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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윤별경 Feb 11. 2024

첫사랑 만나서 재혼한다는 딸. 반대했더니~

10년넘게 연락이 없다.


작년 여름 일요일 아침.

출근해서 책상정리를 하고

있으니 80이 가까우신

어르신이 들어오셨.

평소에 잘 오지 않던 분이셔서

반가워 하며 인사를 드렸드니,

나에게 만봉지 내밀었다.


"사무장.이거 무봐라.

내가 키웠다."

"뭔교?" 꽉 매여진 봉지를

열어보니 콩나물 이었다.

그 마음이 귀하여 자녀분들

주시라고 거절하였더니,


" 자식이 어딨?

아들은 11살 때 수영한다고

강에가더니, 물에 빠져 죽고

딸내미는 10년 넘게 오지도 않는다.

연락도 아예 업다."

"와? 에구 늙으신 아

이 보러 와야지.

내가 전화해가 머라카꾜?"


따님은 성당신자이긴

했으나, 안 나온지 오래였다.

본 적 없었지만, 나보다

몇 살 어리다는걸 들었다.


"가스나가 결혼해가 아들낳고

살더만 우째되었는지,

이혼한다더라. 생떼같은

손주는 지애비 줘 버리고

얼마있다가 남자데리고

오더니 재혼한다 카더라.


알고봤더니 얼굴이 안면있다

생각했더니 옛날에 지캉사귄

그 누무가(녀석)아이가.

금마는 결혼도 안했다카.

같이 산다더라. 내가 이혼하는

이유도 제대로 못 들었는데,

기생오라비 같은 놈하고 다시

만나가 산다카이 영감하고 반대

했더니 그 이후로 오지도

않고 연락도 .


  딸내미 낳고 산다고

누굴 통해 들었다. 내가 뭔 죄

이리 많나 싶다. 아들은 죽어뿌고

딸년은 좀 머라캤다고 가까이

사는데도 연락도 없고

아예 발길도 끊었다. "


눈물을 흘리시며 이야기를

하셨다. 신심이 깊은 어르신이라

이혼도 이해안되는 부분

이셨으리라. 지금의 사위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내게 콩나물이 아니라, 따님이

너무 보고 싶어 오셨다는거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난 어르신 손을 꼭 붙잡아 드렸다.

"어무이.내가 엄마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어서 엄마같아서 그러니

이해 하이소.


딸내미한테 전화나 문자해가

손녀 낳았다고 하니, 손녀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이소.


찾아오거든 아무말 하지말고

잘 해주이소. 또 옛날이야기 하면

싸우게되고, 이제 진짜 안 온다.

어무이가 져 주이소!

이젠 둘이서  낳고 잘 사니깐.

알겠지예?

어무이가 손 먼저 내밀어 보셔요."

다.이야기 들어주어 고맙데이.


사무실에 사람들이 오기시작하여

더 이상 말은 하지  하였으나,

슬픈 마음이 전해져서,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른두분의 사시는 그 차가운 공기에,

따님과의 따뜻한 온기가 너무나

그리웠을 것이고, 손녀딸도

무척 보고 싶었을 것이다.



 후로  어르신은 만봉지에

이것저것 들고 오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시곤 하셨다.


따님과도 왕래도 하단다.

난 어르신 손을 붙잡고

"하셨어요!고맙십니더.어무이"

"내가 고맙다.고마워."

손을 붙잡고 또 우셨다.

손녀 초등학교 입학때도

선물 못 하셨다고

옷도 사드리고 하셨단다.

지금도 난 어르신께 가끔

전화를 드리곤 한다.


나의 전화가 조금은 따뜻함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또한

어르신부부와 그 따님가족에

더 없이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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