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마트에
가시는 걸 좋아하셨다.
늙은 자전거를 끌고
엄마가 종이에 적어준 재료를
사서 자전거에 실어놓고
마트바깥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빵 한 개와 바나나우유를
드시는 게 70세 훌쩍 넘은
어른의 행복한 일상이었다.
오빠가 아프고 난 후 오빠의
병간호를 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아버진 2~3일에 한 번씩
장 보러 가셨다.
내가 간다고 해도 본인이
갔다 오겠노라고 고집을
부리셨다.
나이도 있으시고, 차들이
다니는 길이여서
불편하실텐데, 굳이 당신이
가신다고 우겨서 걱정을 하고
있으면 엄만 내게
"내비둬라. 아버지 심심하니깐
쉬엄쉬엄 갔다 오시게!
다니시다가 아는 분들
만나면 이야기도 하고,
소일거리로 다니시구로"
아버진 자전거를
타다가, 내리어 끌다가
계속 마트에 다니셨다.
어느 날
필요한 재료가 있어,
급하게 마트에 가게 되었다.
의자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아부지!"
아버진 의자에 앉아
바나나우유와 빵을 드시고 계셨다.
아버진 나를 보더니,
멋쩍은 얼굴로
"니도 무라! 아부지가 계산할게"
드시라는 말을 하고 마트 안으로
들어오니 마트직원이
"아버지이신가 봐요?.
닮았어요. 할아버지 오실 때마다
바나나우유와 빵 한 개 꼭
드시고 가세요."
처음 알았다.
아버지가 바나나우유를
그토록 좋아하신다는 걸.
집으로 오는 길
내가 산 재료들을 아버지
자전거에 싣고, 내가 자전거를
끌고 아버지와 걸어왔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어색한 막내딸은 말없이
땅을 보며 걸었다.
"아부지! 바나나우유랑 빵.
내일 내가 많이 사 올게요.
집에서 출출할 때 드셔요"
침묵을 깨고 말을 하니,
"아이다. 사 오지 마라.
마트 갈 때마다 사 먹으면 된다.
아부지가 그 재미로 간다.
돈 들어가 사 오지 마라.
알겄제? 마트에서 먹는 게
젤 맛나다."
당신의 딸이 돈 쓸까 봐
걱정하여 말씀하는 것
알고 있었지만 마트에서
먹는 우유와 빵 먹는 재미도
있을 듯하여, 가끔 아버지 몰래
아버지바지주머니에 돈
만원을 넣어두기도 했다.
아버지의 마트사랑은
뇌출혈로 쓰러지시기전
몇 년 동안 계속 다니셨다.
어제는 아버지의 18번째
기일이었다.
(아버지와 같은해 3주 후에
돌아가신 오빠제사를 지낸
10년이 지난후
엄마는 탈상하자를 말씀을
하셔서 그다음 해에 마지막
제사라는 인사를 드리고
아버지와 오빠제사를 탈상했다.)
제사를 지내지 않지만,
평소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반찬들을 상에 차려놓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좋아하신
바나나우유와 빵과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