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작가라고 소개하지 마!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지난 토요일부터 2학기가
시작되었다.
2학기에 책들도 바뀌었고
전공교수님들도
바뀌어서 낯선 교실 같았다.
두 달 반 만에 본 학우들은
그동안의 일들을
보따리 풀어놓듯 끊임없이
이야기들을 하였다.
교재가 나오지 않아
첫 수업들은 교수님께 궁금한
질문들이나 수업진행방향과
시험은 어떤 형식으로 치르게
되는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가족복지론'의 교수님께서는
옆자리에 앉은 짝꿍에 대해서
소개하기를 원하셨다.
우리 반 학우 38명은
짝꿍을 맞추어서 앉으며
서로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나와 남편은 같이 앉았기에
서로에 대해 안다고 생각을 하며
무덤덤하게 앉아있었다.
내가 먼저 남편에 대해 발표했다.
"제 짝꿍 000입니다.
9년간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진짜 제 짝꿍입니다.
아들에게 호적으로 양부로
올려줄 만큼 든든한 아빠이자,
장모님 돌아가시기 전까지
극진히 모셔준 멋진 짝꿍입니다.
성격은 유쾌하며, 세상에 아주
관심이 많은 인싸이기도 합니다."
교수님은 처음 볼 때부터
부부 같았다. 두 분의 선한 모습이
닮았다고 하셨다.
이어서 남편이 나를 소개했다.
"제 짝꿍 000입니다.
저는 윤별경이라고 부르고,
제 휴대폰에도 윤별경이라고
저장되어 있습니다.
성격이 내성적이며, 혼자서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합니다.
예민한 편이며, 욕하는걸
거의 본 적이 없지만,
극도로 화가 났을 땐 욕을
할 때도 있습니다. 아주 가끔
사회적 큰 이슈를 보게 되면
발작버튼이 작동합니다.
욕을 듣고 싶으면 엄청 화나게
해야 들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나, 사고가
저와 비슷해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다음인가? 네이버인가?
카카오인지 모르지만,
브런치 작가입니다.
저는 짝꿍의 글을 보진 않았지만,
글 쓰는 거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제짝꿍입니다"
브런치작가라는 이야기에
얼굴이 빨개지며, 복화술로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쫌'
계속 말을 했으나 이미 돌이킬 수
없어져버렸다.
학우들은 박수를 치며 나를
쳐다보았고, 얼굴은 빨갛게
익어버렸다.
쉬는 시간 학우들이 나에게
어디로 들어가면 볼 수 있냐고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나중에 보여줄게"
진땀을 빼기 시작했다.
우리 반학우분들 아니
전체 학생분들은
대단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
직장과 병행하면서 대학교를
다니기에, 직업군들이 다양하다.
방송국에 종사하시는 분
공무원이나 사업하시는 분
사회복지심리학과이기에
사회복지관련하여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필요하여 학교 다니시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사실 난
심리 쪽에 관심이 많아서
계속 공부를 할 것이다.
작가가 되고 초반에 내가 대단한
작가가 된듯 어깨가 으쓱하며
친한 지인 몇 명에게 자랑을
했으며, 나의 글을 보여주었다.
어느 순간 그 지인들은 나의 글을
보지도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의 글이 재미가 없었구나!
나 스스로 깨달았으며
한없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나의 미흡한 글에
착하신 브런치 작가님들께서는
나의 글들이 좋았다고
분에 넘치는 큰 사랑을 받기에,
항상 감사하며 살 것이다.