 진정한 이름 없는 풀꽃이 된다. 그러니 여행은 일상이 되면 안된다. (그럼 내 신조는 ..?)
마지막으로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여행에 대한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몇백짜리 명품 사는 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단 몇일간 길바닥에 몇백을 버리는 걸 행복으로 생각하는 나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뭐든 과유불급은 경계해야지. 그러니 다들 자신에게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적당히 그것에 투자하며 텅장되는 것은 경계하는 매일이 여행같은 삶이길 바란다 !
-본 책 리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가지고 작성하였으며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었을 수도 글쓴이의 의견이 완벽하게 틀렸을 수도 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