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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윤별경 Jul 24. 2024

나의 고향. 외갓집!

이젠 고향이 없어졌다.

[사진: 80년대 대구서문시장]


외갓집은 대구 비산동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시골이

외갓집은 도시인 대구였다.

오스카극장 맞은편에 위치한

외갓집 가는 길은 시장을 지나

조그마한 골목을 지나면

주인집이 있었고,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이 외가였다.


방학 때마다 외사촌들이

고모집인 우리 집에

오거나, 내가 외갓집으로

돌아가며 놀곤 했다.

외삼촌 자녀 3명은

나와 나이가 비슷해서 자주

놀러 다니곤 했다.

방학 때만 되면 외갓집 가는 길이

너무도 즐거웠다.


버스가 많이 다니는 것도

신기했고, 몇 발짝 걸어가면

시장이 있어 주전부리도 많았다.

조금 더 걸어가면

큰 시장인 서문시장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로 신났었다.


외갓집 주위로 더 걸어가면

둘째 외할아버지, 셋째 외할아버지

넷째 외할아버지, 막내외할아버지.

그 주위로 여러 명의 삼촌들 집.

돌아가면서 인사드리면

"아고 가 윤실이 막내딸이가?"

이뻐해 주시는 어른들이

많으셨다.




외할아버진 종갓집 큰 어른 이셨다.

5명의 형제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독립운동하셨고, 해방된 조국에

동생들과 경남진해에서 사

6.25 전쟁으로 외할머니를

가슴에 묻셔야했다.

종갓집 큰 살림은 맏이인 엄마가

맡아 살아야 했으며,

늘 가난했던 외갓집 이었다.


엄마 혼인한 아버진

군인이셨자주이사 가야 하는

번거로움에 10년 가까이

처가살이를 하셨고,

우리 가족들은 친가보다

외가를 더 좋아하였는지 모른다.


그 후 외할아버진 대구로

식구들과, 동생네 가족

함께 터전을 마련하시게

우린 아버지고향인 여기로

이사로 오게 되었다.


어릴 때의 나는

큰집에서 막내였던 아버지

큰집으로 다닐 때마다

나의 존재는 미비하였.

하지만, 외가댁으로 가면

종갓집의 맏딸인 엄마의 존재감이

워낙 컸기에 나 또한 존재감이

있었다. 엄마의 수많은 사촌들인

삼촌이나 이모들에게 인사하면

"영자누나 막내딸"

"영자언니 막내딸"

그 말들이 너무나 듣기 좋았다.



7월20일.

엄마의 형제 중

마지막이셨던 큰외삼촌이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


4월달 외삼촌이 아프시다는

외숙모의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외갓집이 갔을때

삼촌은 많이 수척해계셨다.


외삼촌은 쇼파에 앉아

힘들게 이야기하셨다.

"경아. 내가 너거 엄마보러

갈때 다 되었는갑다."

돌아오는길 방에 누워

정신없이 주무시는 외삼촌에게

삼촌 갈께요. 다음에 또 올께요!

잠든 외삼촌의 모습이

마지막 이었다.




엄마 돌아가셨을 때,

"누나! 이제 우리 형제들 중에

나 혼자만 남았네"

하시며 엉엉 우신 외삼촌이셨기에

그 말씀이 나의 마음을

계속 아리어 왔다.

(엄마의 4남매중 이모와

막내외삼촌은 10여년지병으로

두분 다 하늘나라에 가셨다.)


문중산소에 가기 싫어하시던

외삼촌이었기에 외할아버지와

함께 수목장에 모시기로 했다는

사촌의 이야기를 들었다.


외삼촌은 경상도 남자답지 않게

늘 다정다감하셨고,

가족들을, 친척들을 잘 챙겨준

종갓집 종손이다.

례식장 많은 분들이

오셔서 외삼촌을 추억하시었다.

친척삼촌들과 사촌들은

외삼촌 마직막 가시는 날까지

며칠동안 함께하였다.


나 또한 오랜만에 외가친척들을

뵙게 되어 인사하느라 바빴던

외삼촌 장례기간이었다.

외삼촌을 잘 보내고 돌아오는 길

예전 외갓집일대인

비산4동을 걸었다.



외갓집이었던 그 동넨

아파트 단지가 많이 생겨

외갓집 흔적들이 없어졌다.


예전 외갓집골목 비슷한길을

걸으서 나의고향을 추억하였다.


일 정갈하게 한복과 두루마기를

입으시고, 여름이면 등나무로 만든

등배자와 등토시를 하시고

흰 수염이 햇빛에 반짝반짝

빛이 나셨던 외할아버지.

젊은 외삼촌외숙모.

내 또래 사촌들이 방학이라

놀러 온 나를 반겨주었다.


조금 걸어가면 둘째할아버지댁.

조금 더 걸어가면 전파상하시는

세째할아버지댁.

조금 더 걸어내려 가면

양곡집하는 넷째 할아버지댁

조금 더 걸어내려가면

막내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나를 반겨주신다.


"아고 윤실이 막내 경이 왔나?

엄마 잘 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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