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만나서 재혼한다는 딸. 반대했더니~
10년넘게 연락이 없다.
작년 여름 일요일 아침.
출근해서 책상정리를 하고
있으니 80이 가까우신
어르신이 들어오셨다.
평소에 잘 오지 않던 분이셔서
반가워 하며 인사를 드렸드니,
나에게 까만봉지를 내밀었다.
"사무장.이거 무봐라.
내가 키웠다."
"뭔교?" 꽉 매여진 봉지를
열어보니 콩나물 이었다.
그 마음이 귀하여 자녀분들
주시라고 거절하였더니,
"내가 자식이 어딨노?
아들은 11살 때 수영한다고
강에가더니, 물에 빠져 죽고
딸내미는 10년 넘게 오지도 않는다.
연락도 아예 업다."
"와요? 에구 늙으신 아부지
어무이 보러 와야지.
내가 전화해가 머라카꾜?"
따님은 성당신자이긴
했으나, 안 나온지 오래였다.
난 본 적 없었지만, 나보다
몇 살 어리다는걸 들었다.
"가스나가 결혼해가 아들낳고
살더만 우째되었는지,
이혼한다카더라. 생떼같은
손주는 지애비 줘 버리고
얼마있다가 남자데리고
오더니 재혼한다 카더라.
알고봤더니 얼굴이 안면있다
생각했더니 옛날에 지캉사귄
그 누무가(녀석)아이가.
금마는 결혼도 안했다카대.
같이 산다더라. 내가 이혼하는
이유도 제대로 못 들었는데,
기생오라비 같은 놈하고 다시
만나가 산다카이 영감하고 반대
했더니 그 이후로 오지도
않고 연락도 엄따.
그 후에 딸내미 낳고 산다고
누굴 통해 들었다. 내가 뭔 죄가
이리 많나 싶다. 아들은 죽어뿌고
딸년은 좀 머라캤다고 가까이
사는데도 연락도 없고
아예 발길도 끊었다. "
눈물을 흘리시며 이야기를
하셨다. 신심이 깊은 어르신이라
이혼도 이해안되는 부분
이셨으리라. 지금의 사위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내게 콩나물이 아니라, 따님이
너무 보고 싶어 오셨다는거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난 어르신 손을 꼭 붙잡아 드렸다.
"어무이.내가 엄마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어서 엄마같아서 그러니
이해 하이소.
딸내미한테 전화나 문자해가
손녀 낳았다고 하니, 손녀얼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이소.
찾아오거든 아무말 하지말고
잘 해주이소. 또 옛날이야기 하면
싸우게되고, 이제 진짜 안 온다.
어무이가 져 주이소!
이젠 둘이서 딸 낳고 잘 사니깐.
알겠지예?
어무이가 손 먼저 내밀어 보셔요."
알겠다.이야기 들어주어 고맙데이.
사무실에 사람들이 오기시작하여
더 이상 말은 하지 못 하였으나,
그 슬픈 마음이 전해져서,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른두분의 사시는 그 차가운 공기에,
따님과의 따뜻한 온기가 너무나
그리웠을 것이고, 손녀딸도
무척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 후로 어르신은 까만봉지에
이것저것 들고 오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시곤 하셨다.
따님과도 왕래도 하셨단다.
난 어르신 손을 붙잡고
"잘 하셨어요!고맙십니더.어무이"
"내가 고맙다.고마워."
손을 붙잡고 또 우셨다.
손녀 초등학교 입학때도
선물 못 하셨다고
옷도 사드리고 하셨단다.
지금도 난 어르신께 가끔
전화를 드리곤 한다.
나의 전화가 조금은 따뜻함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또한
어르신부부와 그 따님가족에
더 없이 행복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